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눈곱만큼, 가입자 손톱만큼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이통 3사 합법 보조금 지급 추이

 이동통신 가입자 유치경쟁 구도가 지난 8월 이후 사뭇 달라진 양상을 보이고 있다. 8월은 불법보조금 출혈경쟁이 전례없이 자취를 감췄던 시기. 이에 따라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대표 김신배)은 7일 마침내 합법 보조금 규모를 대폭 축소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유례 없는 시장안정화 시기로 평가받았던 지난달 이동통신 3사 모두 신규 가입자 대폭 축소 및 기기변경 가입자 증가라는 특징적인 모습을 보여 이 같은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상반기 통신위원회의 대규모 과징금 폭탄세례에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마케팅비용에 이중고를 겪었던 3사가 결국 ‘제로섬’ 게임을 피하기 위해 가을 이후 비용 줄이기에 본격 나서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합법 보조금 인하 경쟁 촉발되나=SK텔레콤은 내달 11일부터 합법 보조금 규모를 대폭 축소키로 했다. 지난 4월 새 보조금 제도가 시행된 후 SK텔레콤이 한 차례, KTF·LG텔레콤이 각각 두 차례씩 경쟁적으로 높여왔던 보조금을 사실상 처음 줄이는 조치다.

 SK텔레콤은 약관상 월 사용요금 7만원 이상 초우량 가입자에 한해 보조금을 1만∼4만원 인상하는 반면에 대다수 가입자가 포진한 7만원 미만 고객에게는 2만원씩 깎기로 했다. 겉으로는 장기 우량 가입자 혜택을 늘렸지만, 결과적으로는 합법 보조금 축소다. SK텔레콤의 마케팅 비용은 지난 1분기 전체 매출 대비 17.3%에서 지난 4월 이후 22.7%로 급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입자 유치 효과는 미미했고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400억원 이상의 대규모 과징금도 물어야 했다.

 이번 조치는 합법 보조금이라도 줄여야만 경쟁에 대비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KTF·LG텔레콤 후발 2사는 조심스럽게 시장추이를 관망하는 가운데 SK텔레콤의 진의가 ‘합법 보조금 축소-불법 보조금 지급 여력 확보’로 이어질지 지켜본 뒤 맞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장안정화 이어질까=지난 8월 가입자 쟁탈전이 잦아들었던 탓에 3사 모두 신규·전환 가입자 규모는 급감했다. 순증 가입자는 평월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5만명도 채우지 못했다. 대신 특징적인 양상은 합법 보조금이 집중되는 기기변경 가입자 규모가 3사 모두 크게 커졌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보조금 합법화 이후 전체 보조금 지급건수의 85%에 육박했던 기기변경 건수가 차츰 줄어들기는 했으나 지난달까지도 여전히 7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합법 보조금 지급규모를 계속 유지해서는 비용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는 게 이번 인하조치의 배경인 셈이다. KTF도 지난 4월 전체 합법 보조금 지급건수 가운데 기기변경이 70% 선에 이른 뒤 7월 처음으로 신규·전환 가입건수보다 적은 40%까지 내려왔으나, 8월에는 다시 54% 수준으로 올랐다.

 3사 가운데 특히 기기변경 가입자 보조금 건수가 가장 적었던 LG텔레콤도 전체 합법 보조금 지급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6월 20%에서 7월에는 24%로, 8월에는 다시 32%로 껑충 뛰었다. 불법 보조금이 위축되는 시장안정화 시기에는 결국 합법 보조금이 몰리는 기기변경 규모가 높아지는 형국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안정화가 바람직하지만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기기변경 보조금이 높은 점은 부담스럽다”면서 “출혈경쟁은 원하지 않더라도 시장고착화 구도를 깨려는 사업자가 등장하면 또 다시 불법 보조금 경쟁이 재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