휴대폰 산업의 성장은 새로운 부품소재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폴더 및 슬라이드형 휴대폰의 등장은 연성회로기판(FPCB)의 수요 증가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FPCB의 원자재인 연성동박적층판(FCCL) 시장 증가로 이어졌다. FCCL 생산이 급증하면서 FCCL의 원료가 되는 폴리이미드(PI) 필름도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일반 생태계 피라미드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개체 수가 늘어나지만 높은 신뢰성이 요구되는 고부가 부품소재 산업에서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관련 업체가 줄어드는 것이 특징이다. 휴대폰 산업의 경우도 국내 FPCB 업체는 많지만 FCCL 업체는 몇 군데 안 되고 PI 업체는 더욱 적다. 특히 PI 필름은 해외 2∼3개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데다 증설이 더뎌 수급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SKC(대표 박장석)는 바로 이 PI 필름 국산화에 도전, 최근 양산 라인을 완공하고 본격 생산을 시작했다. 2002년부터 시작한 연구개발의 결과였다. 이 회사는 430억원을 투자, 1년 3개월의 공사 끝에 충북 진천에 연산 300톤 규모의 PI 공장 1기 라인을 완공했다. 내년 말까지는 연산 600톤 규모의 2기 라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SKC의 PI 필름 양산 라인 가동으로 듀폰과 가네카, 우베 등 해외 소재 업체들이 장악한 PI 필름의 수입 대체와 이에 따른 국내 전자 산업의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값이 비싸고 수급이 불균형한 PI 필름의 국산화로 무한 경쟁에 내몰린 국내 휴대폰 및 관련 부품소재 산업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또 SKC에게 PI 필름 사업 진출은 사업 구조조정의 마무리라는 의미도 있다. SKC는 2차전지·비디오테이프 등 한계 사업을 정리하고 PI 필름과 광학필름, 프로필렌옥사이드(PO)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해 왔다.
PI 필름은 -180∼250도까지 견디는 내열·내한성 필름으로 본래 우주항공용으로 개발됐으며 FPCB 원소재를 비롯, 반도체 공정소재 및 각종 절연재 등으로 쓰이는 산업용 핵심 소재이다. PI 필름의 세계 시장 규모는 연간 1조원으로 추산되며 매년 12% 이상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인터뷰-박장석 사장
“PI 필름이 없으면 IT 산업도 없습니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SKC의 새로운 도약을 지휘하는 박장석 사장은 PI 필름을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보고 있다. PI 필름이 한국의 대표 산업인 휴대폰·디스플레이 산업의 주요 소재인데다 필름 분야에 강점을 가진 SKC의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사장은 “PI 필름 없이는 IT나 디스플레이 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2010년까지 세계 정상의 PI 필름 업체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SKC의 사업 구조를 필름·화학·디스플레이소재 사업으로 재편, 전자산업에 필요한 다양한 첨단 필름 및 전자소재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박사장은 “PI 필름 생산은 SKC의 다음 30년을 향한 도약의 첫 걸음”이라며 “수입에 의존하는 주요 부품소재의 국산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수입 대체는 물론 수출을 확대,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부품소재 기업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