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기업]유영민 신임 한국SW진흥원장

4대 소프트웨어진흥원장에 취임한 지 2주가 안 되는 유영민 신임원장은 “SW산업 발전을 위한 큰 줄기는 마련됐으니 그 안에 들어갈 속살을 충실히 채워넣겠다”는 실천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4대 소프트웨어진흥원장에 취임한 지 2주가 안 되는 유영민 신임원장은 “SW산업 발전을 위한 큰 줄기는 마련됐으니 그 안에 들어갈 속살을 충실히 채워넣겠다”는 실천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마시멜로 이야기’가 있다. 오늘의 욕망을 참으면, 눈부신 내일을 맞이 할 수 있다는 거다. 유영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장을 보면 이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는 단구다. 하지만 강단 있다. 자신감도 넘친다. 그의 자신감은 프로페셔널리즘으로 무장한 전문성에서 나온다. 그를 아는 사람은 누구나 “전문가적 냄새가 풀풀 난다”고 한다.

96년 LG전자 CIO에 오르며 ‘1세대 CIO’라는 닉네임을 단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당시만 해도 CFO가 CIO를 겸직했다. 하지만 그는 이 관례를 깨고 독립 CIO 시대를 처음 열었다. 그의 전문성은 지독할 만큼의 무서운 열정에서 나온다. 그는 무얼 하든 허투루 하지 않는다. 한번 하면 끝장을 본다. 스스로도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한다. 79년 부산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막 LG전자에 들어갔을 때다. 수학을 전공한 그는 전산실에 들어가 처음 컴퓨터와 접했다.

. 그런데 그 컴퓨터가 너무 재미있었다. 특유의 ‘집중’이 발동했다. 당시 회사 앞 여관방에서 생활하던 그는 거의 매일 별을 보고 출퇴근했다. 여관방에 들어와 누워도 낮에 풀지 못한 컴퓨터 로직이 천정에서 아른 거렸다. 천장 전체를 로직 삼아 프로그램을 짜다가 때로는 낮에 못풀었던 버그(에러)를 잡기도 했다. 그럴때는 “왜 이리 통금 해제가 더디나”며 안달하곤 했다. 버그를 잡고, 문제를 해결하던 이 때의 쾌감과 희열을 지금도 그는 기억하고 있다. 영어 매뉴얼이 대부분이던 당시에 입사 1년만에 한글 매뉴얼을 만들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한것도 순전히 이같은 집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끝장’을 보는 건 컴퓨터 뿐만이 아니었다. 대학 때도 그랬다. 이번엔 음악이 그를 사로잡았다. 공부는 뒷전이고 음악에 푹 빠져 살았다. 대학 내내 합창단으로 있었으며 컨덕터(지휘자) 활동도 했다. 부산시에 찾아가 합창단 창설을 건의해 창립멤버가 되기도 했다. 전공을 음악으로 바꿀까 하는 생각도 수시로 했다. 지금도 그는 LP판을 수백장 가지고 있는 음악 마니아다. 집안에 음악적 피가 흐르는지 그의 두살 아래 동생은 가요 ‘애모’를 작사작곡한 유영건 숭실대 실용음악과 교수다.

열정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문성과 함께 그를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키워드가 바로 신뢰와 절제다. 20년 넘는 LG생활 중 중동 붐과 벤처 붐 같은 커다란 외부 유혹이 있었지만 그는 결코 LG를 떠나지 않았다. 맡겨진 일을 철저히 잘 해야 더 큰 일이 돌아온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 그의 이런 신념은 자연 보스의 신임으로 되돌아왔다. 더 큰 일이 계속해서 맡겨졌음은 물론이다. 이런 뚝심과 신뢰를 믿었기에 LG는 90년대 중반 IT시스템을 통째로 바꾸는 거사를 기꺼이 그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눈앞의 달콤함에 빠지지 않고 충실히 내일을 준비한 결과였다. 마치 마시멜로 처럼. 27년간 한우물을 달려온 그는 IT를 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물론 좌절의 순간도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그는 굴하지 않고 좌절을 오리혀 ‘가장된 행운’으로 여기며 일을 즐겼다.

4대 소프트웨어진흥원장이 된지 이제 채 2주가 안되는 그는 진흥원이 가야 할 길을 분명히 알고 있다. “SW산업 발전을 위한 큰 줄기는 마련됐으니 그 안에 들어갈 속살을 충실히 채워넣겠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정의부터 시작해 우리가 정말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가 뭔지 등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나갈 작정이다. 내부적으로는 SW진흥원을 재미있고 활력있는 조직으로 만들 생각이다. 지난날 무서운 열정으로 무장, 음악과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지휘했던 그가 이제 그 열정을 가지고 SW강국 코리아 지휘에 나선다.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

◆지인들이 말하는 유원장

소탈, 강직, 절제, 추진력..... 유 원장과 10년, 20년 넘게 교류해온 지인들이 대체적으로 유원장에게 내리는 평가다. LG전자가 오라클 ERP를 사용해 10여년전 부터 유 원장과 알고 지내온 윤문석 시만텍 사장 이자 전 오라클 사장은 대뜸 “부러지면 부러졌지 절대 휘는 사람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화를 들려줬다. “LG가 오라클 ERP를 도입할때 비즈니스 하려고 사전에 만나려 했지만 도대체 만나주지 않았다. 결국 프리젠테이션 하는 날 처음 봤다”고 소개했다.

보안솔루션업체 유니포인트의 손지웅 사장은 “소탈하고 정직하며 무엇보다 추진력이 대단하다”면서 “자기가 할 이야기를 정확히 똑 부러지게 이야기하며, 결코 두루뭉실히 말하는 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얼핏 보면 무서워 보이지만 굉장히 자상하고 검소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랫동안 LG에서 함께 생활했던 엄광영 LG CNS 부장은 “판단이 굉장히 빠르다. 판단하기에 앞서 가지고 있는 광대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바탕으로 많이 숙고한다”고 전했다. 섣불리 결정하지 않고 숙고하다가 일단 결정이 나면 바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CIO포럼을 개척 한 것을 예로 들며 “새로운 것을 겁없이 개척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세운 민간연구소인 RIST 소장으로 있는 유경렬 씨는 “굉장히 객관적이며 진취적이고 추진력 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포스코가 업무혁신(PI) 할 때 LG를 벤치마킹 하면서 유원장을 알게됐다고 밝힌 유 소장은 “프로젝트 추진 할 때 보니 굉장히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추진하더라”고 소개했다. 금성사 시절부터 알고 지냈다는 김수용 아이티플러스 사장은 “공과사를 확실히 구분하고, 원칙을 가지고 끝까지 밀어 붙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