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백종진 한글과컴퓨터 사장(8)

지난해 4월 ‘씽크프리 오피스 3.0’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필자가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씽크프리 오피스 3.0’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필자가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8)오피스의 새 패러다임 `씽크프리` 인수

 세상이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실은 어느 날 문득 주변을 지배하고 있던 중요한 패러다임이 상당히 급변해 있음을 깨닫는 것은 IT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 가운데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인터넷 시대가 바로 그런 것 같다.

 필자는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06년 연례운영보고서(FORM 10-K)를 보던 중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기존의 PC기반 오피스 패키지를 대체할 수 있는 위협적인 제품으로 한컴의 ‘씽크프리’를 비롯해 웹 기반의 온라인 오피스 서비스들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었던 것이다. 내용 중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검색엔진으로 유명한 포털 서비스인 ‘구글’이 문서작성 및 표계산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것과 함께 MS오피스 제품군의 경쟁자로 등장하고 있는 점이다.

 구글은 불과 1년 전인 2005년 보고서에서는 MS의 포털 서비스인 MSN의 경쟁회사로만 소개되어 있을 뿐이었다.

 최근 들어 그 가치가 더욱 부각되고 있는 한컴의 온라인 오피스 ‘씽크프리’는 이미 5년 전인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발머가 한 외국 언론에서 잠재적인 경쟁자로 지목했을 정도로 비즈니스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던 회사였다. 이렇게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씽크프리는 원래 한컴에서 출발했다.

 지금 부사장을 맡고 있는 강태진 씽크프리 대표는 ‘아래아한글’을 개발했던 한컴 초창기 멤버로 MS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 씽크프리 전신이 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다.

 지난 1997년 IMF사태 이후 내부 사정이 어려워지자 한컴에서 독립해 미국 실리콘밸리로 건너간 강 부사장은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고 있었다. 2000년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린 씽크프리는 미국 프리즘 캐피털사와 미국 내 가장 큰 펀드인 교원연기금(TIAA)등으로부터 2400만달러나 투자를 받았을 정도로 유망했으나, 2000년대 초반 아직 브로드밴드가 발달하지 않은 미국시장에 ASP방식으로 마케팅 전략을 펼치다 투자금액 대부분을 소진했고 이사회에서는 매각하기로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이후 씽크프리 인수에 관심을 보인 기업들은 모두 해외의 대형 IT회사들이었다. 하지만 막상 실사 과정에서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모두들 돌아서고 말았다.

 이때 필자는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씽크프리를 인수해서 키워 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모든 것이 인터넷 브라우저 속에서 이뤄지는 바야흐로 ‘인터넷 플랫폼 시대’에 씽크프리야말로 한컴의 글로벌 미래전략의 핵심축이 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 뒤 한컴과 한 건물에 둥지를 틀게 된 ‘한컴씽크프리’에는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개발에 정열을 쏟아 붓던 씽크프리의 임직원이 합류했다. 다시 한컴의 식구가 된 씽크프리는 윈도, 리눅스, 매킨토시, 유닉스 등 멀티 운용체계 지원과 16개국 언어 지원 체계 등을 갖춘 신제품으로 무장, 해외 SW시장을 향한 한컴의 선봉대로서 투지를 불태워 갔다.

 jjb@haansof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