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유럽 및 미국 순방 결산…IT세일즈 외교 빛나

미국을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14일 새벽 워싱턴 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미 경제계 인사들과의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미국을 방문중인 노무현 대통령이 14일 새벽 워싱턴 미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미 경제계 인사들과의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세일즈 외교와 실리 외교’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그리스·루마니아·핀란드 유럽 3국 순방과 미국 방문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국빈방문한 유럽 3개국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는 우리 IT를 뽐냈고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상호 국가경제에 이익이 되는 선에서 한·미 FTA 체결을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노 대통령은 2003년 취임 이후 열한 번째로 기록되는 이번 순방에서도 순수 국산기술을 상용화한 와이브로·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비롯한 휴대폰·게임·각종 정보화 솔루션 등을 무기로 활발한 외교를 벌여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각 국가는 우리나라를 글로벌 IT리더로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실리 외교 파트너로서 선택해 IT협력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 IT세일즈 외교 유럽 3국에도 통해=지난 4일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우리나라 해운산업에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세계 제1위 조선·해운 국가인 한국과 그리스 정상이 회담한 직후 김성진 해양수산부 장관과 마놀리스 케팔로지아니스 그리스 해운부 장관이 ‘한·그리스 해운협정’을 정식 체결한 것. 특히 물류IT기업인 KL-넷이 그리스 현지에서 항만 IT프로젝트 두 부문에서 협상을 진행, 국산 항만운영기술 SW를 유럽 지역에 수출하는 길이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루마니아에서는 정상회담을 전후해 정보통신부가 한·루마니아 ICT비즈니스포럼을 열어 와이브로 기술을 시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과학기술부도 루마니아 교육연구부와 ‘과학기술개발 및 혁신협력 의정서’에 조인, 양국 간 과학기술 개발 및 혁신분야에서 협력을 돈독히 했다.

유럽 마지막 순방지인 핀란드에서는 핀란드를 비롯한 EU·폴란드·독일·슬로바키아·프랑스 정상과 잇따라 회담을 하고 IT 및 과기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한·EU 정상회담에서는 위성항법시스템(GNSS: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다원화를 위한 갈릴레오 프로젝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 등 EU가 주도하고 있는 과학기술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과학기술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배울 점 많은 핀란드=지난 8일 핀란드 헬싱키의 핀란디아하우스에서 열린 한·핀란드 경협위원회 연설에서 “얼마 전부터 유독 핀란드가 본받아야 할 모범국가로 인식되기 시작했다”고 말문을 연 노 대통령은 “과학기술은 물론이고 대학경영, 산·학·연 등 모든 분야에서 배워야 한다”며 학습 범위를 확대시켰다. 실제 우리나라의 혁신클러스터와 지방균형발전은 핀란드의 오울루와 오타니에미 모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12일 핀란드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잡힌 오타니에미 사이언스파크(과학단지) 방문에서는 “우리 나름대로 핀란드 국가혁신체계를 벤치마킹했고 독자적으로도 많은 것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설명을 듣다 보니 다 핀란드에서 배운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설명을 잘 듣고 모두 답을 얻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의문을 갖게 됐고 기술혁신 외에도 많은 분야에서 영감을 받고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한·미 FTA는 서로 이익되게=마지막 순방지인 미국에서도 노 대통령은 왕성한 외교활동을 보였다. 라이스 미 국무장관·폴슨 미 재무장관 접견, 미 의회지도자들과의 면담, 한·미 정상회담 등 강도 높은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실리를 챙기는 데 소홀하지 않았다.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해서는 추진해야 한다는 의지를 확인하면서도 한·미 양국에 이익을 줄 수 있도록 균형된 방법으로 추진해 나가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다.

국내 기업인의 희망사항인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에 한국을 집어넣는 내용도 포함됐다. 13일 미국 경제계 인사들과 가진 오찬에서는 미국비자 면제프로그램 가입에 적극 지원해주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워싱턴(미국)=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