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DMB `길안내` 연내 상용화 불가능

 지상파DMB 기반의 교통여행자정보(TPEG) 서비스의 연내 상용화가 불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그동안 초기 TPEG 서비스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쳐온 KBS-현대자동차 컨소시엄과 MBC-SK주식회사 컨소시엄의 전략 변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DMB 표준화를 진행해온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는 최근 산하 DMB프로젝트그룹(의장 이상운)을 통해 그동안 논란이 돼온 ‘TPEG 서비스용 암호화 표준’에 대해 회원사 표결을 실시, MBC 진영과 TPEG포럼이 주장해온 ‘TPEG CAS 규격’과 KBS 진영이 제안한 ‘스크램블러를 이용한 암호화 방식’을 모두 표준으로 채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DMB프로젝트그룹는 이날 교통정보 서비스만을 위한 암호화 표준을 배제하고 향후 DMB의 잠재적 부가서비스까지 모두 포괄하는 이른바 ‘DMB CAS’만을 인정키로 의결했다.

 CAS는 돈을 치른 시청자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토록 제어하는 수신제한시스템. 유료 서비스를 위해선 필수적인 솔루션인 셈이다. 지상파DMB의 TPEG 서비스는 무료 방송인 지상파DMB의 수익 모델로 기대를 모아 왔다. 나아가 현재 이동통신망 기반의 텔레매틱스 시장을 위협하는 새로운 도전 방식으로 시장 변화의 눈으로 여겨져 왔다.

 ◇올해 지상파DMB 텔레매틱스는 없다=KBS 진영과 MBC 진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각각 TPEG 상용화를 준비해 왔다.

 KBS는 올해 초 현대자동차·KTF 등과 제휴를 발표했으며 MBC도 SK(주)와 연계한 진영을 구축했다. 두 진영은 지상파DMB 기반의 교통정보 서비스를 위해 암호화 기술은 물론이고 이를 구현한 지상파DMB 단말기까지 개발을 끝냈다. 표준으로 인정만 되면 바로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번 결정으로 두 컨소시엄 진영은 DMB CAS를 적용한 새 서비스를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DMB CAS는 아직 구체적인 규격도 미정일 뿐 아니라 이를 지원할 방송 시스템 장비도 개발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상파DMB 관계자는 “올해 교통정보 서비스 상용화는 99%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에 경쟁 관계인 위성DMB사업자 티유미디어는 기존 이르데토액세스의 CAS를 앞세워 11월 TPEG 상용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긴박했던 투표장=이번 결정은 향후 지상파DMB의 부가서비스를 제어하는 CAS를 정한 것으로 의미 있다. 그만큼 사업자와 제조사 간 논리 공방이 치열했다. 결국 DMB CAS 단독 채택(1안), DMB CAS와 TPEG CAS 동시 인정(2안) ,KBS진영이 제안한 암호화 방식까지 포함한 3개 표준 채택(3안) 등 세 가지를 놓고 투표를 진행했다.

 이상운 DMB프로젝트그룹 의장은 “투표권을 가진 23개 기관과 사업자가 참여해 DMB CAS로 의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부는 기술고시에서 TTA의 사업자 표준을 따르기로 명시하고 있어, 이번 의결은 사실상 강제력을 갖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날 표결에는 TTA·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KBS·MBC·SBS·YTN·삼성전자·LG전자 등 기관·사업자·제조업체가 참가했다.

 유효표 22표 중 DMB CAS 단독 채택안이 14표를 얻었다. 2안은 8표, 3안은 0표였다. 업계에선 KBS·현대차 등이 자신의 규격 채택이 어려워지자 MBC 진영 견제를 위해 DMB CAS 단독 채택안을 지지한 것으로 분석했다.

 일각에선 이번 TTA의 결정에 따른 KBS와 MBC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 곳 중 한곳이라도 이번 결정을 무시하고 상용화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