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미운 오리새끼’ MP3플레이어(MP3P)가 ‘백조’가 될 수 있을까. 삼성전자가 내달 초 독일 IFA전시회에서 MP3P 사업의 대반격을 선언할 예정이어서 세계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신개념 디자인의 ‘비밀병기’를 전격 선보이는가 하면 세계적인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와 제휴도 잇따라 발표한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마케팅 계획도 공개할 예정이다. 메모리·LCD·디지털TV 등에서 일군 ‘1등 신화’를 MP3P에서도 재연한다는 야심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삼성이 과연 ‘애플 왕국’으로 대변되는 MP3P 시장의 두꺼운 벽을 뚫을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미운 오리새끼 ‘MP3P’=삼성전자의 MP3P 재도약 선언은 일종의 ‘모멘텀’을 노리는 측면이 강하다. 삼성전자는 2005년 3월 대규모 기자간담회를 갖고 2007년까지 시장점유율 25∼30%를 차지해 세계 1위 MP3P 업체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2007년을 6개월도 채 남기지 않은 지금, 그때의 선언은 다소 낯뜨거울 정도다.
시장조사기관 NPD 집계에 따르면 올 2분기 미국 MP3P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고작 2.5%에 불과했다. 반면에 절대 강자 애플은 무려 75.6%에 이르는 점유율로 범접할 수 없는 철옹성을 구축했다. 삼성은 샌디스크·크리에이티브 등도 따라잡지 못하고 거의 ‘꼴찌’ 수준으로 밀렸다. 표 참조
전 세계 판매량에서도 양상은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올 한 해 동안 500만대가량을 판매목표로 삼고 있지만, 애플은 올 1·2분기 분기 판매량만 각각 800만대를 훌쩍 넘어섰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MP3P사업은 혹독한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MP3P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디지털미디어(DM) 총괄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해외연계 기준으로 2000억원을 넘어섰지만 MP3P가 주력인 오디오 부문은 오히려 영업손실이 5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DM총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보르도(LCD TV)’에서 번 돈을 ‘옙(MP3P)’에서 다 까먹는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비즈니스 패러다임 바꿔야=삼성전자의 초라한 MP3P사업 성적표에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수익을 생각하면 차라리 사업을 축소해야 하는 것이 시장논리에 맞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MP3P 시장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MP3P가 ‘디지털기기 브랜드 전략’의 관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젊은층의 소비자가 제일 먼저 접하는 디지털기기인 MP3P를 놓치면 향후 디지털TV 등 다른 디지털기기의 미래 고객도 잃을 수 있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MP3P 시장의 성패는 단순한 신제품 경쟁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애플의 독주는 MP3P인 ‘아이팟’의 빼어난 디자인이 한몫 했지만 소프트웨어인 ‘아이튠스’ 서비스와 결합한 ‘새로운 MP3P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이은민 연구원은 “MP3P 비즈니스는 아무리 하드웨어가 좋아도 콘텐츠와 패키지로 판매하지 않으면 파괴력이 없다”며 “아이튠스와 대적할 만한 세계적인 콘텐츠 업체와의 제휴 비즈니스가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반영하듯 이번 IFA전시회에서는 네트워크 접속 기능을 내장한 신개념 MP3P를 발표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적인 음악사이트 업체들과 제휴 계획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지성 사장을 비롯해 전동수 디지털AV사업부장 등 삼성전자 DM총괄 MP3P 관련 임원들이 직접 나설 계획이다. 값비싼 수험료를 치른 삼성전자가 이번에는 애플의 허를 찌를 수 있을까. IFA전시회는 삼성전자 MP3P사업의 운명을 가름할 하나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장지영·윤건일기자@전자신문, jyajang·ben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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