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VC)업계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 신규 유망투자처, 지지부진한 코스닥 시장 그리고 잇따라 터진 악재로 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가 현재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투자처 발굴. 투자여력은 있지만 확실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겠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8월말 기준으로 벤처캐피털업계가 보유한 자금 규모는 364개 펀드에 3조7414억원에 이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휴대폰과 디스플레이 산업이 성숙기에 진입한데다,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로봇·유비쿼터스 등 차세대동력산업도 좀처럼 수익모델로 연결되지 않아 투자를 못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표적인 자금회수(Exit) 시장인 코스닥마저도 좀처럼 상승세를 타고 있지 않은데다 최근 우회상장 요건이 대폭 강화된 것도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바이오·DMB 등 테마주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대형주 이외에는 마땅한 테마주가 나타나지 않은 것도 투자수익률을 높이는데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업은행의 공격적 벤처투자에 대한 불만도 높다. 그렇지 않아도 투자처가 없는 가운데 산은과 투자경쟁을 붙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면서, 투자단가가 높아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올 초 모 벤처캐피털업체가 투자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는 등 연이어 터진 벤처캐피털 관련 악재도 업계의 힘을 빠지게 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이미 벤처캐피털업계로의 자금 경색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초 지난달 결성 예정이었던 모태펀드 출자 12개 벤처펀드 가운데 예정대로 결성된 것은 2개에 불과했으며, 1개월의 연장기간이 주어진 현재까지도 최종 결성이 확정된 것은 7개 펀드에 그쳤다. 모태펀드를 관리하는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시장상황이 썩 좋지 않아, 투자자를 설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가 투자 의무비율에 쫓겨 투자를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수익률이 낮은 검증된 벤처에만 투자가 쏠리게 된다”며 “다시 프리IPO(상장 직전) 벤처기업으로만 자금이 몰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체의 관계자는 “국내 시장이 침체되면서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면서 “해외 시장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