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가 비자금 조성여부를 수사하기 위해 6일 외환은행 본점 IT사업본부와 LG CNS 본사 금융사업본부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2003년 외환은행 차세대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타 IT업체로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관련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수사의 단초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매입에서 비롯됐지만 검찰이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의 비자금 조성을 조사하며 수사의 돋보기를 과거 차세대 금융시스템 전산장비 납품비리 여부에 들이대는 바람에 엉뚱하게도 불똥이 IT업계로 튀게 됐다.
2003년부터 시작돼 작년 초에 개통 완료된 차세대 금융시스템 구축은 주사업자로 선정된 LG CNS를 중심으로, 한국IBM이 주전산기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기엔 큐로컴(옛 FNS닷컴)의 코어뱅킹 솔루션과 오라클의 계정계 데이터베이스, BEA시스템즈의 미들웨어 등도 포함돼 있다. 또한 PMO를 담당한 베어링포인트, 외환시스템 구축을 담당한 삼성SDS 등 적잖은 IT업체들이 전체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 간여했다.
당시 외환은행 차세대 프로젝트는 메인 프레임으로 운용되던 주전산시스템을 유닉스시스템으로 다운사이징하는 국내 시중은행 최초의 사례인 데다 2002년 베어링포인트의 사전 컨설팅을 시작으로 2년여 동안 총 7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사실상 당시 프로젝트의 주관사는 LG CNS인 데다 검찰의 수사 방향이 외환은행과 LG CNS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타 IT업체의 부담은 거의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검찰이 프로젝트와 관련한 수사대상 확대 의지를 보임에 따라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업계는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관련 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직원들의 사기 저하다. 검찰이 범죄 사실을 확인한 상황에서 확정적인 증거수집 차원이 아닌 비자금 조성의 단순 의혹차원에서 단행한 압수수색이기 때문에 의혹은 시간이 지나 해소되겠지만 검찰 수사의 타깃이 된 상황에서의 직원 사기 저하는 막을 수 없다.
LG CNS 측은 “시스템통합 관련 프로젝트 수행규모가 200억원대 수준으로 전체 규모에 비해 그리 크지 않고 정상적인 경쟁입찰 방식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돼 문제될 게 없겠지만 압수수색 이후 직원들의 사기저하는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대규모 농협중앙회 차세대시스템 구축을 위한 시스템통합 부문 입찰을 목전에 두고 있어 분위기 침체는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당사의 경우 추가 프로젝트를 통해 외환시스템 구축 사업을 수주, 단독으로 사업을 진행해 이번 건과는 무관하다고 판단되지만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검찰의 수사확대로 업계 전반의 분위기는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훈기자@전자신문, jh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