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임업종을 `번뇌의 바다`로

모든 게임업종을 `번뇌의 바다`로

바다이야기 사태가 불법 사행성 게임 문제의 범위를 넘어 성인용 게임 전반으로, 나아가 게임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바다이야기 외의 성인 아케이드 게임과 게임기, 게임장은 물론이고 PC방과 비디오게임방, 심지어 온라인과 모바일, 비디오게임까지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이 기회에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사회적 요인을 안고 있는 부분은 과감히 잘라내고 건전한 게임이나 산업은 지금처럼 계속 발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각종 성인용 아케이드 게임 개발사와 게임장 업주들은 숨을 죽이고 있는 상태다. 바다이야기 사태로 개발이 중단되고 수입마저 끊겼지만 대놓고 하소연할 곳도 없다. 1만5000여개로 추산되는 전국 성인용 게임장에 새로운 버전과 패치를 만들어 납품해온 2000개 이상의 중소 아케이드 게임 관련 업체는 대부분 문을 닫거나 업종을 변경해야 할 처지다.

 부산의 한 아케이드 게임 개발사는 “온라인과 모바일 게임으로는 서울 등 수도권 업체와 경쟁이 안 돼 아케이드 게임 개발로 연명해왔는데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고 토로했다.

 부산에서는 지역 게임업계의 절대 다수를 차지했던 100여개에 이르는 아케이드 게임사가 존폐 위기로 내몰리면서 게임산업 자체가 무너질 상황이다. 1000여개의 성인용 게임장에서 일해온 1만여명의 직원 및 아르바이트생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 같은 상황은 전국적으로 동일하다는 점에서 후유증이 심각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불법 도박 게임 문제가 우리나라 IT산업의 꽃이자 희망으로 불리는 게임산업 전체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온라인·모바일·비디오게임 개발 및 유통사들은 불안에 떨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이미 코앞까지 불똥이 튄 상태다.

 바다이야기 사태가 자칫 게임산업 전체에 대한 오해와 규제로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그야말로 ‘바다’에 묻혀버리고 있다. 지방의 모 대학 게임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에 대해 언급하는 것조차 꺼려지지만 건전한 게임과 분명히 구분해 사실관계를 정리해야 한다는 말도 묻히고 있다”고 꼬집었다.

 정동배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바다이야기 사태는 육성하고 지원해야 할 건전 게임산업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며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일반적인 게임마저 도매금으로 취급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개발사인 H사 사장은 “도박 등 사행성 게임이 철퇴를 맞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렇다고 온라인이나 모바일 게임 등 다른 플랫폼 게임까지 마치 몹쓸 짓거리로 매도되고 있는 점은 씁쓸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좀더 냉정한 관찰과 판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심의 강화나 규제보다는 사후 관리 측면에서 잘못된 점과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원대 Y교수는 “왜 우리나라는 5000원이나 1만원을 투자해 남는 시간을 즐기는 건전한 성인 게임 문화가 정착되지 못하는지 안타깝다”며 “현재 규정된 베팅 금액이나 배당률, 횟수 등이 문제라기보다는 게임기를 불법으로 개조해 사행심을 부추켜 온 것이 문제의 핵심이므로 사후 관리 강화 측면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임동식기자@전자신문, ds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