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전직한 저와는 달리, 요즘 후배들은 조금 가르쳐 놓으면 대기업으로 가버립니다. 연구 인력이 절대 부족합니다. 그래도 해야죠. 연구개발!”
삼성전자 출신의 콤텍시스템 기술연구소장인 우경일 전무(51)는 중소기업이 구조적인 인력난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일정 수준 이상의 연구 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도 IT분야 중소기업들의 인력난은 어제 오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콤텍시스템도 예외일 리 없다.
이런 앓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우 전무가 합류한 2001년부터 콤텍시스템은 국산 네트워크 장비를 잇따라 개발, 외산 장비 판매 중심의 네트워크통합(NI) 업체에서 탈피하기 시작했다. 실제 2000년 초반 이후 콤텍시스템의 매출 중에서 자사 제품 비중이 10%에서 20%로 늘어났다. 앞으로 30∼40%까지 늘리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매년 5건 이상의 발명 특허 출원하는 등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우 전무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사건 한가지.
통신사업자들이 댁내광가입자망(FTTH) 장비를 선택하던 시점에 통신사업자로부터 ‘출입 금지’라는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아파트 같은 집단 주거 형태가 발달한 국내에서는 수동형광네트워크(PON)보다 능동형광네트워크(AON)의 경쟁력이 더 높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다수 통신사업자들은 PON 방식으로 기운 상황이었고, 계속 AON의 효용성을 주장하는 우 전무가 달갑지 않던 모양이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환경에는 AON이 좋습니다.”
‘갈릴레오 우’라고 불러야 할참이다. 하지만 우 소장은 PON 장비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연구원이 아닌 콤텍시스템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이기 때문이다.
출입 금지 사태까지 불러 왔던 AON 장비는 결국 해외에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 80억원을 수출했으며, 올해도 일본 NTT 등에 추가 공급키로 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최근 광가입자망 구축이 본격화되면서 한성아파트 등 국내 특등급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AON 장비 도입이 빠르게 확산될 조짐이다.
우 전무는 콤텍시스템에 합류한 뒤 L2∼7까지 각 계층별 각종 스위치 개발을 시작으로 AON, PON 등 광전송장비, 인터넷기반 시분할 멀티플렉싱(TDMoIP) 게이트웨이 개발 등을 주도해 왔다. 이들 개발 제품 대부분이 국내는 물론 일본, 중동, 러시아 등 세계 각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우경일 전무는 “팀워크 및 인간 관계 중시의 연구소 경영을 통한 연구성과 극대화 및 국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게 연구소 운영 방침”이라며 CTO 역할을 표현 했다.
홍기범기자@전자신문, kb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