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사가 주최하는 국내 정보기술 분야 산·학·관·연 전문가 모임인 정보통신미래모임(회장 정태명)은 22일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IT관련 산업인력,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8월 정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대학교수 등 학계 전문가와 산업 일선에서 국내 인력 문제를 직접 체감하고 있는 산업계 대표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이 자리에는 국내 IT산업의 현재를 만든 오명 전 과기부총리가 참석해 경험담을 들려주며 조언 했다.
다음달 1일 건국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하는 오 전 부총리는 “과거 정부가 IT인력 양성에 힘쓴 결과 현재의 IT한국이 만들어졌다”면서 “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내 인력을 외국에 적극적으로 보내는 같은 글로벌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연사로 나선 남기찬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각종 데이터와 자료를 분석해 국내 IT인력의 현황과 문제점을 비판하는 한편 대안을 제시했다. “2005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IT인력 중 SW부분만 15.9%가 증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10% 이상 고용이 늘고 있지만 IT전공 대학생 10명 중 1명은 여전히 취직을 못하는 인력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고 전한 남교수는 “이런 문제는 서로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업이 원하는 양질의 인력을 양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석한 오태건 정보통신부 기술정책팀 인력양성담당 사무관은 “현재 정통부는 학부, 대학원, 고급인력 양성 등 크게 3분야로 IT인력 양성에 노력, 인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려고 노력하고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공학 인증 활성화, 외국 대학과의 협력을 통한 현장 인력 재교육 등 실제 피부에 와 닿는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유환 핸디소프트 부사장은 “업계가 가진 고민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제대로 된 IT인력을 구하기 힘들다는 것”이라면서 “특히, 많은 돈을 들여 직무에 적합한 능력을 길러 놓으면 대기업으로 떠나버린다”고 지적했다.
장영복 애니솔루션 사장은 “지방은 수도권보다 두배 이상 고급 인력을 구하기 힘들다”면서 “재교육을 하고 싶어도 많은 기업이 영세해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학계에서도 IT인력 양성에 대한 따금한 지적이 많이 나왔다. 김준형 경희대학교 교수는 “현재 많은 학생들이 일이 힘들고 보수가 낮은 IT분야를 꺼리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이는 대학 교육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국내 IT산업이 제공하는 정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서비스’라는 인식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옥화 충북대학교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IT인력 양성은 대학 이전 중·고등학교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최근 컴퓨터를 선택하는 학생 비중이 급속히 낮아지고 있다”면서 “IT인력 양성을 조기 육성하기 위해선 IT영재 고등학교 설립도 고려 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손대일 유비테크놀러지스 사장은 “중소 기업의 경우 직원을 재교육 하려 해도 비용 부담과 관련 기관이 없어 힘들다”고 지적했으며 장인경 마리텔레콤 사장은 “게임 관련 학과가 우후 죽순처럼 개설됐지만 정작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곳이 한곳도 없다”고 꼬집었다. 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정태명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IT산업 인력 양성은 기업과 학교가 한목소리를 낼 때 가능하다”면서 “학교도 노력을 해야겠지만 기업도 필요 인력 육성을 위해 피상적인 지원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
◆주제발표
주제: 한국 IT인력 무엇이 문제인가?
발표: 남기찬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최근 국내 IT업계에선 인력 아웃소싱이 유행하고 있다. 비용감소를 위해서지만 정작 필요 인력을 내부에서 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 통계를 보면 국내 IT인력 중 정보통신서비스 인력이 17.6% 성장했고 통신 기기의 경우 무려 66%가 급증하는 등 IT부분 고용 능력이 향상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조사에 따르면 IT전공 대학생 10명 중 1명은 취직이 안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왜 발생할까. 이는 인력 수급의 불균형 때문이다. 삼성SDS, LG CNS 등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 IT업체 모두 고민하는 것은 IT인력은 많지만 전문 연구 기술직, 프로젝트 매니저 같은 고급 인력 부족 현상이다. 이 때문에 인도, 파키스탄 등 해외에서 인력을 수입해 들어오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선 대학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직원 재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직원 재교육의 경우 IT기업 72%가 기술 인력 수명이 줄어드는 것을 느낄 정도로 중요하다. 또 IT멘토링 제도, 수요 지향적 교과목 개발, 교육과 기업과 실질 협력 등 시스템을 완비해야 한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선 IT인력 수급 문제는 향후 큰 사회적 이슈로 부상할 것이다. 현재도 경영 전공 대학원생 대부분이 이른바 ‘돈이 되는’ 재무, 증권 등에 몰리고 IT분야에는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해 산업체와 학교 간 선순환 고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학생들에게 IT분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지금처럼 저가 출혈 경쟁을 펼칠 경우 IT인력 처우가 점점 열악해져 유능한 학생도 관련 학과를 기피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정책적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 해외 인력을 잘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다. 또 이왕 해외 인력을 쓸 경우 국내에 제대로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패널 발표
주제: 다양한 SW인력 양성이 먼저다.
발표: 안유환 핸디소프트 부사장
IT인력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SW업체를 만들면 된다. 이 회사들이 ‘롤 모델’이 되면 우수한 인력이 많이 모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사업을 하다 보면 우수 인력이 정말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현재 업계에서는 개발 인력이 5000명 정도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소프트웨어진흥원을 중심으로 정부도 노력중이지만 문제가 많다.
먼저, 국내 SW인력 양성이 특정 분야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한국 IT산업을 왜곡시키고 있다. 대부분 IT개발 인력은 게임과 임베디드 SW에 몰려 있다. 일이 힘들고 성과가 낮다는 이유로 기업 및 시스템용 SW를 하겠다는 연구원은 거의 없다.
그러나 정작 뜨고 있다는 분야도 대우는 별로 안 좋다. 이는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기업용 SW도 마찬가지지만 SW는 기간 사업이고 부가가치도 작지 않다. 이 분야에 대한 집중 지원이 필수다. 중소 SW기업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소 기업의 경우 인력을 열심히 키우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일을 할 만하면 대기업이 다 뽑아가기 때문이다. 우수 인력을 뽑아 가니 기업 노하우가 쌓이지 않는다. 대기업은 인력을 스카우트하기 전에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 스스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에 주문하고 싶다. 정부도 여러 교육 기관을 지원하고 있지만 자바 등 기업용 SW분야에 대한 지원은 약하다. 이를 강화해 달라. 그래야 중소 업체가 살고 중소 업체가 성장해야 한국 IT산업이 강해진다.
◆패널 발표
주제: IT인력 양성에 대한 정부의 노력
발표; 오태건 정보통신부 기술정책팀 인력양성담당 사무관
정통부는 지난해부터 IT교육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대학 공학 인증 도입을 지원하고 이를 국제 기준에 맞게 격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고급 인력 양성은 올해부터 연구개발 부분을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공학 인증이 학부 과정이라면 이는 석·박사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다.
대학 분야 지원도 확대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1개월 이내 단기 지원이 대부분이었지만 중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전문 대학을 육성할 방침이다. 또 현재 대학과 산업체를 연계해 실질적인 인력을 양성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는 외국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임베디드SW의 경우 고려대가 조지아텍과 복수 학위 프로그램을 운용할 계획에 있는 등 많은 대학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소요되는 장학금의 70%는 정부에서 지원한다.
이와 함께 국내 IT인력이 일본 등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 임금 차 때문이지만 2∼3년 지나면 별 장점이 없기에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물론 정부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기술 확보 등 해외 진출에 대해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강제할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IT분야 취업을 위해 관련 DB를 구축하려 한다. 이를 통해 기업은 원하는 인력을 찾을 수 있고 구직자는 자신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서 근무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오는 10월 시범 서비스에 들어가 조만간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패널 발표
주제:지방 중소 기업이 느끼는 IT인력 문제
발표:장영복 애니솔루션 사장
현재 대덕 연구개발특구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사실 지방은 수도권 지역보다 상황이 더 열악하다. 대전 지역에만 400여 SW업체가 있지만 이중 약 72%가 직원이 20명 미만일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 이 때문에 개발자가 부족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고급 기술인력을 유지시키기는 더 어렵다. 연봉을 더 제시해도 수도권 대기업으로 옮기고 있다. 이러니 경영의 대부분을 사람 관리하는 데 쓰고 있다. 사장이 제발 입사해 달라고 구걸하고 다니고 있을 정도다.
인력은 양보다 질이다. 하지만 질 높은 인력을 구하기는 너무 힘들다. 수도권 지역 대학생은 고사하고 지방 명문대생도 중소 SW업체를 외면하고 있다.
우리도 많은 교육을 하고 있지만 그 만큼 성과가 안 나고 있다. 실제 중소기업이 전문 인력을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 부분에서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 현행처럼 돈만을 지원하기보다는 실제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어떤 기업에는 어떤 기술자가 필요한지 파악해 집중, 양성하는 정책이 도입돼야 한다. BK21·누리사업 등을 정부가 진행하고 있지만 학생 대부분이 대기업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고 중소업체에까지 효과가 미치지 않는다.
이는 국내 SW산업의 문제기도 하다. 제값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떤 고급 인력을 바라겠나. 업계 관행과 모든 프로세스가 개선돼야 한다.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져야 좋은 인력이 몰릴 것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휴대폰·게임 등에 몰려 있는 인력이 적당히 분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