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위피 플랫폼 표준을 독점해 온 한국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KWISF)이 사상 처음으로 외부에서 제안한 규격의 표준화 작업에 나선다. 위피 표준은 그동안 사실상 이동통신사가 주도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KWISF의 결정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규격 개발이 개방형 커뮤니티로 전환되면 지지부진하던 위피 표준화는 물론이고 위피 활성화에 기폭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RFID포럼·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은 최근 KWISF 산하 위피표준화위원회에 모바일 RFID와 XML 규격을 도입하는 제안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 과제별 기술실무반을 구성, 위피 응용 규격 개발에 나설 전망이다.
이번 규격 제안이 주목받는 것은 그간 이동통신사가 대다수 규격을 개발해 온 것과 달리 외부 단체에서 위피 규격을 제안, 실제 규격 개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표준화위원회는 지난 1년간의 노력 끝에 개방형 커뮤니티 구조로 규격 개발 절차(WSP 2.0:WIPI Standardization Process)를 개편, 이번 작업이 새 제도의 활성화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시금석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모바일RFID포럼은 휴대폰에 RFID를 도입, 다양한 응용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위피 기반으로 개발한 API 규격 6종을 새 규격으로 제안했다. 이번에 제안된 규격은 모바일 RFID와 관련된 ‘단말 HAL API’ ‘위피 C API’ ‘자바 API’ ‘네트워크 API’ ‘접근권한관리(보안) API’ ‘보안 등급 규격’ 등 여섯 가지다.
포럼 측은 이미 전산원이 주도하는 모바일 RFID 시범사업에 참여한 SK텔레콤·KTF 등이 위피 기반의 모바일 RFID 규격을 적용해왔다는 점에서 이번에 제안된 규격이 정식 위피 규격으로 도입되는 데 큰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ETRI 측은 모바일 웹 서비스의 도입을 위해 국내 브라우저업체와 공동으로 XML 기반의 위피 응용 규격을 제안했다. 그동안 무선인터넷(WAP) 브라우저에 주로 사용해온 XML 규격을 위피 플랫폼에 도입, 브라우저뿐만 아니라 각종 응용 애플리케이션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1단계로 XML 응용 API를 제안한 것을 시작으로 XML 기반의 메시징 프로토콜 규격인 SOAP, 서비스 표현 규격인 WSDL 등을 순차적으로 제안할 방침이다.
KWISF는 그동안 위피 표준 제안 절차(WSR) 개편을 위해 사실상 1년 넘게 신규격 개발을 중단해온 상태로 외부 단체의 규격 제안을 계기로 차세대 위피 버전 개발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KWISF는 최근 모바일 RFID 포럼 및 ETRI의 규격 제안을 정식 접수했으며 내부 검토를 거쳐 다음달 이후 세부 기술실무반을 구성, 규격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표준화위원회는 위피의 호환성을 높이기 위해 최근 이통사들이 자체적으로 사용해 온 규격을 모아 필수 사항을 표준화하는 작업에도 들어갔다.
표준화위원회 관계자는 “모바일 RFID 및 XML 규격 개발은 외부 단체의 첫 규격 개발 제안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며 “자바 커뮤니티인 JCP처럼 위피 표준화위원회가 개방형 커뮤니티로 발전하려면 이 같은 규격 제안이 더욱 활성화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훈기자@전자신문, taeh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