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올 가을시장 ‘다크호스’

‘블록버스터 하나도 무섭지 않다.’ 메이저업체들이 막강 자금력을 바탕으로 블록버스터 대작들을 잇따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 개발사들은 참신한 기획력에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이들 개발사중엔 전작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의 후속작이 많아 올 가을 모바일시장에 강력한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불멸의 용병’으로 RPG 개발력을 인정받은 엔소니는 ‘드래곤슬레이어’와 ‘이터널사가’의 두번째 이야기를 내놓는다. 엔소니의 한 관계자는 두 작품 다 전작의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중점을 두고 개발했다고 밝혔다.

‘드래곤 슬레이어2’는 전작의 턴제를 벗어나 액션RPG 기반에 파티플레이를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이터널사가2’도 전작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시나리오 보강 및 아이템 옵션의 다양화, 맵 타일의 효율적 활용 등의 단점을 개선하고 게임의 자유도를 높였다.

지오스큐브는 ‘북천항해기’의 두번째 시리즈를 선보인다. 방대한 스케일과 탄탄한 스토리로 호평을 받았던 전작의 명성을 그대로 잇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전작과의 이질감을 최소화하는데 중점을 두었으며 동료 NPC 시스템 등을 도입한 것이 눈에 띈다.

‘정무문’으로 명가반열에 오른 픽토소프트는 ‘정무문’시리즈 세번째 이야기로 인기몰이에 나선다. 이 작품은 ‘정무문’ 시리즈의 장점인 액션성, 속도감, 타격감을 더욱 살린게 특징. 올 하반기 중에 출시가 목표지만, 이통 3사의 동시 출시를 희망하고 있어 론칭 시기는 다소 유동적이다. 픽토는 이와함께 새로운 킬러 타이틀로 유교, 불교, 도교를 합친 거대한 세계관을 가진 RPG ‘만귀토벌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미 게임성을 검증받은 온라인·콘솔 게임을 라이선스해 시장을 공략하려는 개발사들도 많다. 이러한 컨버팅 작품들은 원작의 느낌만 충실히 살려낸다면 온라인 유저나 콘솔 유저층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먼저 엠조이넷은 하반기 ‘영웅온라인’ 등 엠게임의 히트작들을 라이선스한 작품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엠조이넷은 또 횡스크롤 MMORPG인 ‘귀혼’을 모바일 버전으로 출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중소개발사는 아니지만 한국시장에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게임로프트도 올 하반기 많은 작품을 내놓으며 성공적인 연착륙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 중 1980년대의 추억의 명작인 PC 콘솔 게임 ‘페르시아 왕자2-전사의 길’을 모바일로 출시하는 것이 눈에 띈다. 게임로프트측은 ‘페르시아 왕자3-두개의 왕좌’도 10월 중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모바일 게임은 참신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독특한 기획력과 탄탄한 개발력이 밑바탕에 깔려있다면 블록버스터들과의 정면 승부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메이저들의 블록버스터냐의 압승이냐, 아니면 기획력으로 승부하는 중소 개발사들의 선전이냐, 가을 모바일 시장 경쟁 열기가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모바일게임 시장의 성수기인 가을 신학기가 찾아오면서 서비스프로바이더(SP)인 이동통신업체들의 물밑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메이저 콘텐츠공급업체(CP)들의 블록버스터 경쟁의 이면에는 SK텔레콤과 KTF 등 이통사들이 깊게 관련돼 있다.

더욱이 이들 이통사는 장기 침체에 빠진 모바일 시장을 다시 활성화하기 위해 이번 가을에 네트워크 게임을 전면에 내세워 다시한번 대대적인 프로모션에 나설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작년 봄 3D게임서비스인 ‘지팡’(KTF)과 ‘GXG’(SKT)로 전면전을 벌였던 두 회사로선 네트워크게임으로 또다시 피할 수 없는 자존심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선공에 나선 것은 KTF. 지난 상반기말 컴투스가 개발한 국내 첫 실시간 모바일 MMORPG ‘아이모’를 출시한 KTF는 이 게임이 어느정도 성공한 것으로 판단, 네트워크 게임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이 회사는 특히 네트워크 게임 활성화의 성공이 가격에 달려있다고 보고, ‘아이모’에 적용한 월 저가정액제(4900원)를 내세워 바람몰이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KTF에 선공을 빼앗긴 선두 SKT역시 올 가을을 기점으로 대반격을 노리고 있다. SKT는 모바일 네트워크게임 사업이 콘텐츠의 질에 달려있다고 보고, 현재 컴투스·게임빌 등 메이저 CP들에 대한 개발비 지원을 통해 수 십종의 네트워크 게임 개발을 진행중이다.

이 회사 조용보부장은 “올 10월을 목표로 10여종의 네트워크게임 라인업을 추진중”이라며 “향후 전사적으로 네트워크 게임에 집중 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네트워크 게임이 충분히 통할만한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총 20종의 네트워크게임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양대 모바일게임 SP인 SKT와 KTF가 네트워크게임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프로모션에 나섬에 따라 올 가을을 기점으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은 다시한번 재도약의 분수령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작년봄 3D게임에 대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단행했음에도 불구, 쓰라린 실패를 맛봐 상당히 위축됐던 이통사들이 이번에도 경쟁적으로 네트워크 게임 마케팅 대전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결과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모바일게임 시장은 서비스구조상 SP인 이통사들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일단 올 10월을 전후해 SKT와 KTF가 대대적인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어 어느때보다 시장 재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명근기자 diony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