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은 무슨 일이든 빈틈없이 원칙대로 처리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조그만 일도 그러할진대 법과 규정이 있고 어기면 엄청난 책임이 따르는 전략물자 수출관리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일본 기업들은 1980년대말 도시바 사건 등으로 크게 곤욕을 치루면서 너도나도 자율관리 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전략물자 수출관리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기라면 일본 기업들은 이미 성인에 가깝다. 빈틈없는 조직체계와 규정, 수시 점검은 물론 늘 학습하며 혹시 문제되는 것이 없는지 닦고 조이고 기름칠한다. 우리나라에서 전략물자 관련 세미나를 하면 참가자의 절반 가량은 일본 기업의 국내 주재원이 차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샤프 역시 철저한 전략물자 수출관리를 자랑한다. ‘…용도, 수요자 및 거래형태로부터 무기 개발 등의 용도에 이용될 우려가 없는지에 대해서 빠짐없이 확인합니다.…’ 샤프의 기업 행동헌장과 규범에 새겨져있는 내용 중 일부다. 아예 사규에서 전략물자 관리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1912년 창업해 5만5000명의 직원과 연간 매출 2조7971억엔(약 27조원)을 기록하고 있는 샤프는 1988년부터 자율준수무역거래자(CP)를 신청하고 안전보장 수출관리 규정을 제정하는 등 전략물자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전자분야라는 사업아이템과 전세계 22개국의 거점을 갖고 있는 수출기업의 특성상 단 한번의 실수라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샤프의 관리 규정은 △조직 △해당 여부 판정 △고객·거래 심사 △행정청 허가신청 △출하관리 등 12개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임원급의 최고책임자 아래 수출관리실을 두고 전회사의 수출관리를 지도하고 있다. 특히 생산 사업본부, 영업본부 등 본부별로도 해당 본부장이 수출관리 최고 책임자 역할을 맡게 되며 기술·영업 등 대외적인 교섭을 실시하는 부문 역시 담당자를 배치하는 등 관련인원 모두에게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샤프의 전략물자 관리는 해당여부 판정에서부터 고객 심사, 거래 심사, 출하관리, 감사에 이르기까지 빈틈없이 이뤄진다. 일단 수출물품·제공기술이 전략물자에 해당되는지를 판정한 후 이 결과를 사내 인트라넷에 공개해 모두에게 숙지시킨다. 다음은 거래할 고객의 적합성을 파악하기 위해 경제성 외국 사용자 리스트, 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이 제공하는 DPL(Denied Persons List) 정보 등과 비교하는 고객심사표를 작성해 수출관리실에 제출한다. 이 모든 내용들이 DB에 저장되는 것은 물론이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거래심사와 출하관리가 기다리고 있다. △외국과의 군관련 거래 △무기 또는 그 부분품이 될 우려가 있는 관련 거래 등 7개 경우에 한해 거래심사표를 작성해야 하며 출하관리에서는 물품 통관 뿐만아니라 △물품과 기술을 탁송업체에 의뢰해 발송하거나 이를 소지하고 해외 출장갈 경우 △외국에서 오는 기술자에게 이를 제공하는 경우 △인트라넷에 기술을 게재할 경우에도 허가여부, 용도·수요자, 발송지 등을 관리대장에 꼼꼼히 기록해야 한다.
이밖에 중점 감사, 통상 감사, 간이 감사, 자기감사 등 수출관리 중요도에 따라 수준을 달리해 매년 감사를 진행하며 교육 역시 직종별·테마별 집합교육과 e러닝 교육은 물론 해외 거점에 파견된 직원에 대해서도 수시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기업의 전략물자 관리 체계와 규정도 대단하지만 전략물자에 대한 인식 자체가 너무나 철두철미해 놀랄 때가 많다”며 “우리 기업도 이 같은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인혜기자@전자신문, ih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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