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는 디지털전환 하면 안 되나요?’
지난해 4기 디지털방송추진위원회(디추위) 활동 이후 지지부진하던 ‘라디오의 디지털전환 정책’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발해질 전망이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연내에 관련 정책 마련을 위한 기초보고서를 각각 내놓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올해 초 ‘디지털라디오방송기술정책연구반’을 구성했던 정통부는 디지털라디오의 주파수 및 기술규격을 포함한 정책 전반을 검토중이며 오는 11월께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디지털라디오의 효율적 운영 방식에 관한 연구 용역을 진행중인 방송위도 12월께 최종보고서를 받을 예정이다. 정통부는 방송기술, 방송위는 방송정책을 각각 담당한다.
이에 앞서 정통부와 방송위는 4기 디추위에서 라디오방송 디지털전환 로드맵으로 △2007년 세부추진방안 마련 △2008년 FM라디오전환용 채널확보 추진 △2010년 FM라디오디지털 전환 △2015년 FM 아날로그 방송 종료 등에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두 기관의 보고서는 내년 세부 추진 방안 마련을 위한 기초가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여기에 KBS·MBC·SBS·CBS 등 라디오방송사업자도 지난 5월 ‘디지털라디오추진위원회’(디라추위)를 구성, 사업자 의견을 수렴해 하반기께 디지털라디오 표준방식 등을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어서 이래저래 정통부-방송위-방송사업자 간 논의가 본격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 ‘올해 디지털라디오 방식 결정 없다’=디지털라디오 전환의 주요 이슈는 △기술규격 △주파수 할당 △사업자 지위 △사업권역 획정 △전환일정 등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연내에 디지털라디오 전송방식을 결정하진 않는다”며 “내년 방송위가 디지털라디오와 관련해 협의를 요청하면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반 보고서도 일단 정책 방향이라기보다는 관련 자료인 셈이다. 주파수 할당도 현재로선 결정된 바 없다. 라디오방송사업자들은 오는 2010년 아날로그TV 종료 후 주파수를 디지털라디오용으로 활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라추위에선 전송방식으로 유럽식(유레카-147)을 검토하는 가운데 회수되는 아날로그TV 4채널 중 2채널 확보를 고려중이다. 그러나 정통부는 아직 ‘확정된 바 없다’는 태도다.
이 관계자는 “라디오 디지털 전환을 위한 신규 주파수도 없는 가운데 논의하는 것은 의미없다”며 설익은 논의 진행을 경계했다.
◇방송위, “사업권역 고민”=국내 FM라디오는 사업권역에 대한 사전 설계 없이 진행돼온 게 사실이다. 디지털에선 이를 수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방송위 관계자는 “연구용역 보고서에선 사업권역에 대한 제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자 지위도 고민거리다. 예컨대 전송방식이 유럽식으로 결론날 경우 기술적으로 한 개 플랫폼에 여러 라디오방송사 채널이 함께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불교방송·극동방송·교통방송 등 중소 사업자는 라디오방송사의 지위가 아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로의 추락을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
◇디라추위, 대안 제시 주목=디라추위는 정부 결정에 앞서 사업자 위치에서 대안을 제시하기로 하고 오는 5일 회의에서 전송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다. 디라추위 내부에선 검토 대상인 유럽식과 미국식(IBOC) 가운데 유럽식이 우세한 상황이다. 디라추위는 이에 앞서 31일 방송회관에서 ‘디지털라디오의 미래’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해 관심을 촉구할 계획이다.
정통부와 방송위는 아직 라디오방송사업자의 공식 방침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을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또 사업자의 의견이 엇갈릴 경우 합의점 찾기가 난항에 부딪힐 전망이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