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백종진 한글과컴퓨터 사장(3)

한컴은 ‘한컴 오피스 2004’ 출시에 맞춰 서울, 부산 등 전국에서 대규모 신제품 발표회를 가졌다. 지난 2003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환영사를 하는 필자.
한컴은 ‘한컴 오피스 2004’ 출시에 맞춰 서울, 부산 등 전국에서 대규모 신제품 발표회를 가졌다. 지난 2003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환영사를 하는 필자.

(3)토종 오피스 패키지 개발

  표류하던 한컴의 경영이 6개월 만에 정상화를 되찾고 나서 나는 취임 때 약속한 대로 임직원들에게 순이익의 30%인 12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그리고 며칠 뒤 e메일을 한 통 받았다. 지금 한컴의 영업본부 오피스사업팀 팀장을 맡고 있는 전노조위원장 진성용 차장의 e메일이었다. 사장인 내가 약속을 지키는 모습에 노조는 자진 해산하고, 직장협의회로 전환할 것이니 회사의 지속적인 발전과 화합에 방향타를 잡아달라는 것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임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비전을 가질 수 있게 됐고 제품에 대한 개발, 출시, 유통 등에 대한 새로운 질서가 구축됐음을 확인한 그 때가 가장 보람과 기쁨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이러한 직원들과의 교감 때문이었는지 2003년부터 한컴은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직원들에게는 매년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2003년 한컴의 첫 출항을 성공적으로 끝낸 나는 정상화된 한컴의 현재보다 앞으로의 한컴을 위한 새로운 결단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한컴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바로 외산 프로그램과 본격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완벽한 오피스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출시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때까지 한컴의 실적은 워드프로세서인 ‘아래아한글’에 집중되고 있었다. 한컴이 보유한 우수한 소프트웨어 개발력을 기반으로 오피스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면 ‘아래아한글’에 치중된 매출 구조 개선은 물론 소프트웨어 개발사로서의 진정한 기업 역량 확장도 가능하기때문에 오피스 사업으로의 본격적인 진출은 한컴에 필수적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개발 인력과 시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한컴에서는 ‘오피스V’ 등의 오피스 제품을 만들어 오긴 했지만 외산 오피스에 비하면 부족함이 많았고, 수식계산과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단기간에 출시할 만큼 개발인원이 많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오피스 개발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넥스소프트로부터 수식계산 프로그램인 ‘넥셀’을 인수했다. 한컴은 ‘아래아한글’에 이어 ‘넥셀’과 ‘슬라이드’로 구성된 본격적인 첫 오피스 패키지인 ‘한컴 오피스 2004’를 출시함으로써 드디어 오피스 시장에 본격적인 도전장을 던지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뛰어난 품질의 제품만이 시장과 고객들의 인정을 받는 길이라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그리고 약 1년 후 야심적으로 출시한 ‘한컴 오피스 2005’를 출시했다.  드디어 ‘아래아한글’을 제외하고는 외산에 밀려 뚜렷한 매출을 기록하지 못하던 오피스 부문의 매출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부에서는 국내 공공기관 최초로 ‘한글과컴퓨터 오피스’를 채택해 사용했고, 금융권 최초로 하나은행 전 지점에는 ‘한글과컴퓨터 오피스’가 사용되는 등의 큰 성과가 나타났다. 외산 오피스를 상대로 한 대반격의 서막을 열었던 것이다.

 jjb@haansof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