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대기업의 강력한 자본력과 맨파워, 여기에 기존에 깔아놓은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결합, 대대적으로 게임사업에 뛰어든다면 중소·중견 전문업체들의 입지 약화는 불가피할 것입니다. 특히 상대가 유·무선을 망라해 방대한 디지털 콘텐츠 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SK라면 더욱 힘든 경쟁이 예상됩니다.”
재계 랭킹 3위라는 SK그룹이 게임시장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가해오자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우려섞인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을 비롯해 기존의 SK 계열사들의 사업전개 방식과 달리 SK커뮤니케이션은 아예 독립 법인을 설립, 온라인게임 개발 및 퍼블리싱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중소 퍼블리셔들이 바싹 긴장하는 모습이다.
업계가 우려하는 주된 이유는 SK의 본격적인 시장진입으로 경쟁 대기업들이 잇따라 게임시장을 노크할 경우 대기업식 자본의 논리에 의해 게임시장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실 엔씨소프트·NHN·넥슨·웹젠·네오위즈·한빛소프트·그라비티 등 몇몇 선발업체들을 제외하곤 자금 동원력에 한계가 많아 SK와 같은 공룡기업들의 참여로 입지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퍼블리셔들의 경쟁으로 이미 버블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해지고 있는 퍼블리싱 시장에 대기업들이 가세, 과당 경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것. 가뜩이나 퍼블리셔간의 경쟁으로 게임의 몸값이 과대 평가된 마당에 SK 등 대기업이 공세까지 겹칠 경우 비용 부담이 가중됨은 물론 좋은 작품을 퍼블리싱할 기회마저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퍼블리셔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의 생리상 SK가 초기에 공격적인 시장진입을 위해 과감한 배팅을 시도할 것”이라며 “중소 퍼블리셔들의 경우 엔씨나 넥슨같은 선발기업을 상대하기도 버거운데 더 큰 공룡을 만나게돼 앞길이 캄캄하다”고 토로했다.
고급 인력을 싹쓸이할 수 있다는 점도 중소 전문업체들이 몹시 걱정하는 대목이다. 실제 SK아이미디어의 경우 대부분 필요 인력을 대부분 외부에서 스카웃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벌써부터 중소 전문업체들이 집안단속에 들어갔다.
신생 퍼블리셔의 한 관계자는 “SK와 같은 대기업들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근무환경과 대우 조건을 내세워 무차별적인 스카웃 공세에 들어간다면, 이를 마다할 인력이 얼마나되겠냐”면서 “특히 게임은 인력 이동이 심한 업종이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기업의 파워가 힘을 발휘할 경우 게임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은 분명하지만, 궁극적으로 이것이 오히려 게임시장의 파이를 확대하고 열악한 게임산업을 튼실히 할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않게 제기되고 있다.
다른 업종의 예를 봐도 대기업들의 참여로 중소기업들의 입지 약화를 수반하는 경우가 보통이지만, 길게 보면 상대적으로 산업의 성장을 견인함으로써 재도약의 기폭제로 작용하는 반대급부도 예상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전문가들은 “SK나 대기업들의 참여를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으며, 대기업이 게임 시장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만큼 게임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의 방증”이라며 “궁극적으로 중소·중견 전문 퍼블리셔들도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차별화된 전략 수립과 대외경쟁력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지난 2004년 여름. SK커뮤니케이션즈는 ‘땅콩’이란 독자적인 게임포털 BI를 전면에 내세워 게임시장에 대대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 대규모 인력 충원과 함께 브랜드 마케팅과 유저몰이에 뭉칫돈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이후 SK커뮤니케이션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게임사업부를 사실상 해체하는 아픔을 겪어야했다.
‘싸이월드’에 이은 ‘네이트온’ 신화로 승승장구하던 SK커뮤니케이션으로선 게임에 관한한 ‘안좋은 추억’이 있는 셈이다. 새로운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온라인게임 전문 자회사 ‘SK아이미디어’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일각에서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SK가 ‘땅콩’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게임사업에 성공하는데 필요한 조건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에대해 “무엇보다 SK그룹 계열사간 공조체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실 SK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현재 SK그룹 계열사 간의 게임사업은 완전경쟁체제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각 계열사마다 포트폴리오 확충과 새로운 성장 엔진 차원에서 (게임)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궁극적으로 아이미디어가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SK텔레콤, SK C&C, SK(주), IHQ, 와이더댄 등 계열 및 관계사들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유기적으로 접목하는 것이 필요충분조건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역으로 아이미디어의 등장에 게임업계가 긴장하고 있는 것도 현재와 달리 모든 ‘SK패밀리’들이 게임 관련 리소스를 집중할 경우 적지않은 파괴력을 낼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기도하다.
안으로는 ‘싸이월드’ ‘네이트’ ‘네이트온’ 등 SK커뮤니케이션의 기존 인터넷 사이트들과의 접목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느냐는 부분도 성공의 관건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의 관계자는 “실명을 원칙으로하는 싸이월드의 회원이 무려 1800만명을 넘는다. 이같은 로열티 강한 유저풀이 온라인게임과 제대로 접목만 된다면 절반 이상은 접고들어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이미디어가 성공적으로 게임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선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10개의 게임중 1∼2개도 성공하기 힘든 게임비즈니스의 특성을 이해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게임사업을 밀고 이끌어줄 경영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것. 전문가들은 “돈만 가지고는 안되는 것이 게임이다. 게임 시장이 10년 가까이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제대로 성공을 거둔 대기업이 없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며 “현재로선 아이미디어의 성공 가능성이 딱 50%라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