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위성항법시스템(GNSS: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다원화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디뎠다. 미국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에 의존해 온 국내 GNSS 관련 산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핀란드 국빈 방문 및 제6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을 위해 헬싱키를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각) 사아티탈로에서 반하넨 핀란드 총리, 바호주 EU 집행위원장과 제3차 한·EU 정상회담을 갖고, 양자 간 과학기술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두 정상의 회담 직후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과 베니타 페레로-발트너 EU집행위원회 대외관계집행위원이 ‘갈릴레오 협력협정’에 서명, 양국 협력활동을 조정·촉진하기 위한 ‘공동 GNSS 운영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번 협정을 밑거름으로 삼아 오는 2010년 380억달러대가 될 세계 GNSS 단말기 시장에 대응할 경쟁력을 키우고, 위치 정보 인프라의 안정을 꾀한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또 갈릴레오 공동추진기구(GJU: Galileo Joint Undertaking)의 갈릴레오 동북아 지상국(GS: Ground Station) 유치작업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저와 EU 정상은 갈릴레오 프로젝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 등 EU가 주도하고 있는 과학기술 프로젝트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앞으로 과학기술 협력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갈릴레오 동북아 GS 유치와 국내 서비스 준비과정에서 △안테나·중계기 등 위성체 기술 △정밀궤도제어 등 탑재체 기술 △지상관제 등 지상망 운영기술을 확립해 중장기적으로 자체 설계한 위성항법시스템의 구축 가능성을 타진키로 했다. 이 같은 계획은 상용 위치정보서비스 시장 활성화뿐만 아니라 군사·외교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갈릴레오 프로젝트는 오는 2010년까지 EU 주도로 36억유로(약 4조3000억원)를 투자, 지구 상공 2만3222㎞에 위성 30개를 띄워 세계를 대상으로 위치확인·시각정보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 특히 오차범위 10㎝ 이하로 위치정보서비스를 제공해 시장 독점체계를 굳혀온 미 GPS에 대응할 태세다.
지난 2002년부터 유럽집행위원회와 유럽우주국(ESA)이 시험용 위성 2기와 상용위성 4기를 개발하고 지상설비를 구축하며 사업을 본격화하자 중국이 2004년 2억유로를 투자하겠다며 적극 나서는 등 국제화하는 추세다. 지난해 이스라엘이 1800만유로를 내기로 했고, 우리나라는 우크라이나에 이어 네 번째로 갈릴레오에 합류했다.
우리 정부의 초기 참여 분담금은 500만유로며, 내년에 상세협정을 체결하는 대로 추가 현금·현물 투자액을 결정하게 된다. 뒤를 이어 인도·모로코·러시아·브라질·호주·아르헨티나 등도 갈릴레오 협정에 임시서명했거나 참여를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정상회의에서는 또 △세계 최대 공동연구개발 프로그램인 ‘EU 프레임워크(FP)’에 참여하기 위한 ‘한·EU 과학기술협력협정’ △ITER 건설을 위한 ‘한·EU 핵융합협력협정’을 올해 안에 서명하기로 합의했다.
헬싱키(핀란드)=주문정·이은용기자@전자신문, mjjoo·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