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돌아왔다. 김정률(52) 전 그라비티 대표가 소프트뱅크에 회사를 매각한지 1년이 되던 지난달 30일 싸이칸엔터테인먼트 회장으로 게임업계에 공식 복귀했다. 그가 게임계를 떠날 때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것이란 것을 의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그는 결국 다시 돌아왔다.
게임업계 미다스의 손으로도 불리는 김 회장의 복귀는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김 회장은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다. 김 회장은 모든 일에 순서가 있듯 순리대로 싸이칸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IT분야의 속성상 기존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것입니다”
다시 돌아온 김정률 회장의 첫 마디는 의외의 것이었다. 그라비티 매각 후 1년만에 게임업계 복귀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그는 ‘초심’을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그라비티를 매각하면서 4000억원이라는 적지않은 돈을 벌었던 김회장에게서 나온 ‘초심’이라는 단어가 어딘지 맞지 않아 보였지만 그는 과거의 영광을 모두 버려야 새롭게 시작을 할 수 있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처음 그라비티를 설립했을 당시의 조심스럽고 열정적인 마음으로 돌아가야 싸이칸엔터테인먼트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반석위에 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초심은 바로 ‘열정과 성실’인 셈이다.
“싸이칸엔터테인먼트는 늘 노력하는 회사가 될 것입니다. 예전 게임업계와 현재는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많이 변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자세로 열심히 뛸 생각입니다.” 그는 싸이칸을 통해 이미 오래전부터 구상하고 있는 향후 사업의 큰 줄기와 세부적인 계획들만 얹는다면 든든한 게임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회장이 1년 간의 공백을 깨고 게임업계로 다시 돌아온 가장 큰 이유는 게임에 대한 열정과 산업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그가 볼 때 아직 게임산업은 걸음마를 갓 뗀 아기처럼 불안정해 보인다고 했다.
최근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는 ‘바다이야기’도 아직 업계가 성숙되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그는 보고 있다. 때문에 산업을 산업답게 키우고 싶다고 그는 강조했다.
“든든한 뿌리를 내려 어떠한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느티나무처럼 게임산업이 성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업계 사람들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게임산업을 성장시켜 나갈 것입니다.”
김 회장은 게임산업의 밑거름이 되고 싶다며 지금까지 게임산업의 성장을 위해 노력했지만 복귀를 선언한 지금 그런 결심은 더욱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게임산업이 대한민국을 세계제일의 디지털 콘텐츠 강국으로 만드는 1등 공신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김 회장은 게임업계 복귀를 결심하고 나서 가장 먼저 향후 중점적으로 추진할 사업방향을 고민했다. 그래서 얻은 답이 바로 해외시장 공략이다. 그리비티를 이끌며 ‘라그나로크 신화’를 만들어낸 그였기에 해외시장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터를 닦은 해외시장에 완전한 뿌리를 내리도록 하는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한 것이다.
싸이칸엔터테인먼트가 국제적인 퍼블리셔를 표방한 것도 바로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한 첫 걸음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싸이칸의 대부분 업무가 해외에 집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목표로 하는 것이 해외시장인 까닭이다.
그라비티를 통해 이미 김 회장의 해외 시장 개척 능력은 인정을 받았다. 그라비티가 글로벌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김 회장의 해외 시장 개척과 수출에 대한 노하우와 추진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김 회장은 싸이칸의 경우 그라비티보다 더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온라인 게임이 세계적인 인기 장르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해외 올인’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지금도 많은 게임회사들이 해외시장을 노크하고 있지만 틈새시장은 더 많다고 봅니다. 싸이칸엔터테인먼트는 전세계에서 한국 온라인게임이 서비스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저 역시 이를 위해 이미 복귀 이전부터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이와함께 원소스 멀티 유즈를 강조했다. 김 회장은 최근 일본 유명 비디오게임 개발사의 인수를 추진했고 현재도 진행중인 상태다. 또 모바일 게임 개발사를 비롯한 게임이 적용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해서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하나의 소스를 갖고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그는 싸이칸을 세계적인 종합엔터테인먼트 업체로 부상시킨 다는 것이 그의 구상이다.그러나 김 회장이 다시 게임업계로 돌아오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라비티 매각 이후 600만달러 횡령 등 갖가지 구설수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우선 자신과 관련된 소문들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600만달러 횡령에 대해서는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잘잘못은 가려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알려진것과는 몇가지 틀린 점이 있습니다. 이미 그라비티 매각 이전에 600만달러를 사용한 점에 대해 소프트뱅크측에 통보를 했었고 소프트뱅크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혀 매각을 진행했습니다. 600만달러를 사용한 것을 소프트뱅크가 모르고 그라비티를 인수했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사실입니다.”
김 회장은 이러한 구설수들 때문에 업계 복귀를 망설였다고 했다. 막다른 골목까지 다다른 상황에서 업계에 미련이 남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그는 게임을 사랑했고 게임 콘텐츠야 말로 대한민국을 세계 일류 국가로 성장시킬 수 있는 보배이자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같은 꿈을 이루기 위해 게임업계 복귀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라비티에 대해서도 그동안의 감정을 솔직히 얘기했다. 그에게 있어 그라비티는 자식과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소프트뱅크측에 넘겨주기는 했지만 그라비티가 더욱 훌륭한 회사로 커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 했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성공 신화를 이룩한 김 회장이 이번엔 싸이칸엔터테인먼트로 다시한번 세계를 놀라게 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발걸음은 조심스럽지만 하나씩 하나씩 세계를 향해 거침없이 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