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갈릴레오 프로그램 참여 의미](https://img.etnews.com/photonews/0609/060911020452b.jpg)
지난 9일 우리나라는 한·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갈릴레오 프로그램’을 비롯한 위성항법시스템 전반에 대한 협력원칙을 규정한 협력협정을 체결했다. 그동안 위성항법시스템은 미국 GPS에만 의존해 왔으나, 이번 협정 체결로 EU와의 위성항법시스템 협력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위성항법시스템은 3개 이상의 위성으로부터 측정 지점까지의 거리 정보를 수신해 삼각측량법을 통해 현 위치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2000년 미국이 그동안 민간용 GPS 신호에 부가하던 교란신호(100m 오차)를 제거하자 위성항법시스템 활용은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친절히 길을 알려주는 차량용 내비게이션 서비스, 휴대폰으로 친구의 위치를 찾아주는 서비스, 버스가 오는 시간을 알려주는 운행정보시스템 등이 바로 위성항법시스템을 활용한 서비스다.
위성항법시스템의 활용이 증대되면서 관련 시장 또한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관인 미국 ABI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위성항법시스템 수신기 시장규모는 2003년 151억달러에서 2010년 38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 평균 성장률이 14%에 이른다.
2000년 11월 발간된 EU 보고서에서는 만일 2015년에 GPS 서비스가 이틀 동안 중단될 경우 유럽 전역에서 10억유로의 피해가 생길 것으로 분석했다. EU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미국의 GPS에 대응하는 새로운 독자 위성항법시스템(갈릴레오 프로그램)을 구상하게 됐다.
갈릴레오 프로그램은 지구 상공 2만3222㎞에 30기의 위성을 배치해 2010년부터 위치확인 서비스 및 시간정보를 제공하는 상업용 민간 위성항법시스템으로, EU가 추진했던 우주사업 중 사상 최대인 34억유로(약 4조원)가 투자된다. 미국 GPS와 유사한 위치확인서비스뿐만 아니라 인명안전, 탐색구조 등의 차별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상용서비스는 오차범위가 10㎝ 이내(GPS는 10m 이내)인 고정밀 위치확인서비스를 제공한다.
과학기술부는 이번 협력협정에 따라 올해 말부터 갈릴레오 프로그램을 담당하게 될 유럽 위성항법시스템 감독기구(GSA)에 참여하기 위해 EU와 후속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후속협상에서는 세부적인 참여범위, 투자금액 등을 논의한다.
우리나라가 ‘갈릴레오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매우 크다. 우선 미국의 GPS에만 의존하던 국가 위성항법시스템 인프라를 다원화해 관련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EU 외에도 일본(QZSS)·중국(北斗) 등이 독자적인 지역 위성항법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안보적 중요성을 감안한 결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2010년 시장규모가 최소 25억달러에 이를 국내 위성항법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특히 국내 기업의 세계 위성항법시스템 수신기 시장 진출 등을 지원해 1만여명에 이르는 고용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항공항법 분야 및 정보통신서비스 분야 등의 기술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2005년 12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서 확정된 ‘국가 위성항법 종합발전 기본계획’에 따라 범부처적으로 위성항법 기술개발을 추진중이며, 갈릴레오 프로그램이 이의 촉매제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7월 다목적실용위성 2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고, 이어서 국내에서 위성을 자력 발사하기 위한 소형위성발사체 개발과 우주센터 건설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8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도 탄생할 예정이다. 갈릴레오 프로그램 참여를 통한 위성항법시스템 개발은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이러한 우주기술개발사업의 틀을 더욱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주를 향한 거침없는 도전을 통해 우주강국 코리아, 과학강국 코리아로 더욱 힘차게 발돋움하는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박영일 과학기술부 차관 yipark@most.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