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많은 2000여 억원을 IT쪽에 투자, 현대·기아자동차의 글로벌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데 일조하겠습니다.”
국내 최대 IT수요처 중 하나인 현대·기아차의 IT투자를 이끌고 있는 팽정국 부사장은 요즘 감회가 남다르다. 지난 6년간 준비해 온 차세대 BOM(Bill of Material)을 마침내 내년부터 전면 가동하기 때문이다. 자재명세서를 뜻하는 BOM은 제품의 생성부터 폐기까지 제품 정보와 속성을 공유하고 관리하기 위한 것인데, 자동차와 선박 같은 제조업에서는 필수 기간계 시스템으로 여기고 있다.
“도요타가 200명 인원으로 6년 걸린 것을 우리는 20명으로 6년 만에 완성했다”며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털어놓은 그는 “차세대 BOM은 경영혁신의 훌륭한 도구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서울 공대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석사, 미국 아이오대학 박사 출신인 팽 부사장은 미국 GM에서 2년간 자동차 소프트웨어 설계를 맡는 등 자동차 IT분야 전문가이다. 미국 EDS컨설턴트에서 10년간 일하다 지난 97년 한국에 들어와 삼성자동차·삼성전자 등을 거쳐 2000년부터 현대·기아차에서 일하고 있다. 차세대 BOM이 가동되면 향후 20∼30년 간은 사용할 것이라고 덧붙인 그는 “상용차에 이어 승용차 BOM도 오는 2009년부터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BOM 프로젝트가 마무리 돼감에 따라 팽 부사장은 이제 글로벌 ERP 구축에 온 열정을 쏟고 있다. 이미 현대·기아차는 미국 앨라배마와 슬로바키아 등 일부 외국 공장에 ERP를 도입, 사용하고 있는데 훨씬 규모가 큰 국내서는 내년 하반기에나 본격 운용될 예정이다.
“내년에 2000여 억원의 IT투자가 들어가는 등 현대·기아차 IT환경에 굉장히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고 설명한 그는 “IT투자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오는 2010년에는 도요타에 버금가거나 추월할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을 현대·기아차가 가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산 등 여러 곳에 흩어진 현대·기아차 공장 전부에 ERP를 도입, 가동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힌 그는 한국의 IT 경쟁력에 대해 “우리나라 IT 인력은 글로벌 업체와 비교해 언어와 의사소통 능력이 떨어진다”며 아쉬워하면서 “티맥스 같은 기업이 몇개 더 나와줘야 하며, 정부 지원도 단기 육성책 보다는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