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가상이동망사업에 주목해야

 최근 국내 통신시장에서 유선은 쇠락하고 무선은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선발사업자에 유무선 결합서비스를 허용함으로써 통신산업의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정부정책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판단된다.

 우리와 같은 문제로 고심하던 일본도 이달 들어 NTT사의 결합서비스 규제를 완화해 유무선 결합서비스를 허용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으로 봐서 결합서비스 활성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사실 국내에서는 유선 후발사업자를 중심으로 일부 결합상품이 제공되고 있으나 소비자의 선택 폭이 좁고 결합상품 구성요소·요금·품질이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그동안 국내 결합서비스 활성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근본적인 이유는 시장을 선도하는 사업자의 결합서비스를 과도하게 제한해 온 규제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결합서비스가 활성화된 미국은 지난 96년 통신법 개정으로 독점적 시내전화사업자(RBOC)에 자회사를 통한 장거리시장 진출과 결합판매를 허용했고 97년부터는 기존 시내전화사업자(ILEC)의 영업지역 외에서는 자회사 분리의무, 자회사와의 공동 광고·판촉의 금지·마케팅 분리운영 조항을 폐지함으로써 ‘시내전화+이동전화’의 결합판매를 허용했다. 그리고 지난 2002년부터는 기존 시내전화사업자 영업지역에서도 단일회사에 의한 결합서비스 제공을 전면 허용했다.

 현재 미국 종합통신회사인 AT&T(SBC가 지난해 인수한 후 사명을 AT&T로 유지)는 이통 자회사인 싱귤러와이어리스를 통해 유무선 결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달 현재 ‘유선전화+초고속인터넷+이동전화’ 결합상품의 세 상품 총할인율은 5.4%며, 이동전화는 12.5%를 할인해 제공한다. 또 ‘유선전화+초고속인터넷+이동전화+위성방송’ 결합의 경우, 네 상품 총할인율은 4.2%며 이동전화는 12.5%로 세 상품 결합과 동일하다.

 특히 개별요금과 비교해 큰 폭으로 할인된 이동전화를 부상품으로 내세운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반면에 전국적 이동망이 없는 이동전화사업자, 이동전화 자회사나 설비를 보유하지 않은 유선사업자·케이블TV사업자·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들은 주파수 없이 이동망을 이용할 수 있는 가상이동망사업자(MVNO) 협약을 이동전화사업자와 체결해 유무선 결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큐웨스트는 최근 ‘유선전화+이동전화’ 결합상품 11.6%, ‘유선전화+초고속인터넷+위성방송’ 결합상품 14.7%, ‘유선전화+초고속인터넷+이동전화+위성방송’ 결합상품은 21%를 할인해 준다.

한편 SBC사에 인수되기 이전 AT&T는 지난 2004년 이동전화 자회사였던 AT&T와이어리스를 싱귤러와이어리스에 매각한 후 같은 해 5월 결합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스프린트와 MVNO 협정을 통해 이동전화 시장에 재진입한다고 발표했다.

 또 SK텔레콤의 미국 현지 MVNO인 힐리오의 공동투자사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미국 인터넷서비스 제공업체 어스링크도 최근 MVNO를 기반으로 ‘초고속인터넷+이동전화’ 결합상품에 20% 이상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에서 MVNO는 유무선 종합통신사업자에 대항해 이동망을 보유하지 않은 사업자도 동등한 경쟁력을 가진 유무선 결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향후에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장 조사기관인 오범은 올해 미국 MVNO가 이동시장의 6.6%를 점유하고 오는 2010년께는 10%대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통신시장의 결합상품 규제완화가 검토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MVNO 제도화가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미국 사례가 시사하듯이 무선망 설비가 없는 사업자의 결합서비스 성공은 단기적으로 요금이 저렴한 이동전화 부상품 제공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결합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MVNO 제도화도 함께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병운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연구원(공정경쟁연구팀·경제학박사) bukim@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