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IT문화 이제는 학교다](15)2006 코리아테크로드 투어

‘LCD와 PDP의 차이는 뭔가요?’ ‘로봇 팔이 자동차를 조립하고 용접하는 모습이 신기해요.’

 중학생들이 산업현장을 직접 방문해서 제법 날카로운 질문들을 하기도 하고 처음보는 자동화 제조공정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했다. 지난 12일과 13일에 걸쳐 1박 2일동안 진행된 ‘2006 코리아 테크로드 투어’에서 벌어진 모습들이다.

 ‘2006 코리아 테크로드 투어’는 중학생과 중학교 기술교사를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을 중심으로 첨단 산업현장을 견학하게 하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다. 산업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산업기술재단·산업기술인터넷방송국이 주관하는 행사로 올해만 8회 운영될 예정이다. 한 학교에서 기술교사 1명·학생 7명으로 한팀을 꾸리고 총 10개 학교가 참가해 80명을 1기로 첫 장도에 올랐다.

 산자부는 그동안 이공계 육성과 산업기술 문화확산에 집중하면서 대학생급 이상에서만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해왔지만 보다 어린 학생을 대상으로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이번 현장학습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첫 방문지는 GM대우의 부평공장. 미래형 자동차로 불리는 하이브리드자동차(전기와 연료로 구동하는 자동차)와 수소연료자동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범 생산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실제 볼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 학생들은 특히 자동차 제조공정에서 활용되는 8축 관절로봇의 용접과 부품 운반 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

 삼성전자 수원 e밸리에서는 국내 IT첨단 제품을 한자리에서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됐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은 물론 최신형 휴대폰, DMB 등은 물론 80인치에 달하는 PDP TV도 실제 작동해 보는 시간이다. 어린 학생들인 만큼 MP3플레이어, 노트북 PC 등에도 관심이 많다. 국내에 출시되지는 않았지만 손목시계 형태의 휴대폰과 외부에서 원격 명령을 통해 방안을 청소하는 청소 로봇 등이 학생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끈 제품들이다.

 신목중학교 송해솔 학생은 “우리나라 기업이 첨단산업을 이끌며 세계 일류제품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LCD 총괄이 위치한 삼성전자 탕정공장에서는 세계 최강으로 성장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을 직접 살펴보는 기회를 가졌다. LCD 패널의 가공, 제조 과정은 물론 삼성전자가 LCD 개발의 원조 격인 일본 샤프를 넘어 세계 수위에 오르는 과정 등을 듣기도 있었다.

 삼성전자 LCD총괄 이승호 부장은 “현장 체험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국내 첨단산업의 우수성을 잘 이해하고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며 “여러분들도 국가 우수인재들로 성장할 수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진 대덕밸리 투어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찾았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인공위성 개발, 로켓 등은 물론 스마트무인 항공기, 한국형 헬기사업 등을 담당하는 항공우주분야 중추 기관이다. ‘아리랑위성 2호’는 물론 다양한 항공기·로켓 등에 대한 설명과 모형을 통한 학습이 이뤄졌고 실제 위성체를 조립하는 모습도 관찰했다. 생명공학연구원에서는 유전자와 DNA칩은 물론 여러 실험동물의 배양 모습 등을 관찰했다.

 산업기술재단 박상이 팀장은 “이공계와 과학·기술에 대한 좋은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조기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교실에서 이뤄지는 강의식 교육보다는 실제 방문, 체험위주 학습을 통해 흥미를 유발하고, 기술강국으로 도약하는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도 느낄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코리아 테크로드 투어는 이번을 시작으로 수도권, 중부권, 경상권, 호남권 등으로 나눠 1달에 2회씩 운영된다. 학교의 참가신청도 많고, 특히 참가학생들은 교내 경쟁이 치열해 각 학년에서 기술에 관심이 있는 우등생 위주로 선발됐다는 게 교사들의 말이다.

 이번 투어에는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회장이면서 청강문화산업대학 게임과 교수인 김광삼씨의 특강도 포함됐다. 김 교수는 의과대학을 졸업한 전문의지만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게임이 너무 좋아 업계로 투신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국내 온라인 게임이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것은 최강의 통신인프라와 IT 비교우위를 갖췄기 때문”이라며 “항상 꿈꾸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창작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열린 생각과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어 사이에는 우리 산업기술에 관한 퀴즈대회 ‘산업기술 골든벨’ 행사는 물론 각 학교의 장기자랑, 레크레이션 시간 등 흥미를 끌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인터뷰:전국기술교사모임 회장, 방화중학교 박희춘 교사

 “발견은 과학이고 발명은 기술입니다.”

 전국기술교사모임 회장을 맡고 있는 박희춘 방화중 교사(41)는 과학과 기술의 차이를 이렇게 설명했다. 과학이 순수 학문·원론에 가깝다면 기술은 이를 통해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는 것.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분명이 둘 사이의 차이는 있다는 게 박 교사의 생각이다.

 그는 과학 위주의 교육과정도 중요하지만 기술에 대한 중요성과 역할을 정확히 알리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사는 “‘엔지니어’라는 표현에는 전문인력이라는 호감을 갖지만 같은 우리말인 ‘기사, 기술자’에는 단순 업무만을 처리하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을 갖는 경우가 많다”며 “기술 문화를 확산하고 우리나라가 실질적인 기술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생각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입시에서 과학분야는 어느정도 배점이 있지만 기술에 대한 평가비중이 현저히 낮다는 점, 과학관련 연수 프로그램은 많지만 기술교육 연수는 기회 자체가 많지 않다는 것 등도 개선돼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학교 기술 교육은 너무 교과과정에 의해 고착화돼 있어 체험학습 기회를 많이 갖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라며 “중학생 정도면 이공계와 인문계를 구분하고 진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시기로, 이번 테크로드 투어와 같은 행사는 기술문화 확산을 위한 적절한 시점에서의 교육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기술교사모임에는 전국 중등 기술교사 15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교과과정 개편 등에서 발전방향을 제안하기도 한다.

◆인터뷰-인헌중학교 채수종 학생­

 “빌 게이츠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세계 최고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우리나라에서 만들 수 있다면 좋겠죠.”

 테크로드 투어 1기로 참여한 인헌중학교 채수종군(14)은 장래 희망을 묻는 질문에 ‘컴퓨터 프로그래머’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채군이 생각하는 프로그래머 개념에는 온라인 게임 개발이나 OS, 문서 툴 제작 등이 모두 포함된다.

 채군은 전교 1, 2등을 다투는 수재로 꼽힌다. 흔히 부모가 희망하는 의사나 변호사가 아닌 프로그래머를 장래 목표로 정한 이유를 물어봤다.

 채군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빌 게이츠예요. 혼자 책을 보고 공부해서 테트리스를 본뜬 미니 게임을 만들어봤는데 실패했어요. 가장 흥미있는 분야가 컴퓨터로 무언가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어와 관련해 그는 “얘기는 듣지만 실제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것들이 있는데, 이번 행사에서는 실제로 보고 만져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원리를 설명해주니까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채군은 이번 투어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으로 자동차를 조립하고 용접하는 ‘로봇’을 꼽았다. 2만여개의 부품이 합쳐져 완성되는 자동차도 놀랍지만 이를 자동으로 조립하는 로봇의 역할이 눈길을 끌었다는 설명이다.

◆`신문보내기 캠페인`참여 업체-판도라TV

판도라TV는 2004년 10월 e카드 서비스사업을 진행하던 레떼닷컴의 사내프로젝트로 시작됐다.

 이용자들이 점차 많아지면서 동영상을 올리고 공유하는 공간에 대한 요구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으며 사용자제작콘텐츠(UCC, User Created Contents)로 알려진 자신이 직접 찍고 편집한 동영상들을 인터넷상에 올릴수 있는 무한대의 저장공간과 동영상 블로그와 미니홈피의 장점을 결합한 ‘개인채널’ 페이지를 회원들에게 제공하기 시작했다.

 판도라TV는 자신이 제작한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것이 이것이 단순히 인터넷상에서만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지하철, 케이블TV,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신문 등 기존의 다양한 창구를 통해 서비스할 계획이다.

◇인터뷰-김경익 사장

“대한민국 정보통신 기술은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막강합니다. 뛰어난 인재들을 바탕으로 기술력과 노력, 그리고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정신이 합쳐져 오늘날의 결과를 만들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정보통신 분야는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또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긴장을 놓을 수 없습니다. 야후, 구글, 네이버로 대변되는 인터넷 서비스 경쟁에서 판도라TV 또한 무제한 용량의 동영상 플랫폼을 제공하는 등 신기술 개발과 서비스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어떤 분야보다도 일등강국으로 우뚝 선 대한민국의 정보통신 분야는 다음세대인 학생여러분들이 잘 가꾸고 일궈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경익 판도라TV 사장은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긍지를 가지며 정보통신 및 인터넷 분야를 이끌고 선도할 수 있는 주체가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