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4주년(2)]5대 추진과제(Ⅳ)양극화 해소

 도농과 교육 격차, 아파트값 등 각종 양극화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분배냐, 성장이냐’를 놓고 여야 입씨름도 여전하다. 양극화 문제는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사회 양극화는 산업 양극화와 맞물려 있다.

 쏟아져 나오는 청년을 흡수할 중소기업도 많지 않고 중소기업 운영도 쉽지 않아 경영자가 기업을 포기하는 사태도 심심찮게 있다. 구매력이 떨어지면 양극화는 더욱 심해진다. 실제로 삼성·현대차·LG·SK·롯데 이른바 ‘5대 그룹’를 중심으로 한 대형주와 중소형·코스닥 주의 주가 양극화는 심각하다. 중견 휴대폰 업체 VK가 부도 사태를 맞고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바다 이야기’ 판매업체 지코프라임이 시가 총액을 위해 우전시스텍을 인수해 우회상장하는 등 양극화를 상징하는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이런 면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은 주요한 정책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다. 기업 양극화는 결국 우리나라 기업 문화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밖에 없기 때문. 김성호 오픈베이스 상무는 “대기업 몇 군데에 팔고 나면 더 팔 곳이 없을 만큼 여력있는 중소 기업군이 없다”면서 “대기업 프로젝트에서 업체 간 출혈 경쟁도 불사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아무리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이라도 일단 국내 시장에서 제품을 검증한 뒤 나가야 좋은 실적을 올릴 수 있는데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소비자의 구매력을 잃어 테스트베드의 의미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은 단순 구호만으로는 힘들다. 이영남 이지디지탈 사장은 “4세대 통신과 같은 차세대 통신 시장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모델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면서 “세계 첫 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제조, 전후방에 필요한 테스트 장비와 각종 부품 등 숱한 비즈니스 모델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같이 만들면 국산화율도 높이고 공동 성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SW 제값주기 등 중소 제품에 정당한 값을 치르는 문화 정착도 시급하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금 결제에 관한 만족도 격차는 상당하다. 대기업이 60.0%로 대체로 만족한 데 비해 중소기업은 불과 18.2%에 그쳤다.

 대덕 특구의 대표 벤처기업으로 꼽히는 넷코덱 이의택 사장은 “대기업 어음 거래 관행만 개선된다면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소 소프트웨어업체 사장은 “사람을 좀 키워놓았다 싶으면 대기업에서 데려가기 일쑤인데 중소기업 인력 보호 방안을 만든다면 중소기업이 크게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범 사례는 분명히 있다. 한국전력과 삼성전자·삼성전기 등은 상생 협력 모델을 만들어 시너지를 내고 있다. 한전은 중국 ‘전력 기기 전시회’에서 인텍전기전자·삼진변압기·누리텔레콤·태양산업 등 중소기업과 공동으로 부스를 마련, 중소기업의 수출길을 텄는가 하면 하반기 중소기업 정보화에 3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지난해에는 전체 구매액 중 중소기업 제품 비중이 71%까지 늘어났다. 상생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일방적으로 퍼주는 단선적인 게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중소 솔루션업체 틸론 최백준 사장은 “서로 역할을 나누고 전체 파이를 키우는 ‘성장 게임’ ‘윈윈 게임’이 바로 상생”이라면서 “이 지혜를 터득하는 길이야 말로 IT 턴어라운드를 앞당기는 디딤돌이다”고 말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SW제값받기`로 상생 실천

 ‘SW 제값받기’는 국내 SW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예다. SW산업을 살린다는 구호성 멘트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정부와 업계의 의지를 함축한 것. SW제값받기는 지난해 4월 정통부가 관련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 등 관련 부처와 삼성SDS·LG CNS 등 업계 실무자로 구성된 ‘SW 제값받기 개선을 위한 특별대책반’을 가동하면서 본격 시작됐다.

 대책반은 △SW 표준계약서 부재에 따른 중소업체의 애로 △불합리한 지체상금 부과 △과업내용변경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기준 미비 △SW 유지보수 계약 관행 및 관련 기준 미흡 △협상계약기준 취지에 대한 발주자 인식 부족 △SW 사업 및 정보통신공사업 중복 △SW 사업 산출물에 대한 발주자 권리 귀속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어 지난해 5월 연구 결과를 토대로 5월 ‘SW 제값받기 개선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주무 부처인 정통부는 물론이고 재정경제부, 행정자치부, 기획예산처, 공정거래위원회, 조달청이 공동으로 참여해 예산에서 하도급 거래에 이르기까지 SW산업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대해 부처별로 협력,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12월에는 ‘규제개혁장관회의’를 열어 지금까지 SW업계에서 문제점으로 거론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한 ‘SW산업규제 개선방안’을 확정했다. 이를 통해 표준계약서와 과업내용 변경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기준을 마련키로 했다. 표준계약서에는 △과업변경 내용 △지체상금 △검사 △인수 △대가의 지급 △산출물에 대한 권리 등이 포함된다. SW개발사업이 대부분인 정보통신공사는 정보통신공사업에 등록하지 않은 SW사업자도 주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지난 3월에는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SW 공공구매 확대방안 보고회’도 열렸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