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 본분을 지키지 않으면 수많은 지역발전 사업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겠습니까. 일신우일신하는 태도와 어떤 외압이나 청탁에도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자세로 지원기관과 사업을 지켜보며 평가하고 있습니다.”
원희연 부산전략산업기획단장(49)은 지역산업의 발전 전략 수립과 관련 사업 평가를 책임지고 있는 기획단 활동에서 무엇보다 원칙과 본분을 강조했다. 대화중 걸려온 내부 전화 통화에서도 “기본을 지켜 시행하라”며 끊는다.
“공정한 룰 안에서 철저하고 냉정한 평가를 실시하기까지 무려 2년이 걸렸습니다. 기획단 내부의 각성 노력을 최우선으로 여겼고, 이를 바탕으로 시민의 세금이 투입된 각종 지원사업을 가혹하리만치 엄정하게 평가했지요. 여기저기 불만이 쏟아졌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달라질 것이 없고 부산의 발전도 어렵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많은 부분에서 투명하고 깨끗한 페어플레이 정신이 세워졌다고 생각합니다.”
부산의 산업 발전이 어찌 돌아가는지 알려면 원 단장을 만나라는 얘기가 있다. 국가균형발전위 지역혁신전문위원, 부산혁신협의회 사무국장, 부산부품소재산업종합기술지원사업 운영위원, 항만물류사업단 자문위원, 부산발전 2020 비전과 전략 수립을 위한 자문위원 등 그가 전·현직으로 맡아 온 위원직은 지금까지 20여개에 이른다. 일각에서 부산 지역발전 사업 중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사업이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런 원 단장이 부산전략산업기획단을 이끌며 얻게 된 별명은 ‘악질’ 또는 ‘저승사자’다. 비판보다는 불평 불만이 짙게 배어 있는 이 별명은 그만큼 매서운 활동으로 부실한 기관과 사업에 내린 여지없는 철퇴 때문이다. 시비 투입 사업에서 한발 더 나가아 국비가 투입된 매칭 사업까지 그는 엄정한 평가의 검을 들기 시작했다.
‘강성’이라는 이미지만큼 전략 수립의 기준이나 정책적으로 미묘한 사안에서도 서슴없이 자신의 주관을 펼쳤다. 단 10분이지만 지역 현실과 높아진 지역 역량을 알리는 자리라면 서울 등 장거리 출장도 마다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왔고 이제 충분히 능력을 갖췄다.” 이는 지역 산업을 책임진 기관장의 한 사람으로 그가 지닌 소신이다. 한때 냉혹한 평가사였던 그는 이제 부산 혁신과 발전의 주역으로 통하고 있다.
지역 역량의 향상된 토대 위에서 원 단장은 시각을 넓힌 또 하나의 문제와 그 대안을 제기한다.
“부산·울산·경남이라는 구분된 행정 구역과 달리 경제는 통합 추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행정권과 경제권의 불일치로 인해 유사 프로젝트 추진 등 중복 투자 및 집행에 따른 비효율적인 문제가 많습니다. 지역의 울타리를 넘어 영국의 지역경제개발청 같은 통합 경제개발 기구가 설립돼 향상된 지역 역량을 한데 모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산=임동식기자@전자신문, dsl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