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마지막까지 왔다. ‘엑스틸’ 고수 강도를 만나 산전수전도 부족해 공중전까지 다 치뤘다. 그는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종합선물세트로 각 모드를 골고루 즐겨 보자고 말했다. 어쩐지 묘한 사부의 정마저 들었던 고수 강도. 그는 모드에 따라 다른 전략을 짜야 한다고 최후의 조언을 했다.
“오늘이 마지막인데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아무래도 총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개인전과 단체전, 점령전을 한번 씩 해보죠. 종합은 이따가 말씀드릴께요.”
사부는 가볍게 말을 받았다. 그가 생각하는 총 정리가 모드를 돌아가며 하나씩 플레이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단지 고수가 나름대로 준비한 것이 분명히 있다는 생각은 들었다.
우린 게임을 깔고 서버로 접속해 게임으로 들어갔다. 참고로 매주 만나는 PC방에서 매번 ‘엑스틸’을 삭제하는 통에 만날 때마다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설치해야만 했다. 아르바이트 학생이 너무 부지런해도 탈이다.점령전은 맵에 존재하는 특별한 구역을 아군의 것으로 가장 많이 만드는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맵에는 홀수로 일정한 구역이 있고 여기에서 일정 시간을 버티면 아군 색깔로 표시된다. 반대로 적군이 아군의 점령지역에 도달하면 약 10초가 흐른 후 중립화되고 다시 10초 후 상대방으로 넘어간다. 결국 숫자가 조금이라도 많은 팀이 매우 유리한 모드가 점령전이다.
“점령전은 구역에서 전투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러면 공격과 방어가 동시에 이뤄지는 셈이죠.”
사부는 점령전의 구역을 차지하기 위해 일단 상대 구역으로 뛰어들라고 말했다. 구역에서 전투를 치르면 상대방은 쫓아 내기에 바쁘고 무모한 공격을 하기 쉽다. 총기류보단 검을 들고 육탄전을 벌이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방을 만들고 나니 갑자기 3명의 유저가 들어왔다. 별 생각없이 쫓아 내려고 하자 사부는 반갑게 인사를 했고 오늘 플레이를 도와줄 같은 길드 소속원이라고 설명했다. 이거 큰일날 뻔 했군. 간단한 인사와 함께 곧바로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사부가 설명한 것처럼 인원이 많은 편이 조금이라도 유리했다. 전투가 벌어지는 틈을 타 몰래 상대 뒤편으로 돌아 들어가는 작업도 사람이 많아야 가능했다. 또 원거리 공격 능력을 소지하면 유리하다. 적을 이끌어 내거나 점령지역 내에 고정된 위치를 담당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개인전은 도망 다니는 것이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 데미지를 많이 입은 상위권 유저를 공격하는게 주요 포인트입니다.”
개인전은 모두가 적인 험한 플레이다. 기체가 약하고 무기가 빈약하다면 결코 나서지 말아야 한다. 구석으로 숨어 다니면서 데미지를 입은 유저만 기습하는 공격이 가장 효과적이다. 또 미니레이더엔 1, 2, 3위가 표시돼 그들은 더욱 불리하도록 만든다. 기본적으로 1위를 파괴하면 가장 높은 포인트를 주기 때문에 잘해도 위험한 법이다.
고수 역시 정면대결로 마구잡이 공격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실제 강도와 길드원들이 보여주는 전투는 이미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이고, 플레이를 보여주기 위한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과열양상을 보였다. 숨 쉴 틈도 없이 돌아가는 전투에서 간혹 채팅까지 하는 모습에 질리고 말았다. 말도 하기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인간이 아니군….’
마지막 지도인 단체전의 요령은 의외였다. 사부는 떼로 몰려 다니며 한 유저만 공격하는 방법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단체전이 시작되면 특정 위치와 구역이 맞대결을 펼치는 장소로 암묵적 지정이 돼 있다.
하지만 모든 유저가 동일한 룰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단체를 이탈하기 때문에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강력한 기체라도 여러명이 동시에 공격을 가한다면 견디기 힘들다.
“의외로 효과가 커요. 다수가 몰려 다니면서 한 사람만 공격하는게 좋아요. 손해볼 것같은데 전혀 아닙니다. 헥이라도 있다면 모를까요.”고수는 여유를 부리며 말했다. 확실히 그의 말처럼 한번 파괴된 기체는 다시 등장하는 동안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출격이 자꾸 늦어지면 상대 진영을 차지하는데 큰 보탬이 된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사부는 이런 말을 했다. ‘대충하라’고. 어렵게 갈 필요없이 대충해도 된다는 것. 게임이 워낙 빠르고 격렬하기 때문에 자동 기능을 믿고 기다리면 댓가가 돌아온다는 설명이었다. 그건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길드원 모두가 공감하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 ‘엑스틸’은 메카닉 FPS 장르를 표방하는고 또 로봇 특유의 움직임을 살렸기 때문에 살짝 편리한 구석이 있어요. 그러니깐 너무 화면에 몰두하지 말고 즐기는 마음을 가지세요. 그러면 언젠가 고수가 돼 있을 것입니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