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전자산업을 60년간 주도해 온 소니의 기술력에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소니는 6일 저녁 ‘레이저 다이오드’ 양산 시 품질 불량이 발생해 유럽지역 PS3를 비롯한 제품 출시를 최대 4개월 미룬다고 발표했다.
소니는 이로써 전자 제조 명가의 명성은 물론이고 흑자 경영 반전 기조에 심각한 타격과 △차세대 DVD 시장 입지 약화 △차세대 게임 콘솔시장 점유율 하락 등을 겪을 전망이다. 노트북PC용 배터리 리콜에 이은 또 다른 악재가 기술의 대명사였던 소니의 입지에 치명적 손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소니 명성 균열, 부활 노력 찬물=부품 양산 시 발생한 오염문제는 결국 PS3 출시 지연을 가져왔고 이는 지난달 발생한 소니 배터리 리콜 사태와 함께 전자 제조 분야의 세계적 명가인 소니의 신뢰를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보인다.
구타라기 겐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 최고경영자(CEO)는 소니 기술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인정하며 “PS3 출시 지연은 회사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분기 흑자 전환으로 막 회복하기 시작한 소니 전체의 경영을 악화시킬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소니는 매출 상당 부분을 게임 콘솔 판매에서 얻고 있으며 최근 몇년간 게임 콘솔이 견조한 매출을 달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니는 지난 분기에 평판TV·디지털카메라 등의 매출 증가에 힘입어 4년 만에 1조2809억엔(약 10조5000억원)의 가전부문 흑자를 달성했으며 1년 만에 흑자 전환을 실현했다. 본지 7월 28일자 20면 참조
◇블루레이 포맷 확산 장애=이번 사태는 HD DVD와 블루레이 간의 차세대 DVD 표준 전쟁에도 악재다.
업계는 △막대한 잠재 수요 △599달러에 게임 콘솔과 블루레이 디스크 플레이어를 함께 구매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블루레이 디스크 드라이브를 내장한 PS3를 블루레이 표준을 확산시킬 주요한 수단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PS3 출시 연기로 그동안 소니의 블루레이 디스크 쪽으로 기울었던 차세대 무게중심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는 분석까지도 가능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니·파이어니어·델과 대부분의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11월로 예정된 PS3의 판매를 기다렸지만 유럽에서 크리스마스 등 판매가 집중되는 기간을 놓치면서 블루레이 포맷 확산에 장애가 발생하게 됐다고 전했다.
◇게임 콘솔 시장에서도 타격=소니는 마이크로소프트(MS), 닌텐도와의 차세대 게임기 경쟁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됐다. MS는 이미 지난해 말 차세대 게임기 ‘X박스360’을 출시했으며 닌텐도는 ‘위(Wii)’를 오는 4분기 휴가 시즌을 겨냥해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어서 차세대 게임기 전쟁에서도 예정된 PS3 출시 지연은 치명적이다.
FT는 이번 연기로 MS와 닌텐도가 시장을 점유할 시간을 벌게 됐으며 X박스360과 위의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의 가전 관련 전문 블로그 테크다이제스트는 “소니는 급격한 판매 증가가 예상되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놓칠 수밖에 없을 것”이며 “PS3를 구매하기 위해 X박스360 등 라이벌 게임 콘솔 구입을 미뤄온 소비자에게 타격을 주게 됐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함께 PS3의 핵심 칩인 ‘셀 마이크로 칩’을 공급하는 소니 반도체 부문과 PS3에 내장된 블루레이 디스크용 영화 타이틀을 판매할 소니픽처스도 PS3 출시 차질및 연기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했다.
소니는 오는 11월 미국과 일본에서만은 PS3를 예정대로 출시할 계획이나 공급 물량이 30만대 정도에 그쳐 소비자 반발이 예상된다.
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