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게임기 용산에 `밀물`

성인PC방 단속으로 폐업 게임장이 속출하면서 중고 PC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여파로 19인치 모니터를 포함한 중고 PC 가격이 30만원대 초반으로 크게 떨어졌다. 서울 용산 선인상가의 중고 PC 전문점인 아름다운세상을 찾은 고객이 빼곡히 쌓인 제품을 살펴보며 상담하고 있다.
성인PC방 단속으로 폐업 게임장이 속출하면서 중고 PC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여파로 19인치 모니터를 포함한 중고 PC 가격이 30만원대 초반으로 크게 떨어졌다. 서울 용산 선인상가의 중고 PC 전문점인 아름다운세상을 찾은 고객이 빼곡히 쌓인 제품을 살펴보며 상담하고 있다.

용산 주변기기 업체가 최근 사회 문제가 된 ‘바다이야기’ 게임기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경찰 단속이 시작되면서 휴·폐업한 업소의 게임기가 용산 시장으로 대거 유포되고 있기 때문.

 경찰 추산에 따르면 바다이야기 게임장은 전국에 1만6000여개로, 사업장마다 50여대의 게임기가 설치돼 있을 정도로 물량이 엄청나다. 특히 게임기의 CPU·메모리·HDD·LCD패널 등 핵심 부품은 지난주부터 용산 중고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관련 업계는 바다이야기·황금성 등 사행성 게임기에 대한 경찰 단속이 시작되면서 매일 수십대의 게임기가 용산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 게임기는 해체 과정을 거쳐 CPU·메모리·HDD·그래픽카드 등 핵심 부품까지 중고로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CPU는 셀러론 3XX 시리즈 등 저가 제품이 대부분이며, HDD도 80Gb 용량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래픽카드는 게임기 특성상 6만∼10만원대 보급형 제품이 주로 설치됐다.

 이 중고 제품은 중개상을 거쳐 중국 등 제3국으로 팔려가고 있는 상황. 특히 LCD패널은 PMP·내비게이터 스크린용으로 중국 생산 공장에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부품이 재생 과정을 거쳐 국내 소규모 조립PC 제조사에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중고 CPU는 일반 정품 가격의 5분의 1에 불과해 한 대 팔아 1만원 남기기도 힘든 조립PC업체는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 조립PC업체 관계자는 “CPU·메모리 등은 외부 먼지만 털어내면 새것이나 다름없다”며 “일부 소규모 PC조립업체는 30만원대 초·저가형 PC 일부에 이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소문도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PC주변기기 업체의 매출 하락이다. 가뜩이나 경기 불황으로 업계 추산 매출액이 작년에 비해 30% 정도 감소한 상황에서 중고 제품까지 나돌아 신제품 매기가 사라지고 있다. 또 중고 제품의 잇따른 유통으로 PC부품 가격도 급락해 업체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게다가 일부 대리점은 올 초 ‘바다이야기 특수’ 당시 계산서 발행 없이 무자료 거래를 일삼아 세무 단속도 우려하고 있다. 게임기 부품은 지난해부터 용산 전자상가 일대 업체가 주로 공급했으며 불법 소지가 많아 정상 거래를 꺼리는 상황이었다.

 한 주기판 업계 관계자는 “올 초 바다이야기 특수로 호황을 누렸던 업체가 이제 바다이야기로 폐업을 고려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형 업체는 계산서를 발행하는 등 정상 거래를 했지만 1000만원이 아쉬운 소규모 업체는 무자료 거래가 성행했다”고 설명했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