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보기술(IT)을 미래로 돌려세웠다. 뚜벅뚜벅, 바닥을 치고 돌아나가자는 품새가 힘차다.
전전자교환기(TDX), 4메가 메모리 반도체(DRAM),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 이동통신 등으로 다진 밑거름으로 IT 정책 기반을 다지더니 40나노 32기가 낸드플래시 메모리,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2호 등 성큼성큼 내닫는다. 으쓱으쓱, 어깨에 절로 자신감이 붙는지 정책 목표에 탄력을 붙이며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너머 3만달러’로 아예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좋은 조짐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세계에서 가장 편안한 유비쿼터스(ubiquitous) 컴퓨팅 환경이 손 가까운 곳에 널려 있다. 그 네트워크에 발을 걸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가 ‘1가구 1로봇 시대’를 열며 새 친구로 등장할 태세다. 휴머노이드는 개인정보보호·건강관리·재난경보·방송 등을 친구(인간)에게 보내주는 원격 오감통신 도우미로 자리매김할 모양이다.
오감통신 건강환경 도우미는 IT에 나노기술(NT), 생명공학기술(BT)을 섞어 구현할 대표적인 턴어라운드 종목. 삼성전자가 40나노 32기가 낸드플래시 메모리로 실리콘 계열 기술한계(회로선폭 50나노)를 뛰어넘어 독점적 미래시장을 예약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수나노(10억분의 1)미터로 도전할 기반을 NT 육성정책으로 차곡차곡 다졌다. 당뇨·비만·암 등 인류를 가장 지독하게 괴롭히는 질병들도 BT·NT로 진단하고, IT로 널리 알려 네트워크 안에서 치료한다는 목표를 융합기술 종합계획에 담아냈다.
정부는 우선 시장에 주목한다. 실감형 디지털 컨버전스, 초고성능 컴퓨팅, 고기능성 나노소재 등 고객을 먼저 유인해 독점할 만한 IT들로 시선을 옮겨간다. 감독(과학기술부)의 큰 그림(국가기술혁신체제) 아래에서 정보통신부·산업자원부 등 선수들이 포스트 IT, 퓨전테크놀로지 등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기후변화예측대응, 해양영토관리이용, 지구관측시스템 등 공공 복리형 기술정책(미래국가유망기술21)들도 IT를 밑바닥에 깔았다. 생태계 보전 복원, 생체방어시스템, 맞춤형 신약 등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미래국가유망기술21 세부 과제들도 유비쿼터스형 사회 네트워크로 연결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시장성, 삶의 질, 공공성의 교차점에는 △인지과학로봇 △감성형 문화콘텐츠 △인공위성 △지식과 정보보안 △초고효율 운송 물류관리 등이 있다. 모두 국내에서 상용화하고 해외로 소개할 대상이자 목표다.
당장 수요(기업의 필요)를 지향하는 인력양성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 판단. 그래서 올해부터 2010년까지 ‘제1차 이공계 인력 육성·지원 기본계획’을 수립, 산업수요에 부응하는 맞춤·융합형 기술인재를 키울 방침이다. 그 출발점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같은 곳에 자동차기술, 문화콘텐츠, 정보통신미디어, 금융전문 대학원을 만들겠다는 것과 같은 발상의 전환에서부터다. IT 겉(시장규모·해외기술의존)뿐만 아니라 속(기술)까지 채워줄 국산 소프트웨어, 어두운 구석으로 밀려나는 중소기업과 정보 소외자에 대한 배려도 제대로 달려나갈 목표들이다.
2010년께 도시, 소음 없고 진동 없는 친환경 자기부상열차가 궤도 위를 그야말로 둥실둥실 떠다닐 것 같다. 우리 손(기술)으로 만들고, 수출까지 할 계획이다. 이 무렵의 바다, 화물적재량 100톤급 위그선(물 위로 나는 배)이 시속 250㎞로 중국과 일본을 오고 갈 거다. 그뿐인가. 만주벌판을 지나 시베리아를 내달리는 시속 350㎞짜리 한국형 고속열차와 시속 550㎞짜리 초고속 자기부상열차도 눈에 선하다.
2006년, 바닥을 치고 미래를 향해 돌아선 우리 IT에 알토란 같은 정부 정책이 기름을 붓는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