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리슬쩍? 안되지요!

 지난 29일, 과학기술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TBP(Technology Balance of Payments) 분류 기준을 적용해 기술 수출·도입액과 무역수지를 분석한 ‘2005 기술무역통계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기술무역 규모가 61억5000만달러에 이르고 수출 16억2500만달러, 도입 45억2500만달러로 29억20만달러 적자였다는 게 주요 내용. 특히 2001년 기술무역수지 적자총액의 63.6%(12억8700만달러)였던 ‘선진 5개국(미국·일본·프랑스·영국·독일)과의 적자폭’이 매년 커져 2005년에는 84.4%(24억4900만달러)로 늘어났다는 결과에 시선이 모였다.

 30일, 몇몇 언론이 선진 5개국과의 기술무역 적자폭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기사에 담아낸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 그런데 큰 오류가 있었다. 연간 기술무역 적자 총액에서 선진 5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2001년에 93.6%(18억9330만달러)를 기록했고, 이듬해 104%(21억6720만달러)로 100%(20억8330만달러)를 넘어섰으며, 2005년에는 118%(34억2330만달러)로 치솟았다. 과기부가 ‘미국’ 비중을 선진 5개국으로 착각했던 것.

 기자는 천만다행으로 이 자료가 공개된 29일 오후에 이 같은 오류를 발견했다. 관련 자료를 집계·추출·분석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조사연구팀을 통해 올바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었다. 과기부는 30일 오후에야 오류를 바로잡았다. 하지만 바로잡힌 내용을 찾으려면 과기부 홈페이지(http://www.most.go.kr)에 접속한 뒤 ‘보도자료’를 모아놓은 곳을 클릭하고, 다시 ‘지난해 우리나라의 기술수출액은 16억2490만달러’라는 제목 밑의 첨부된 파일을 열어봐야 한다. 어느 곳에 ‘고쳤다’고 알려주지도 않았다. 기사가 잘못됐다며 ‘해명자료’를 내며 부산을 떨 때와는 천양지차다.

 공무(公務)라는 게 여러 사람, 국민에 얽힌 일이잖아요? 제대로 한 공무가 공신력(公信力)을 우려내는 것 아니겠어요? 그토록 중요한 일을 스리슬쩍 넘어가선 안 되지요. 스리슬쩍은 ‘남이 모르는 사이에 아주 빠르게’라는 뜻입니다.

경제과학부·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