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반도체 경기 회복되나

 최근 D램 반도체가 전 세계적으로 품귀현상에다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반도체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초만 해도 반도체 경기하락의 주범으로 지목될 정도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던 D램의 수요나 가격이 최근 급등세를 지속하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더욱이 D램 시장이 이미 다양해진데다 내년 PC 탑재 용량 증가율마저 32%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낙관적인 기대를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D램 수요 폭증으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 업체는 3분기·4분기 사상 최대의 실적이 기대된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반도체 시장의 호황세를 근거로 IT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좋아질지 모른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D램 가격 추세를 보면 폭등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7월 말에만 해도 대형거래처인 PC업체에 8만2000원선에 공급되던 1Gb DDR2 553㎒ 메모리모듈 가격이 9월 초에는 12만원으로 치솟았다. 최근에는 차익을 노린 중간 소매업자의 사재기까지 겹치면서 D램 모듈가격이 최고 50%까지 속등했다고 한다. 해외시장도 가격이 폭등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월을 고비로 줄곧 하향 평행선을 지켜왔던 점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변화다. 이 때문에 이번 반도체 가격 상승을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일시적인 반등이라 보는 견해보다는 본격적인 IT 경기 회복의 선행지표로 해석하는 전문가가 많다.

 앞으로의 관심은 과연 이 기조가 견고히 이어지면서 반도체 경기 회복을 앞당길 것인지에 있다. 이번 상승세가 공급 측면과 수요 측면에서 분명한 요인을 갖고 있다면 이런 전망은 당연히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삼성전자·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세계 주요 D램 업체가 낸드플래시 생산에 주력하면서 D램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고 윈도 비스타 출시에 선행한 자체 PC당 메모리 용량의 꾸준한 증가, 계절적 성수기 등이 가격 상승 요인이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문제는 수요 측면이다. 일부에서는 PC의 메모리 확장, 게임기·휴대폰의 D램 수요 등을 거론한다. 내년 PC 수요가 11% 증가하고, D램 탑재 용량 증가율도 32%에 이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D램 공급 물량은 올해와 내년에 각각 25% 정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결국 공급 쪽에서 비롯된 물량부족 우려에다 일단 가격이 상승하면서 가수요까지 더해지는 유통구조상의 특징이 어우러진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난 95년 반도체 회복 사이클과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기도 한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이번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는 않지만 본격적인 반도체 경기 회복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성급한 측면이 있다.

 어쨌든 이번 가격상승은 우리 경제에는 반가운 신호임이 분명하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10% 정도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반도체로 인한 경제 전반적인 착시는 항상 경계해야 할 일이다. 반도체 업체들이 낙관론에 근거해 방만한 경영목표를 세워서도 안 된다. 당장의 경기회복에 일희일비하는 것보다 모든 상황변수를 면밀히 검토한 뒤 능력에 맞는 적절한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반도체는 가격 기복이 극심한 품목인만큼 반전됐을 때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반도체 업체는 이번 호황을 세계 시장에서 다시 한 단계 올라서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길은 과감한 투자와 차세대 신제품의 부단한 개발뿐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비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투자도 늘려야 한다.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 비율을 높여 가는 일도 풀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