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신공덕동에 사는 대학생 김지원씨(22)는 요즘 부모님과 TV 채널 때문에 승강이를 벌일 필요가 없어졌다. 최근 장만한 TV 겸용 모니터 덕분에 자기방에서 맘껏 채널을 골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원 윤인모씨(37)는 퇴근할 때 DMB 겸용 내비게이터를 차에서 들고 내리는 일이 잦아졌다. 윤씨는 “아이들이 자꾸 만화 비디오를 보겠다는 날이 많아 거실을 내주고 안방에서 DMB로 뉴스를 시청하곤 한다”고 말했다.
퍼스널 엔터테인먼트 기기가 대중화 길목에 접어들고 있다. TV를 중심으로 거실에서 열린 홈엔터테인먼트 시장이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침실이나 공부방으로 옮겨가고 있다. 고선명(HD)TV 겸용 모니터·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단말기·PC 겸용 휴대형멀티미디어기기(PMP) 등 첨단 컨버전스 기기 출시가 이어지면서 퍼스널 엔터테인먼트 기기 보급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퍼스널TV’ 출시 러시= 퍼스널 엔터테인먼트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신제품이 쏟아지는 ‘퍼스널TV’가 주도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기는 변신한 PMP와 LCD 모니터다. PMP는 DMB 수신칩을 장착하면서 그야말로 ‘손안의 TV’로 부상했고 LCD 모니터는 HDTV 수신칩을 달면서 디지털TV 시장 잠식까지 노리고 있다. 올해 들어 10여개 업체가 PMP 시장에 새로 뛰어들었다. 모니터 전문업체는 일제히 TV 겸용 모니터를 출시했다.
좀더 진화된 제품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오리온정보통신·비티씨정보통신이 최근 출시한 HDTV 겸용 모니터는 크기만 작지 디지털TV나 다름없다. 게임기·홈시어터·DVD플레이어 등 각종 홈엔터테인먼트를 연동할 수 있다. 디지털큐브·라온디지털 등은 울트라 모바일PC보다 훨씬 저렴한 PC 겸용 PMP를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다. 손안에서 TV시청은 물론이고 인터넷 게임까지 즐길 수 있는 날이 머지않은 셈이다.
◇대중화 난제도 많아= 그동안 보수적인 행보를 보여온 대기업도 퍼스널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강화할 움직임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들어 처음 PMP를 출시하고 LG전자도 조만간 PMP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HDTV 수신칩을 장착한 22인치 와이드 모니터 신제품도 잇따라 내놓는다. 대기업의 참여는 그만큼 시장성이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퍼스널 엔터테인먼트 기기는 MP3플레이어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폭발적인 소비를 불러오지 못하고 있다. TV 겸용 모니터는 월 판매대 수가 아직 1만대를 넘지 못했고, PMP도 내비게이터 겸용 제품을 포함해 올해 25만대 안팎의 시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박동욱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퍼스널미디어의 대표주자인 스마트 모니터와 PMP는 사용환경이 달라 경쟁보다는 공존할 가능성이 높지만 소비자의 수요를 촉발할 애플리케이션이 여전히 적고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라고 지적했다. 강력한 라이벌인 휴대폰이 이미 DMB 수신 기능 등을 지원해 차별화된 경쟁력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업계에서는 MP3P가 풍부한 MP3 음원과 가격인하 경쟁으로 오디오 시장의 세대교체를 이룬 것에 주목한다. 김성기 비티씨정보통신 사장은 “초기 전망이 불투명하던 PMP 시장이 올해 들어 DMB·내비게이터 등의 애플리케이션을 적용하면서 다시 되살아나고 PC 기능까지 탑재하면 훨씬 파괴력을 가질 것”이라며 “최근 등장한 HDTV 겸용 모니터도 HD 콘텐츠가 점점 늘어나면 가격 대비 활용도가 커져 충분히 대중화 물결을 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