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기자의 몸소 체험기]스키드러쉬

개발: NHN

서비스: NHN

서비스형태: 클로즈베타테스트

장르: 레이싱

권장사양: 펜티엄4 1.5GHz, 메모리 256M, 지포스2 MX 440(3D가속기)

국내 게임계에서 의외로 레이싱 개발 열풍이 불고 있다. 사실 레이싱은 마니아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가장 대중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되는 장르다. 그러나 최근 추세는 단순한 속도 경쟁을 넘어 아이템으로 상대 차량을 방해하거나 각종 퀘스트로 롤플레잉 요소까지 등장하는 상황까지 흐르고 있다.

‘스키드러쉬’는 후자에 가까운 온라인게임으로 새롭고 신선한 컨셉트로 서비스만 되면 유저들의 마음을 단숨에 빼앗아 버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점은 그래픽이다. ‘스키드러쉬’의 그래픽은 카툰 렌더링이다. 일반적인 3D 모델링에 만화풍의 색감을 입혀 완성하는 것이 바로 카툰 렌더링이다. 따라서 현실 감각이 떨어지고 애니메이션의 느낌이 강하게 살아난다. 그래픽이 핵심 시스템 가운데 하나인 레이싱에서 이러한 비주얼은 사실 모험이다. 과거 일부 레이싱 작품들이 시도했으나 가상 현실을 추구하는 장르의 특성상 곧잘 유저의 외면을 받았었다.예를 들어 ‘니드 포 스피드’처럼 ‘현실의 대리만족’의 추구하는 것이 레이싱에서 가장 인정받는 윤리인 것이다. 그러나 ‘스키드러쉬’는 카툰 렌더링을 선택했다. 이러한 모험은 뛰어난 모델링과 색감으로 위험성을 극복했고 성공을 거뒀다. 부담없는 색깔과 깔끔한 선처리, 적절한 임팩트는 ‘스키드러쉬’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또 유저의 체감 스피드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만화적 요소를 거부하지 않았다. 달리는 것과 질주하는 느낌의 차이가 확실하게 구분되며 컨트롤에 있어서 괴리감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유사한 장르에 비슷한 설정의 게임이 현재 라이벌로 존재하고 있지만 그 작품보다 훨씬 뛰어난 것을 부인하긴 힘들다. 그래픽만 놓고 보면 최고의 점수를 줘도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다.게임 플레이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미션을 부여받아 도심 여기저기를 돌아 다니며 포인트와 레벨을 올리는 것이다. 차량을 이용한다는 점만 다를 뿐, 롤플레잉의 기본 플레이와 조금도 다름이 없다. 얻어진 아이템과 레벨은 차량을 치장하는데 사용하거나 성능을 향상시키는 튜닝을 할 수 있다.

이렇게 키워진 차량은 더욱 고성능을 발휘하고 더 높은 퀘스트와 더 넓은 맵을 탐험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 결국 RPG의 캐릭터 레벨업 시스템과 같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달리기’ 이기에 도심을 돌아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루하거나 짜증나는 일이 없는 것도 큰 장점이다.

기본 플레이의 다른 하나는 유저 간의 경쟁이다. 배틀존이라는 특수한 구역으로 입장해 다른 유저와 스피드 경쟁을 펼칠 수 있다. 스피드는 퀘스트 맵의 도심에서 특정한 구역을 따라 달리는 것으로 정해진다. 일종의 트랙으로 볼 수 있는데 차량에는 체력 게이지와 유사한 것이 있어 최대한 충돌을 피해야 한다. 차량이 파손되면 자동으로 수리가 되지만 일정 시간동안 속도가 40km이하로 제한된다. 스피드 모드에서 승리하면 포인트와 각종 혜택을 획득할 수 있다.이를 더욱 확대해 차후에는 길드전을 도입한다. 길드전에서 승리하면 채널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할 수 있다. 채널은 약 20개로 이뤄지며 유저들이 반드시 구입해야할 연료를 통해 세금을 거둬 들일 수 있다. 이것은 역시 롤플레잉의 공성전이 된다. 중요한 것은 이런 요소들이 레이싱 장르에 무리도 없이 녹아 있다는 점이다.

플레이의 재미도 몇 배로 늘어난다. 장르의 오버는 위험부담이 매우 크고 재미가 더욱 떨어질 여지가 있기 때문에 쉽게 공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스키드러쉬’는 위화감이 없고 별도의 모드를 통해 레이싱 특유의 체감 스피드도 확실하게 지원하고 있어 돋보인다.

이 작품의 사운드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각종 배경 음악을 둘째치고 엔진음이 예사롭지 않다. 레이싱 게임에서 엔진 소리는 전체 완성도의 ‘화룡정점’이다. 차량은 페라리인데 소리가 마티즈라면 누가 매력을 느끼겠는가. ‘스키드러쉬’의 엔진음은 많은 노력과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게임에서 SUV를 선택해 액셀을 밟으면 묵직하고 힘찬 배기음이 들려 온다. 100% 만족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국내 온라인레이싱게임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들었다.

개발진들은 현재 ‘스키드러쉬’의 2차 클로즈베타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마치 오픈처럼 완성도와 짜임새가 높고 잘 갖춰져 있다. 결론적으로 게임 자체의 문제에 대해 꼬집어 말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롤플레잉 요소를 대폭 수용한 댓가는 치뤄야 한다. 퀘스트 소비 속도가 유난히 빠른 국내 유저를 감당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에 대한 만반의 대비를 갖추지 않으면 큰 곤란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것만 주의하고 전체적인 밸런스와 완벽한 동기화만 마련되면 성공을 낙관할 게임이 바로 ‘스키드러쉬’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