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LCD 장비업계도 대만 경계령

전방산업 성장과 정부의 적극적 지원 등에 힘입어 대만 장비재료 업체가 급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대만에서 열린 ‘세미콘 타이완 2006’에 참가한 주요 장비재료 업체들 부스.
전방산업 성장과 정부의 적극적 지원 등에 힘입어 대만 장비재료 업체가 급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대만에서 열린 ‘세미콘 타이완 2006’에 참가한 주요 장비재료 업체들 부스.

 국내 반도체·LCD 산업이 대만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대만 장비산업이 최근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국내 소자·패널에 이어 장비업계에도 대만 경계령이 내려졌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만에 후공정 장비 및 라인 자동화 설비를 중심으로 대형 장비 업체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국내 업계의 위협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매출 수천억원대의 대형 장비 업체가 생겼고 적극적 정부 지원과 매출 규모를 바탕으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만업체 급성장=대만의 대표적 장비 업체인 콘트렐은 매출이 이미 3000억원을 넘어섰다. 국내 장비 업종에서도 이 정도 규모 업체는 선두권에 속한다. 이 회사는 LCD 공정용 레이저 리페어 및 매크로 검사 시스템 등 후공정 장비와 로더·카세트 등 이송 시스템, 전공정 장비인 웻 시스템까지 약 20종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대만 LCD업체 치메이가 약 20%의 지분을 투자하고 있으며 대만·중국에서 이미 국내업체와 경쟁하고 있다는 평가다. 콘트렐 관계자는 “빠른 현지 대응과 자체 디자인 능력으로 경쟁력을 키웠다”며 “장비 분야를 주도하는 한국·일본 업체를 따라잡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GPM은 반도체 후공정 장비인 몰더와 소터, LCD용 레이저 장비와 핸들링 로봇 및 체임버 모듈을 생산한다. 올해 매출 규모는 145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 관계자는 “LCD 장비 시장에 신규 진출하면서 점유율을 확대, 전반적인 LCD 부진 속에서도 성장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나노기술을 이용한 측정장비 등의 분야에도 진출한다. 인텍 역시 LCD·PCB 세정장비를 중심으로 연매출 1000억원대 회사로 성장했다.

 ◇정부 지원 앞장= 대만 장비업체의 성장은 전방산업의 성장과 경쟁적인 산업환경, 적극적 정부지원 등이 결합된 결과로 풀이된다. 반도체산업은 파운드리와 후공정 경쟁력을 바탕으로 D램에서도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첸 루이롱 대만 경제부 장관은 “2009년까지 18개의 300㎜ 팹을 더 지을 계획”이라며 “장비재료 분야의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만의 올해 반도체 장비 발주액은 세계 2위 수준인 69억7000만달러로 추산된다.

 소자업체가 장비업체를 수직 계열화하지 않고 가격과 품질에 따라 구매하는 것도 대형 장비업체의 등장에 일조했다. 고객사에 따라 줄서기하면서 매출 2000억원 이상의 업체가 거의 없는 국내 장비업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단지 입주 시 무상 임대에 가까운 특혜를 주고 R&D 및 국산화에 대한 강도 높은 세제 지원을 하는 등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힘이다.

◇경쟁은 이제부터= 대만 장비업체는 자국 소자업체에 현지 지원이 가능한 것이 장점. 특히 LCD 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중국에 같은 언어와 문화를 바탕으로 진입할 수 있어 향후 중국 LCD 시장을 놓고 국내 업체와 경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국내 장비업체는 대부분 중소기업이고 고객사의 수직계열화 전략과 정부 규제에 묶여 있는 상황이라 문제는 더 심각하다. 국내 장비업계 고위 관계자는 “대만 업체들이 아직은 기술 수준이 낮은 제품 위주로 공급하고 있지만 현지 접근성이 높고 정부 지원이 적극적인 것은 장점”이라고 말했다. 국산화를 위해 한국 장비를 현지 업체에 넘겨 정보를 파악하도록 하는 일도 흔하다는 지적이다.

반면에 대만 업체가 아직 핵심 전공정 분야에 진입하지 못했고 한국과 겹치는 분야에서도 기술과 경험에서 격차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만 업체가 로엔드 제품을 내놓고 있어 당장 경쟁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부가가치가 없는 분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은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타이베이(대만)=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