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반도체 경기 하락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D램이 최근 유통시장에서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지는 등 초호황을 구가하면서 관련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D램의 수요 폭증으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세계 1·2위 국내 반도체업체는 3분기와 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각종 분석기관과 전문가들은 윈도 비스타 출시와 계절적 성수기 진입 등을 배경으로 하반기 D램 경기 회복을 예상했으나, 전 세계적으로 품귀현상까지 빚어질 만큼의 호황은 예상하지 못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D램 공급이 수요을 못 따라가면서 국내 메모리유통 시장에서 D램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D램은 이미 시장의 다양화로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수요의 70%만을 겨우 공급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유통업계는 웃돈을 주고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는 실정이며, 이 같은 상황은 해외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차익을 노린 중간 소매업체의 사재기까지 겹치면서 D램 최종제품인 모듈 가격은 최대 50%까지 폭등했다. 실제로 D램의 상당 물량이 대형거래처(대형 PC업체)로 집중되면서 7월 말 8만2000원가량에 거래되던 삼성전자의 1GB DDR2 553㎒ 메모리 모듈 현물가격이 9월 초 12만원을 웃돌고 있다.
업계는 D램 수급불안의 배경으로 △삼성전자·하이닉스·키몬다·마이크론 등 세계 주요 D램 생산업체가 낸드플래시 생산에 주력하면서 D램 칩 수급에 차질이 빚어진 것을 일차적인 원인으로 꼽고 있으나 △윈도 비스타 출시에 선행한 자체 PC당 메모리용량의 꾸준한 선행 증가 △계절적 성수기 등도 요인으로 보고 있다. 가격 상승은 올 연말과 내년 상반기를 겨냥한 PC업체들의 수요에 따라 10월 말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7월 말 5달러가량에 거래되던 DDR2 512Mb 64M×8 667㎒ 제품이 6.7달러 정도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연초에만 해도 PC업체와 메모리업체 모두 D램이 올 한 해 지속적인 가격 하락을 보일 것으로 예상, 재고를 쌓아두지 않고 실수요량만 한정적으로 구매하던 것도 이러한 수급 부족을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모듈업체들은 메모리 칩을 구매하는 데 기본적으로 3일 이상은 기다려야 하는 등 애로를 겪고 있다. 또 저가를 앞세워 국내 메모리 모듈 시장을 공략해 온 대만 업체들까지 가격을 30%가량 인상하기도 했다.
김대성 디지웍스 사장은 “메모리가 없어서 못 파는 지경으로, 메모리 가격이 폭등하고 PC 시장에서 메모리 수요가 넘치는데도 공급을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며 “사재기를 했던 중간 유통 업체들이 메모리를 내놓으면 숨통이 좀 트이겠지만 가격이 하락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심규호·문보경기자@전자신문, khsim·okmun@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D램 가격 추이(DDR2 512Mb 64Mx8 667㎒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