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께 대대적인 현금자동입출금기(ATM) 교체를 앞두고 있는 주요 시중은행들의 기종선정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관련 업계에 긴장을 더해가고 있다.
내년 1만원 신권의 발행과 유통에 앞서 지난 6월부터 신기종 벤치마크테스트(BMT) 등을 진행한 시중은행들이 대부분 이달중 사업자 선정작업을 마무리 짓고 본격적인 기기 업그레이드와 교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한달간 결정되는 물량이 4∼5년만에 쏟아지는 대규모 수요라는 점에서 노틸러스효성·청호컴넷·LG엔시스·FKM 등 4개 업체가 그동안 그려온 시장구도 변화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기종선정 카운트다운=하반기 들어 KB국민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농협·우체국금융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4개 자동화기기 업체의 신제품을 대상으로 BMT를 수행하고 기종 낙점을 위한 마무리 검토작업을 진행중이다.
최대 사이트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KB국민은행은 9000대 규모의 CD·ATM을 내년 1분기까지 단계적으로 신설 또는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신규 도입 물량은 5000여 대 수준으로 예상된다. 또 농협은 중앙회와 조합을 합쳐 역시 5000여 대를 새로 도입하며, 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우체국금융 등도 상당한 물량의 새 기기 도입을 준비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외환은행은 최근 신기종 조기설치 방침을 세우고, 이달 중순까지 1500대의 교체분을 포함해 2600대의 자동화기기를 새단장하기로 했다.
◇업계의 대응과 시장구도=이미 지난해부터 노틸러스효성(유비투스3090)·청호컴넷(컴넷9000DM)·LG엔시스(이지ATM600)·FKM(K20) 등 관련 기기업계는 신권대응 기기교체 수요에 대비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사활을 건 승부를 준비해왔다. 각 사는 특히 신·구권 혼용은 물론이고, 장애인 서비스 지원 기능, 광고 화면부 장착, 강화된 보안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채용해 경쟁사와 차별화를 꾀했다.
그동안 ATM 시장은 노틸러스효성이 선두를 지키며, 청호컴넷과 LG엔시스, 그리고 FKM이 추격하는 ‘1강 2중 1약’의 지형을 나타냈다. 하지만 올해와 내년 상반기까지 도입되는 물량은 사실상 이같은 시장구도를 뒤엎을 수준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전망과 과제=대부분 은행이 연말까지 기기 교체작업을 계획중이지만 아직까지 신규 도입기종을 확정한 은행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처럼 은행이 쉽사리 결정을 못내리는 배경에는 은행 내부의 프로세스에 따른 원인도 있지만 아직까지 가격 협상테이블에서 참조할 만한 사례가 나오지 않은 점도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 입장에선 수 백억원에서 수 천억원이 소요되는 적잖은 비용이 부담이고 관련 기기 업체들도 과거처럼 원가에도 못미치는 수급구조가 재연되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선뜻 가격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ATM 업체 관계자는 “새 기기 도입으로 은행은 효과적인 금융채널 전략을 수행하고, 기기 업체들은 시장·경영환경을 개선해 시너지를 높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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