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AGP 그래픽 카드

차세대 시리얼 버스인 PCI 익스프레스가 공개된 지도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세월의 흐름을 말해주듯 이제 용산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PCI 익스프레스 x16 인터페이스를 지닌 그래픽카드 뿐이다. 한때 번성했던 AGP 인터페이스 그래픽카드도 이제는 자취를 거의 감춘 듯 하다.

그러나 PC를 사용하는 상당수 유저들은 아직까지 AGP 인터페이스 기반의 제품을 쓰고 있다. 부분적으로 부품을 교체해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PC의 장점을 십분 살려 최신 3D 온라인 게임 한번 해 볼까 하는 생각에 그래픽카드를 구입해 보려 하지만 시장에는 온통 PCI 익스프레스 x16 제품들뿐이라 그래픽카드를 업그레이드해야겠다는 생각이 금새 사라진다.

하지만 주요 그래픽카드 업체에서는 아직까지 AGP 그래픽카드를 꾸준하게 출시하고 있는 상황이라 조금만 신경 쓴다면 사용하고 있는 PC의 체감 성능을 올릴 수 있다. 게다가 그래픽카드 제조업체들은 구형 그래픽 칩셋 뿐만 아니라 최신 칩셋을 장착한 AGP 제품도 내놓고 있어 최소한의 비용으로 PC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최장기간 엄청난 판매율을 보이고 있는 ATi 레이디언 9550. 아직도 다나와 내에서 그래픽카드 판매율 2위를 달릴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히트 상품이기도 하다. 레퍼런스를 훨씬 뛰어넘는 극악무도한(?) 오버클럭 탓에 자신의 상위 기종인 레이디언 9600 프로마저 눌러버릴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보여 한때 중급형 제품을 거의 휩쓸다시피 했다.

지금은 4~6만 원대에서 구입이 가능해 이제는 완전한 저가형 제품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리지만 코어 및 메모리 클록이 450700MHz인 제품의 경우 지포스 6600과 비교될 정도로 높은 성능을 보여 준다.

때문에 이보다 낮은 성능의 구형 그래픽 카드를 사용하거나 혹은 메인보드 칩셋이 통합된 그래픽 기능을 이용한다면 레이디언 9550으로 과감히 업그레이드 해볼 것을 권한다.10만원 초반 가격에서 그 다음으로 많이 고민할 수 있는 그래픽카드가 레이디언 X1600프로와 X800GTO이다. 각각 장단점이 있겠지만 X800GTO가 다소 스펙상에서는 유리한 모습을 보여준다.

코어 클록을 보면 X800GTO가 X1600 프로에 100MHz 정도 뒤지지만 메모리 인터페이스는 256비트로 두 배 차이를 보이며 게다가 메모리 클록도 180MHz 정도 더 높아 고해상도로 갈수록 전반적인 체감 속도가 높다. 물론 SM이나 HDR과 같은 최신 기술을 보자면 X1600이 유리한 상황이지만 전반적인 성능 향상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X800GTO도 나름대로 괜찮은 선택으로 볼 수 있다.아무래도 게이머들은 엔비디아 계열의 그래픽카드를 선호하는 편이다. 게임을 즐겨 한다면 지포스 6600 시리즈가 가장 무난하다. 다만 6600LE는 파이프라인이 4개로 성능이 다소 뒤쳐지므로 이왕이면 6600 또는 6600GT를 고르는 것이 유리하다. 조금이라도 나은 성능을 기대한다면 코어 클록이 높은 6600GT가 더 나은 선택이다.

최근에는 지포스 7600 시리즈의 AGP 제품이 등장하면서 소비자 선택의 폭이 다소 넓혀진 상황이다. PCI 익스프레스 x16 제품과 비교해 미세한 차이를 보이나 체감적인 성능 차이는 거의 없으며 레이디언 X1600프로와는 게임에서 20~30% 이상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고 있어 게임 마니아들의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금까지 소개한 10만원 이내, 10만원 초반대 제품보다 뛰어난 성능의 제품 즉 20만원 안팎의 6800GS나 30만원에 이르는 7800GS와 같은 고성능의 AGP 그래픽카드도 염두해 볼만 하다. 최신 PCI 익스프레스 x16 그래픽카드와 비교해 상당한 성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픽카드 인터페이스 주도권이 PCI 익스프레스로 완전히 넘어간 상황에서 20만원 이상 거액을 들여 그래픽카드를 업그레이드 하느니 차라리 시스템 전체를 업그레이드할 것을 권하고 싶다. 또한 AGP 메인보드는 출시 시기에 따라 2X, 4X, 8X 등 지원하는 대역폭이 다소 차이가 있고, 일부 메인보드에서는 최신 AGP 카드를 사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어 하드웨어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다면 구입 전 반드시 호환성 여부를 해당 메인보드 업체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필자=다나와 정보팀 이준문 jun@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