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 기자의 쏘구피구 몸소 체험기]너무나 현실적인 작품

개발: 네오위즈

서비스: 네오위즈

서비스형태: 클로즈베타

장르: 스포츠

권장사양: 펜티엄 4 1.6Ghz, 512M 메모리

세상의 모든 스포츠는 결국 게임으로 만들어지고 다시 온라인으로 등장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지만 모든 작품에는 개발자의 창작 정신과 기획 의도가 확실하게 각인돼 있다. ‘쏘구피구’는 피구를 온라인으로 개발한 작품이다. 피구를 토대로 삼지 않고 그대로 옮겼기에 이 작품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점이 뚜렷이 드러나 있다.

‘쏘구피구’는 양날의 검을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이 게임은 현실의 피구를 최대한 사실 그대로 개발하는데 초점을 맞췄고 어느 정도 성공했다. 여기에 게임이라는 색깔을 칠하기 위해 각종 스킬과 필살기 등으로 재미를 상승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들은 피구라는 엄격한 룰과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몇 번을 플레이해도 피구만 느껴질 뿐 또 다른 재미는 피부에 와 닿질 않는다. 공을 줍기 위해 멀리 뛰어갈 필요가 없어 편하다는 생각만 머리에 맴돌았다.이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피구의 특성을 이해하면 왜 중요한지 깨달게 된다. 피구는 대중적인 스포츠다. 배구공 하나만 있으면 아주 쉽게 즐길 수 있다. 룰도 어려운 것이 없어 1분만 가만히 설명 들으면 된다. 배구공으로 서로 상대편을 맞추면 그만이다.

공에 맞은 사람은 상대 진영의 바깥쪽에 서서 공을 받는 역할을 한다. 쉽고 간단하고 부상없이 즐길 수 있어 여성들도 매우 즐기는 놀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피구다.

문제는 피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선 반드시 여러 명의 사람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피구는 최소한 30명의 인원이 있어야만 재미가 있다. 4명이나 6명으로는 피구가 아니라 족구를 하는 게 옳다. 피구는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다니는 맛이 크고 소수로는 게임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쏘구피구’는 기본적으로 3대3을 최적 플레이로 설정해 놨다. 물론 2대2도 가능하고 1대1 대결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피구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온라인이고 게임이기에 6명의 유저가 플레이를 해도 별다른 무리가 없는 것이다. 현실의 피구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숫자지만 온라인게임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인원이 더 적어지면 대단히 곤란해진다.실제로 2대2 플레이를 해보니 3대3 플레이와 비교해 재미의 격차가 적지 않았다. 상대방이 적어도 3명은 있어야만 피구 본연의 플레이가 진행된다. 2명이면 피구의 색깔이 매우 옅어진다. 1명이면 답이 나오질 않는다. 1대1 플레이에 심각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1대1 플레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쏘구피구’는 6명이 한 방에 모여야만 기획 의도와 개발 방향이 맞아 떨어지고 재미가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동전의 양면이 바로 이것이다. 많은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안되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렇게 된 이유는 현실의 피구를 고스란히 옮겼기 때문에 발생한다. ‘불량피구’와 비교되는 것도 이러한 요소다. ‘불량피구’는 피구를 탈피해 게임으로 만들어 각종 엽기스러운 플레이가 가능하다. 상대 진영의 뒤쪽에 있는 아군은 처음부터 미리 존재할 정도다. 그래서 불량피구는 오히려 2대2가 적당하다.

물론 ‘쏘구피구’는 잘 만든 게임이다. 피구의 느낌이 잘 살아 있으며 적절한 스킬의 안배와 필살기, 패스에 이은 시간차 공격 등 다양한 시스템의 완성도가 높다. 최근 등장하는 캐주얼게임들의 수준보다 다소 상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이 이 게임의 장점이다. 기본 스킬은 레벨 상승에 따라 자동으로 갖춰져 투자한 시간에 대한 보상은 충분하다. 필살기 또한 애니메이션을 도입해 짜릿한 만족감을 준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들이 100% 성공되지 않고 상대편이 손으로 잡아낼 수 있어 더욱 마음에 든다. 필살기라고 해서 방어가 완전히 불가능하고 너무나 큰 데미지를 준다면 플레이 의욕이 상실되기 때문이다.결론적으로 ‘쏘구피구’는 피구를 정확히 온라인게임으로 만들었지만 그것이 최소한 6명의 유저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으로 전락시켰다. 작품은 나쁘지 않지만 유저들에게 부담을 주는 설정인 것이다.

이것은 패키지 게임이 아니라 온라인게임이다. 온라인게임은 순위가 매겨지는 것과 승리와 패배만 존재하는 작품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유저들은 오로지 승리와 패배만 존재하는 게임을 선호하지 않는다. 적당히 해서 3, 4, 5등이라도 될 수 있으면 한다. 이러한 심리적 요인은 온라인게임 개발에 가장 중요한 컨셉트 가운데 하나로 봐야 한다.

‘쏘구피구’는 마치 검은 안경테를 쓴 검은 머리의 반듯한 모범생이 너무나 모범적인 정답을 내 놓은 것 같다. 과연 틀에 박힌 정답이 흥행에 성공할지는 의문이 든다. 게임은 엔터테인먼트고 엔터테인먼트엔 답이 없다. 오히려 오답에서 미래의 빛이 보이는 법이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