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찾아서]ETRI 게임기술개발센터

ETRI 게임기술개발센터 양광호 센터장(앞줄 왼쪽에서 두번째)과 연구원들이 멀티 플랫폼 연동형 게임시범 콘텐츠를 시연해 보고 있다.
ETRI 게임기술개발센터 양광호 센터장(앞줄 왼쪽에서 두번째)과 연구원들이 멀티 플랫폼 연동형 게임시범 콘텐츠를 시연해 보고 있다.

‘온라인 게임 산업 기술 아이템의 레벨 업 충전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디지털콘텐츠 연구단의 게임기술개발센터(센터장 양광호)를 이르는 말이다. 이 센터에서 차세대 게임 관련 R&D에 푹 빠져 사는 인력은 40여명. 모두가 ‘게임 도사’다. 최근의 게임 기술 동향과 상대제품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생활 자체가 게임 R&D다 보니 자연스레 빚어진 결과다. 콘텐츠와 소스코드, 기획 방향 등을 모두 꿰뚫고 하는 게임이기에 게임 실력이 만만치 않다. 국내 게임 동호회 어디를 내놔도 따라 올 수 없는 경지에 올라 있다는 것이 양 센터장의 귀띔이다. 실제 이 센터 연구원들은 여러 게임 동호회에서 상위 랭킹을 석권하고 있다.

◇매트릭스형 가상현실 구현이 목표=오는 2015년께면 ‘매트릭스’ 등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가상현실 세계가 구현될 것이라는 것이 양 센터장의 전망이다. 가상현실 세계에서 각자의 분신을 관리하며 주민세를 내고, 다양한 콘텐츠를 통한 비즈니스까지 모두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양 센터장은 “그러한 매트릭스형 가상현실 세계를 구현하기 위한 초석을 놓고 있는 중”이라며 “우선 오는 2008년께면 3차원 게임 캐릭터의 표정과 근육 모델링, 입술 움직임 등이 자연스레 구현되는 경지에 다다르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ETRI는 올해부터 오는 2008년까지 1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수백만명까지도 동시 접속이 가능한 게임 서버 △실사 수준의 멀티 플랫폼 연동기술 △영화같은 게임 영상 기술 등을 세부 내용으로 하는 멀티코어 CPU 기반 HD급 게임기술 개발에 몰입하고 있다.

◇2D서 3D로 진화 계기 만들어=게임기술개발센터는 지난 2001년부터 2002년까지 2년간 온라인 3D엔진을 국내 처음 개발, 2003년부터 보급에 나서며 3D게임 시대를 활짝 열었다.

지난해에는 PC와 콘솔, 모바일 단말기 모두에 탑재 가능한 멀티 플랫폼 연동형 게임기술을 선보이며 콘텐츠 공급자(CP)들의 관심을 모았다.

이범열 HD게임연구팀장은 “현재 게임 CG는 2000년 극장에서 상영되던 애니메이션 급까지 구현하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며 “조만간 극장에서 보는 해상도나 동작 등과 별반 차이가 없는 제품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특히 이 센터는 게임 출시 전 1주일 가량 제품과 서버를 테스트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최근엔 엔씨소프트와 웹진 등의 게임업체 제품을 대상으로 α와 β테스트를 대행했다.

◇국내 영화· 드라마 CG 작업 거점=국내 영화에 들어가는 CG작업의 상당 부분을 경기도 분당에 있는 ETRI 게임기술지원센터에서 수행했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비롯한 내년 개봉 예정인 ‘중천’과 김종학 프로덕션이 제작중인 TV드라마 ‘태왕 사신기’의 군중신을 디지털 액터에 심어 실제 사람이 움직이는 것과 똑같이 재현하고 있다.

여성게임개발 기반 확대를 포부로 삼고 있는 김준애 연구원(28)은 “어린 아이들도 밝고 명랑하게 사이버 공간에서 뛰어 노는 세계를 구현하고 싶다”며 “연구원들이 게임 도사이긴 해도 중독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양 센터장은 “게임 산업은 대부분의 디지털콘텐츠가 그러하듯 비즈니스 모델과 컨버전스 현상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인프라와 네트워크, 단말 부문과의 협력이 필수”라며 “우리 나라가 온라인 게임 부문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정부를 비롯한 인프라 사업자와 CP, 단말기 제조자 등이 머리를 맞댈 구심점이 절실하다”며 나름대로 아쉬움도 토로한다.

그렇지만 이들이 있는 한 영화 매트릭스형 가상현실 세계 구현은 머지 않은 듯하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