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온라인 본인확인 수단 시행 논란

최근 정부가 올해 말부터는 본인확인 수단(주민번호 대체수단에서 명칭 변경)을 모든 인터넷사이트에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게임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기존의 주민번호 인증과 본인확인수단에 의한 인증 등 두가지 방식을 모두 시행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의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확인 수단이란 주민등록번호의 오남용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사이트들이 회원가입이나 성인인증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때 본인확인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데 이러한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각종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주민등록번호 대신 사용하는 것이 바로 본인확인 수단이다.

정보통신부는 다음 달까지 가이드라인을 확정하고 올해 말 본인확인 수단을 전면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주민등록번호에 대체수단 가이드라인을 마련했고 지난해 말부터 시험적으로 일부 사이트를 정해 테스트 중이다. 그러나 초기에 마련된 가이드라인이 문제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개정안을 다시 작성했다. 이번 개정안은 크게 ▲ 미성년자의 본인확인 발급 방안 ▲ 하나의 본인확인 수단으로 다른 웹사이트 적용 ▲ 이용자 및 인터넷 사업자의 불만 접수·처리 창구 마련 등이다.

 

이에 따라 특별한 신원확인수단을 갖지 않은 미성년자의 경우는 본인확인을 위해 법정대리인을 통한 발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하나의 본인확인 수단으로 모든 인터넷 사이트에서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더불어 중복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과 ID와 패스워드를 분실한 경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 제공에 대한 사항도 가이드라인 개정안에 포함됐다.

그러나 게임업체들은 이러한 본인확인 수단의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주민등록번호의 유출은 오프라인에서 발생한 것이지 실제 DB가 해킹된 것은 아니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문제가 발생했던 사례들은 대부분 오프라인에서 수집된 DB 정보가 개인에 의해 유출된 것”이라며 “개인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삽입해 이용자의 키보드 입력 정보를 빼내는 방법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특히 게임업체들은 해킹에 대한 보안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기 때문에 실제로 해킹이 발생되는 사례는 최근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는 장소가 각 업체에서 몇 개의 인증기관으로 집중되는 것이므로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만약 각 업체들이 해킹을 당할 수 있다면 본인확인 인증기관의 DB 서버라고 해서 해킹되지 않는다는 보장 또한 없다는 것이다.DB의 이중화 문제도 불거져 나왔다. 이용자는 본인확인 수단과 주민등록번호로 가입하는 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결국 서비스 업체는 이 모두를 수용할 수 있는 DB를 구축해야 한다. 따라서 비용과 인력 등이 이중으로 부담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안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지원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중소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시스템 도입을 하긴 힘들지 않겠느냐는 설명이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DB를 이중으로 구축하거나 새롭게 본인확인 수단으로 변경하고 기존의 DB는 삭제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결국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에서 지원 대책을 고려하지 않으면 자율적으로 움직이긴 힘들다”고 털어놨다.

미성년자의 본인확인 발급 방안도 뚜렷한 대책이 없어 온라인게임업체들을 답답하게 만들고 있다. 온라인게임의 특성상 미성년자가 주 고객층을 이룬다. 하지만 미성년자는 본인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 법정대리인을 통하도록 개정됐다.

그러나 만약 법정대리인이 악의적으로 가상의 미성년자 본인확인을 발급받아 악용하면 이 또한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본인확인을 위해서는 핸드폰 인증, 신용카드 인증, 범용공인인증서 등이 필요한데, 성인 중에도 위의 세가지 확인 수단의 영역을 벗어나는 경우가 적지 않아 결국 부실한 대책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훈 실장은 “본인확인이 불가능한 이용자에 대한 확인 수단이 없어 전국민의 60%만 이번 개정안에 해당되는 것이 가능 큰 문제”라며 “제대로 테스트도 하지 않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올해 말 전면 확대 시행하려는 것은 전시 행정이며 받아 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인터넷 관련 서비스를 이용조차 하지 못하는 인구를 발생시킬 여지가 분명하다는 것이다.업체들은 사이트들이 무분별하게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않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 편의성, 보편성, 안정성, 면책성, 전국민을 커버할 수 있는 방안, 개발 비용 등에 대한 시스템이 구체적으로 나와야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주민등록번호의 폐해를 계속 방관할 수 없고 실명확인 수단으로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일단은 부족하지만 가이드라인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최승훈 실장은 “본인확인 수단은 완벽해야 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을 알고도 일단 시행하고 개선하자는 것은 잘못”이라며 “실행하기 전에 문제점을 최대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연 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정부에서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에서 본인확인 수단으로 명칭을 변경한 것은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와 활용의 폭을 더욱 넓히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이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실질적인 보호와 실질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부족한 점이 많아 앞으로 논의를 계속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