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 로봇을 가린다’.
내달 18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로보월드 2006’의 또 다른 백미는 대한민국 로봇의 자웅을 겨루는 ‘국제로봇콘테스트(IRC 2006)’다.
IRC 2006은 그동안 산별적으로 이뤄져온 로봇 경진대회를 통합, 집중시킨 첫 경진대회다. 규모에서나 총 상금에서나 최대 규모인 IRC 2006이 국제 수준의 종합 경진대회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봇종합지원센터·포항지능로봇연구소·KAIST·과학영재콘텐츠협회·인간기능생활지원지능로봇사업단·대한로봇축구협회·산업기술시험원 7개기관 공동주관으로 열리는 IRC 2006은 규모로나 행사 성격으로나 국내 최대의 ‘왕중왕전’이다.
코엑스 1층 90부스(834㎡)에서 매일 대회가 진행되며 900팀, 1600명이 7개 분야 22개 종목에서 자웅을 겨룬다. 관람객도 2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시상 규모도 커 대통령상 3개팀, 국무총리상 2개팀 등 총 90개팀에 7900만원의 상금이 돌아간다. 내년에는 1억6400만원으로 배 이상 늘어날 예정이다.
다만 올해 행사가 국제로봇올림피아드(IROC), 베이징 아이로스, 일본 로보원과 비슷한 시기에 개최되는 탓에 외국 참여도가 저조한 것이 아쉽지만, 적극적인 해외 홍보활동이 수반될 경우 조만간 국제적인 대회로서 위상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IRC 2006에서는 △그랜드 챌린지 △로보피아드 △휴머노이드 경진대회 △로보페스트 △지능형 SoC 로봇워 △모듈형지능로봇 경진대회 △로봇축구(시범경기) 등 총 7개 분야에 대한 콘테스트가 펼쳐진다.
그랜드 챌린지는 올해 신설된 대회로 내년 본게임에 앞서 예비대회가 치러진다. 내년에 실시될 그랜드 챌린지의 시나리오와 미션이 발표되며 인공지능 및 비전기술, 내비게이션, 매니퓰레이션 기술 등 시나리오 수행에 필요한 세부 고난이도 기술을 심사, 최고 점수를 얻은 로봇이 우승하게 된다.
로보피아드는 기업 및 대학, 연구기관의 상용화로봇 기술을 평가하는 기술평가대회로 올해는 청소로봇과 인명구조로봇이 집중 조명된다.
지진에 의해 붕괴된 빌딩에서 희생자를 찾기 위해 인명구조로봇을 보내는 것이 미션. 로봇은 영상을 통해 희생자를 찾고 희생자의 위치, 상태 등에 관한 정보와 내부지도를 작성해 통보, 신속하고 효과적인 구조를 지원해야 한다. 탐지능력, 맵 작성 능력, 계단 통과 능력, 자율제어 능력 등 로봇 기술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가 이뤄지는 셈이다.
휴머노이드 경진대회는 격투·농구·축구·릴레이·계단오르기·다트·서바이벌·댄스·장애물·풍선 터뜨리기 등 10개 종목으로 나뉘어 경기가 펼쳐진다. 인간 모형의 2족 보행이 가능하고, 넘어져도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20∼70㎝ 소형 로봇 경진대회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기존의 개인 토너먼트 방식에서 팀별 토너먼트로 전환, 로봇 기술의 다양화를 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로보페스트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종목 중 하나다. 초·중·고생 대상의 로봇 관련 과학경진대회로 청소년을 위한 새로운 학습놀이 문화를 창출하고, 로봇 마니아를 육성하는 첩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미션은 출발점에서 출발한 로봇이 검은 선의 미로를 따라 옮겨다니며 경기장 안의 폭탄을 찾아 제거하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와야 한다. 대회장에서 정해진 2∼3시간에 팀이 직접 제작해야 하며 완주 시간과 과제수행여부를 평가받는다.
아울러 로봇조종경기(초등부), 로봇볼링경기(중·고등부), 창작로봇(초·중·고등부, 즐겁고 편리한 로봇세상)도 포함돼 있어 많은 초·중·고생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 지능형 SoC 로봇워는 독립적인 영상인식을 통해 파악된 적에게 레이저포나 태권공격을 가해 포인트를 얻어 승자를 결정하는 자율보행 시뮬레이션 경진. 상대 탱크로봇에 레이저포 공격을 가해 상대의 에너지 게이지를 감소시키거나 작동을 멈추게 하는 것으로 팀별 로봇 2대가 참가하는 방식이다.
모듈형 지능로봇 경진대회도 펼쳐진다. 노인성 질환을 가진 노인에게 탁자 위에 놓인 빈혈약을 주기 위해 복도와 계단을 통과해야 하는 것으로 장애물 극복 능력 및 미션 수행능력을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로봇축구(FIRA Korean Championship) 경진대회도 개최된다. 팀별로 마이크로로봇 11대가 영상인식카메라를 통해 팀을 식별하고 상대방 골대에 골을 넣어 획득한 점수의 합으로 승리팀을 가리는 경기. 각 로봇은 완전 자립형으로 전원, 구동장치를 내장하고, 주 컴퓨터와 로봇간 통신은 무선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축구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을 전망이다.
◆인터뷰-류영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
“로봇 경진대회는 로봇 시장을 창출하는 촉발제이자 로봇 마니아를 집중 양성해 로봇산업의 선순환구조를 정착시키게 될 것입니다.”
로봇 경진대회(IRC 2006)를 실질적으로 주관하고 있는 류영선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로봇종합지원센터)은 행사 의의를 이같이 설명하고, 행사에서 우승한 로봇은 상품화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제까지 지역별로 로봇 경진대회들이 잇따라 개최됐으나 일반인의 관심을 불러모으기에는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산별적으로 열리다 보니, 시너지 효과도 떨어졌다.
류 연구원은 이에 대해 “IRC 2006은 기존 대회들을 하나로 집중시켜 규모를 키운 만큼 로봇 마인드 확산은 물론이고 참여도도 높이게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휴머노이드의 경우 8개팀 32개 로봇이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현재 12개팀 48개 로봇으로 늘어났고, 초·중·고 대상 경진대회인 로보페스트도 참가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류 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이 로봇 산업에서 앞서 있는 것은 마니아 시장과도 무관하지 않다. 아마추어 로봇 전문가가 많은 덕택에 교육용 키트 및 관련 부품 판매가 활발하고, 이것이 시장창출의 촉매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류 연구원은 “대학 입학이나 취업에서 특전을 부여하는 등 로봇 마니아들을 양지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며 “이번 로봇 경진대회는 국내 마니아 육성의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랜드 챌린지, 미션을 수행하라
올해 신설된 그랜드 챌린지는 로봇 산업 비전 2단계(2008∼2010년) 목표인 ‘도움 주는 로봇’에 부합하는 로봇을 선발하는 것으로 로봇 경진대회 중 최고 난이도 미션 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
본 게임은 내년부터 열린다. 올해는 일종의 예비대회로 ‘로봇이 과제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지정된 방에 있는 특정 인물에게 물건을 받거나 확인을 받고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내년도 도전과제가 공표된다.
올해 우승은 이 도전과제에 필요한 기술들을 세분해 △인공지능 및 비전기술(인물 확인, 엘리베이터 층수 확인) △내비게이션(엘리베이터까지 이동,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 지정된 방까지 이동하기) △매니퓰레이션(엘리베이터 스위치 누르기, 물건 받기) 등 각 부문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로봇에 돌아간다. 각 기술이 실현 가능하고, 실생활에서 서비스가 가능한 수준의 로봇기술을 대상으로 하는 것임을 확인하는 준비 자리인 셈이다.
이 때문에 로봇 경진대회 주최 측은 전시장 내에 예비대회 이벤트관을 만들어 대회를 진행하는 한편, 다음 연도 도전과제를 애니메이션으로 발표하는 등 재미와 관심을 동시에 불러일으킬 방침이어서 벌써부터 열기가 느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