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것들은 가라.’ 다이어트 제품이 인기다. 데스크톱PC·노트북PC에서 서버와 복합기·프린터까지 크기와 무게를 줄인 제품이 줄을 잇고 있다. 시장 반응도 폭발적이다. 슬림화는 이제 히트 상품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으로 떠오른 셈이다. 주요 업체도 앞선 디자인과 기술력을 보여줄 가볍고 얇은 제품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다이어트 열풍’을 가속화하고 있다.
◇PC, 작아야 팔린다=PC 시장에서 이미 슬림형은 대세로 굳어졌다. 데스크톱PC는 갈수록 본체 두께가 얇아지는 추세다.
삼보컴퓨터가 올 초 내놓은 ‘리틀 루온’은 미니PC의 시발점. 이 제품은 크기는 A4 용지, 두께는 DVD 타이틀보다 약간 두꺼운 수준이다. 2000년 초 삼보 제품의 본체 두께가 19.3㎝, 이어 지난 2004년 8.3㎝로 10㎝ 벽을 깬 이후 초기 제품보다 폭을 5분의 1 수준인 5.8㎝로 슬림화했다. 무게도 일반 노트북PC 수준인 2.1㎏으로 경량화했다.
삼보컴퓨터 측은 “삼보의 기술력이 집약된 당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데스크톱PC”라며 “지금도 월 1000대씩 팔릴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주연테크·대우루컴즈 등이 잇따라 관련 제품을 내놓으면서 미니PC는 PC 시장의 제품 트렌드로 굳어졌다.
노트북PC도 이동성에 맞춰 더욱 슬림화하고 있다. 소니가 최근 출시한 ‘바이오TX’는 LCD 패널을 세계에서 가장 얇은 4.5㎜로 구현했다. 삼성도 A4 절반 크기에 본체 무게를 1㎏ 이하로 줄인 차세대 휴대형 PC ‘센스Q1’을 내놓으면서 슬림화 경쟁에 뛰어들었다. LG전자도 배터리를 포함해 1.1㎏ 정도의 12인치 이하 초경량 노트북PC를 선보인 이후 이를 주력으로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기업용 제품도 슬림화 가세=휴대폰·PC와 같은 소비자 제품뿐 아니라 기업용 제품에도 슬림 열풍이 불고 있다.
대표 제품이 차세대 서버 시장의 다크호스인 ‘블레이드 서버’. 공간 활용의 이점을 살린 블레이드 서버는 같은 대수 기준으로 보통 높이 20유닛(U)을 10U으로 줄였다. 점유 공간이 기존 서버의 절반 정도인 셈이다.
사무실 한 쪽을 차지하던 덩치 큰 프린터와 복합기도 설 자리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선보인 레이저 프린터 ‘CLP-300’은 잡지를 펼쳐 놓은 정도의 작은 크기로 좁은 책상 위에서도 충분한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무게도 13.6㎏으로 세계 초경량을 실현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레이저 프린터인 CLP-300은 2006년 유럽 레드닷 디자인 상을 수상할 정도로 디자인 면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스캐너도 얇아지고 있다. 엡손이 최근 내놓은 포토 스캐너 ‘엡손 퍼펙션 V10’은 두께가 41㎜로 기존 일반 스캐너 두께를 3분 1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기능과 디자인 ‘두 토끼’ 전략=무게와 크기는 제품 디자인과 맞닿아 있다. 날로 엇비슷해지는 하드웨어 시장에서 그나마 차별 요소는 디자인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슬림화는 앞선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측면에서 주요 업체가 앞다퉈 나서고 있다.
소비자도 휴대가 간편하고 공간 활용성이 높아 이왕이면 작은 제품을 찾는 추세다.
이장재 삼성전자 상무는 “지난 3월 세계 초소형 레이저 복합기를 출시한 이후 개인 사용자와 소규모 사업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어 이번 레이저 제품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앞으로 출시하는 대부분의 제품 라인업도 대부분 초소형·초경량에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