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대표 SW업체들 "이제는 성장이다"

 ‘이제는 성장이다.’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SW)업체들이 ‘생존’에서 ‘성장’으로 경영전략을 급선회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외국 업체와 내수시장을 놓고 생존경쟁을 벌이느라 정신 없었던 국내 SW업체가 최근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리면서 내수기업에서 탈피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내수에서 확실하게 우위를 점하면서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상반기 실적 ‘쑥’=티맥스소프트 등 국내 주요 SW업체는 올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올릴 전망이다. 이들 업체는 비수기나 다름 없는 상반기에 고성장세를 구가하며 올해 예상 실적을 상향조정했다. 외국 업체의 동향을 파악하며 하반기 계획을 수립했던 예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티맥스소프트는 최근 올 상반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0% 이상 성장한 230억원을 기록했다. 수주액만 450억원에 이른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매출액은 당초 목표인 1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티맥스소프트는 상반기 실적을 근거로 올해 수주액 달성 목표를 1000억원보다 35%가량 늘어난 1350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김병국 티맥스소프트 사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해외시장에 진출, 글로벌 SW업체로 본격적인 성장을 구가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해외사업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연구소도 올해 상반기 매출액 220억원과 순이익 80억원을 기록, 작년 대비 각각 25.5%, 44.7% 증가한 실적을 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다. 안철수연구소는 이에 따라 올해 매출과 수주액이 각각 500억원과 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더존다스는 더존디지털웨어·더존에스앤에스 등 계열사를 모두 합쳐 상반기에만 5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역시 최대 규모다. 이 회사는 하반기 영업을 대폭 강화해 1100억원대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김용우 더존다스 사장은 “1000억원대 매출은 유통을 제외한다고 해도 순수 패키지만으로 700여억원대의 실적을 올리는 것”이라며 “패키지SW로 오랜 숙원이었던 1000억원대를 넘어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성장 모드로 전환=이 같은 확연한 실적 개선은 SW업체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더는 외국 제품에 밀리지 않고 세계시장에서 승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이는 주요 SW업체의 해외시장 진출로 연결될 전망이다.

 주요 업체들은 해외시장 공략 없이는 성장도 없다는 판단에 따라 현지법인 설립으로 시장성을 확인하던 수준에 그쳤던 이전과 달리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기 시작했다.

 티맥스소프트는 하반기부터 연간 순수익의 30∼40%인 70억∼80억원을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마케팅 비용으로 쓰기로 했다. 10월에는 해외사업만을 담당할 사장을 별도로 임명하고 현재 공석중인 미국 현지 법인장도 영입할 예정이다.

 핸디소프트도 미국법인 활성화를 위해 현지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최근 경영진이 잇달아 미국을 방문하며 여러 현지 투자업체와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연구소도 기존 중국과 일본 법인 외에 중남미와 유럽 등지로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V3 인터넷 시큐리티 2005 플래티넘’을 전 세계에 동시에 발표하는 등 글로벌 전략에 따른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백종진 한글과컴퓨터 사장은 “올 상반기에 모든 사업부문에서 고른 성장을 거듭해 창사 이래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했다”며 “하반기에는 리눅스 사업과 싱크프리 오피스 부문을 중심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진출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M&A 태풍의 눈으로=대표 SW업체가 성장 모드로 전환하면서 인수합병(M&A)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조직을 키우는 의미도 있고 사업다각화 차원에서도 M&A를 적극 검토하자는 분위기다.

 안철수연구소는 최근 서버 보안 전문업체인 시큐브레인을 인수해 차세대 서버 보안 분야 등에 투자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더존다스는 최근 상장업체인 대동을 인수해 ‘더존비즈온’으로 사명을 전환, 부가통신사업을 새로 시작했으며 핸디소프트도 현재 여러 업체의 제안을 받고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택 핸디소프트 사장은 “현재 국내 여러 SW업체에서 인수 제안을 받고 있다”며 “핸디소프트의 중장기 사업에 도움이 되는 기업이라면 언제든지 인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