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극도로 부진했던 기업의 설비 투자가 정부 예상대로 살아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산업자원부가 집계한 200대 기업의 상반기 설비 투자는 당초 계획의 79.4%인 21조9302억원에 그쳤다. 정부는 하반기 전자부품·석유화학·일반기계·자동차 등의 투자 호조 지속과 정보통신 부문 신규 투자 확대로 27조1360억원의 설비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국내외 경기 상황과 기업 여건을 고려할 때 지나친 낙관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반기 투자, 당초 계획의 80% 수준=200대 기업의 올 상반기 설비 투자 규모가 당초 계획의 80%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표 업종인 자동차·조선·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을 비롯, 대부분 업종에서 계획대로 투자가 진행되지 못했다.
업종별로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계획에 비해 35.5%나 줄었다. 금액으로는 2조1000억원에 이르렀다. LG필립스LCD가 공급 과잉을 이유로 설비 투자 계획을 4조2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조정한 영향이 컸다.
반도체도 당초 계획(5조7000억원)에 비해 1조원이나 줄인 4조7000억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다. 자동차(-36.1%)·정보통신(-56.1%)·전자부품(-23.9%)·석유화학(-34.2%)·정밀화학(-29.9%) 등 대부분 업종이 계획 달성에 실패했다. 제조업 전체로는 5조원가량(-25.3%)이 덜 투자된 셈이다.
◇하반기 투자 확대 가능할까=이재훈 산자부 산업정책본부장은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업종에서 투자 계획이 지연된 면이 있지만 연간으로는 당초 계획(50조1608억원)에 근접한 49조662억원 수준의 설비 투자를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디스플레이 2조원, 반도체 1조원, 자동차 9000억원으로 3대 업종의 하반기 이월된 투자액만 합쳐도 4조원에 육박한다”고 설명했다.
산자부는 금액 기준으로 전자부품·석유화학·일반기계·자동차 등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투자 확대가 지속될 업종으로 꼽았다. 상반기 부진했던 정보통신은 DMB·와이브로 등 신규 서비스에 따라 하반기 투자 확대가 가능한 업종에 포함됐다.
반면에 디스플레이 업종은 TV 시장의 성장세 저조로 일부 기업의 8세대 투자 연기·축소 영향으로 투자액이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투자 유인정책 강화해야=풍부한 기업 유동성을 바탕으로 내부 유보에 의한 재원 조달 비중은 2004년 69%에서 지난해 73%, 올해는 75%로 높아졌다. 기업이 자금은 많지만 투자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다.
산자부는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 등 투자 지원 세제의 연장·확대를 재경부와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또 수도권 입지 규제 완화와 정책 자금 금리 인하 등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방침이다.
이 본부장은 “주요 업종의 중장기 세분화된 투자 유망 분야를 제시하는 한편 기업 애로·투자 장애요인을 분석해 규제 완화, 인프라 구축, 제도 개선을 강화하겠다”며 “오는 19일 ‘투자 활성화를 위한 민관전략회의’를 통해 더욱 구체화된 기업 투자 확대 정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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