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4주년(3)]신산업 전문가-통신업체

 국내 통신 시장의 양 대축인 KT와 SK텔레콤 내에서 신사업을 맡고 있는 이들의 어깨가 무거운 것은 새삼 강조할 일이 아니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매출에 연연해하지 않는 배짱도 있어야하지만, 동시에 비전이 보이는 사업이라는 신뢰감을 조직 안팎에 심어야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그래서 이들의 좌절과 희망은 뜨고 지는 해처럼 일상이다. 그러나 KT 기업솔루션팀이나 SK텔레콤의 컨버전스사업추진본부 인력들은 오늘도 신사업 개척에 몰두하고 있다. KT 기업솔루션사업을 책임지는 이진우 상무 이하 팀원들은 본격적인 ‘매출 증진’에 몰두하고 있다. SK텔레콤 내 컨버전스 사업을 책임지는 이주식 상무 이하 팀원들은 ‘생활속의 이동전화’의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KT-솔루션본부 기업솔루션팀

 붉은색 카펫에 임원, 직원 간 칸막이와 고정좌석이 없다. ‘유선형’으로 자체 제작한 책상에 무선랜과 원폰으로 ‘KT 유선’을 없앴다. KT하드(KT-Hard)를 이용해 자료는 사이버 캐비닛(공용서버)에 저장한다. 사이버형 조형물과 조명으로 꾸며진 인터넷카페형 휴식공간. KT 분당사옥 8층에서 마주치는 이런 광경에 ‘KT 맞아?’ 하는 의문이 절로 나올 법하다.

 어느 조직보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열린 시각, 그리고 협업이 필요한 업무 특성을 제대로 살린 KT 기업솔루션팀 모습이다. KT 솔루션사업 조직은 역사가 결코 짧지 않다. 2000년 ‘비즈메카’로 잘 알려진 애플리케이션서비스임대(ASP) 사업이 시작이다. 초기에는 IDC센터를 구축해 닷컴기업의 e비즈니스 활동을 지원하는 사업과 빌려쓰는 IT솔루션 중심이었다.

 KT솔루션사업은 사업 개시 이래 연평균 50%대 성장을 지속해 현재는 2000억원대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가입자 규모도 30만 기업으로 명실상부한 ‘렌트 IT’ 대표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KT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올 5월에 ‘솔루션사업본부’를 출범하고, 컨버전스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솔루션사업본부 내 기업솔루션팀은 6개 부 40명으로 구성돼 있다. 팀을 이끌고 있는 이진우 상무는 엔지니어 통으로 KT 내 20년간 몸담고 있는 인물. KT IMT2000 사업에도 참여, KT내 몇 안 되는 무선 경험을 가진 임원 중 하나로 꼽힌다.

 담당 상무와 이름이 같은 이진우 솔루션기획부장. 파란닷컴으로 거듭난 한미르 사업을 기획한 콘텐츠 전문가다. 정통부 ‘소기업네트워크화’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한 정해경 부장도 ‘경험’으로 말한다. 심재희 과장은 전자상거래 모델 개발에 주력했으며, 2003년도에는 보안서비스인 ‘비즈메카시큐어넷’을 출시해 특별승진하는 영광을 누렸다. 이밖에 2002년 전문경력으로 입사한 김연미 과장은 비즈메카 SCM서비스를 개발하고, 특히 신규사업인 디지털이미지사업 ‘아이 프레임’을 개발, 조직 내 큰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비즈메카 플랫폼 개발에 이어 수출까지 책임지는 쌍두마차로 이상기·최동열 과장도 한 몫하고 있다

 KT는 현재 지난 2001년 구축된 비즈메카 플랫폼을 차세대 기반으로 바꾸는 작업에 한창이다. 유·무선 서비스 등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을 수용하고,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반기능이 강화된 차세대 비즈메카는 KT 기업솔루션팀의 업무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신호탄이다.

◇인터뷰-이진우 KT 솔루션사업본부 기업솔루션담당 상무

 “u-빌딩·u-숍·u-스쿨·u-병원. 우리의 전략은 레고 블록화다.”

 이진우 KT 기업솔루션사업본부 기업솔루션 담당 상무는 KT 기업솔루션 전략을 ‘블록화’로 설명한다. 각 블록에 최적화된 u-비즈니스 솔루션을 고객에 꾸준히 제시해 사용자 만족도를 높인다는 것.

 이 본부장은 “네트워크와 솔루션을 아우르는 면밀한 준비는 이미 5년 이상 진행돼왔고, KT가 향후 컨버전스 시장의 주도권을 확고히 잡고 갈 수 있는 인프라를 어느 통신사보다 갖췄다”는 자신감을 나타낸다. KT가 음성 시장 포화와 회선 시장의 매출 정체를 극복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으로 솔루션 사업을 선정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한 것은 지난 2000년부터이니 KT의 지난 노력이 하나 둘 씩 빛을 발휘할 때라는 것.

 최근 이 본부장은 신규 사업으로 ‘원격관제사업(KT 모스)’과 ‘디지털이미지사업(아이 프레임)’ 기초 다지기에 한창이다. 유틸리티 설비에 대한 원격관제, 그리고 지상에 존재하는 각종 디스플레이를 매체로 활용한 전문콘텐츠 방영 서비스는 기존 KT 솔루션 사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

◆SK텔레콤­-컨버전스추진본부

 SK텔레콤 컨버전스추진본부는 올해 신설된 이동통신 융복합서비스 개발 전진기지. 이동통신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추세와 시시각각 변하는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해 적시 적소에 신 서비스를 발굴하는 것이 본부의 과제다.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비쿼터스 건강·의료 서비스를 표방하는 ‘u헬스’와 인삼 공사 매장에서 첫 선을 보인 모바일 전자태그(RFID) 서비스가 이 팀의 대표 상품이다.

 늘 이종 서비스와 융합된 ‘새로움’을 추구하는 업무속성 탓에 총 16명의 식구들 면면도 다채롭다.

 팀장인 박경종 부장은 앞서 영상전화·이미지콜·워드다이얼·퍼펙트콜 등 이색적인 부가상품 개발을 진두지휘한 상품개발 전문가. 10여 년간 상품기획 경험을 바탕으로 매사 꼼꼼하고 신중한 판단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아이디어가 상품으로 빚어질 때까지 승부를 보고만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마케터 출신의 채재규 과장도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 학교를 졸업한 뒤 전자업종에서 신제품 개발 일을 맡았던 그는 SK텔레콤에 합류한 뒤 영업에서 고객관리까지 마케팅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채 과장은 무선인터넷 신규상품 기획을 거쳐 지금은 또다시 전공을 바꿔 RFID 신사업 개발 및 지적재산권 업무를 맡고 있다. 한국해양대를 졸업한 뒤 수년간 배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다가 SK텔레콤에 입사한 ‘마도로스’ 김정민 과장도 입사 후 이동전화 기지국·교환기 등 네트워크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기술전문가.

 저마다 색다른 업무 이력과 개성을 지닌 덕분에 팀원들의 취미생활도 이채롭다. 컨버전스사업팀의 핵심 멤버인 류흥식 과장은 산악자전거 마니아다. 앞서 소개한 채 과장은 다양한 이력의 공학도답게 각종 신기술과 전자기기에 애착이 남다르다. 오디오 마니아이기도 한 그는 어쿠스틱 기타 실력이 수준급이며, 현재 사내 밴드 동호회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컨버전스사업팀은 올해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사건(?)들을 벌이고 있다. 지난 5월 정보통신부와 한국전산원이 주관하는 모바일 RFID 시범사업자로 선정되는데도 혁혁한 공로를 세운 데 이어, 다음달부터는 u-포털, 택시안심귀가, 식품이력조회 등 6개 시범사업을 줄줄이 선보일 예정이다. 박 부장은 “실생활과 맞닿은 컨버전스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팀 구성원들이 대형 할인점이나 도서관, 놀이공원 등을 직접 찾아가 간접 경험을 하기도 한다”면서 “아이디어를 고객들의 요구와 접목하기 위해 늘 관찰하고 머리를 짜내는 게 팀원 모두의 습관처럼 돼 버렸다”고 말한다.

◇인터뷰-이주식 컨버전스추진본부장

 SK텔레콤 컨버전스추진본부장은 우리나라 CDMA 성공신화의 주역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익히 알려진 이주식 상무다.

 “고객의 요구를 찾아서 고객에게 이로움을 주고, 그에 맞는 상품을 개발해 전해주는 서비스가 바로 이동통신 컨버전스다. 공급자 중심이 아닌 고객의 요구와 시장이 원하는 것을 발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통신 외의 다른 산업 분야도 융합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새로운 융복합 서비스 시장 개척에 나선 이 상무의 접근법이다.

 이 상무는 “과거 이동통신 서비스는 상품을 만들면 바로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빨리, 더 많이 써주기를 바라는 식이었다”며 “하지만 컨버전스 사업은 당장 큰 수익원을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실생활 속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서비스가 뭔지를 항상 시험(테스트)하는 자세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한다. 통신서비스 ‘업’의 질적 변화를 추구하겠단다.

  이 상무는 “급변하는 시장·기술과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신속한 의사결정과 실천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고, 직원들 모두가 전과 다른 역동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일에 대한 열정과 흥미에 더 보람있다는 얘기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사진: 톡톡튀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한국 ‘렌트IT’의 대표주자 KT 솔루션본부 기업솔루션팀이 주먹을 불끈 쥐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위) 이동통신 융복합 서비스를 선도하고 있는 SK텔레콤 컨버전스사업팀 직원들이 활짝 미소를 머금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