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품처럼 위장한 불법복제 운용체계(OS)가 판치고 있다. 모델은 ‘윈도XP 프로’로 아직 정확한 피해 사례가 접수되지 않았지만 업계 추정에 따르면 수백 개가 서울 용산 등 집단 상가를 중심으로 팔려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복제 OS<사진>는 바다이야기 게임기 등에 장착됐던 것으로 박스 패키지는 물론이고 정품 인증 로고까지 교묘하게 위장해 일반인은 식별하기 어렵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위조된 윈도XP 유통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검찰과 경찰 등 관계기관에 수사를 요청한 상태라고 14일 밝혔다. 이들 제품은 지난달 말 바다이야기·황금성 등 사행성 게임기에 대한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서 수면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본지에서 확인해본 결과 서울 용산 전자상가에 짝퉁 윈도XP 프로가 일반 가격의 3분의 1 수준인 3만∼4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수백 개가 용산 지역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미 유통된 물량까지 합치면 1000개는 족히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제 OS는 정품과 외형은 거의 비슷하지만 정품확인 인증서(COA) 코드가 ‘00019’로 시작되며 종이 질과 인쇄 수준이 떨어진다. 또 패키지 전면의 파란색 배경이 짙어 남색에 가깝다. 짝퉁 OS는 정품 대리점을 통한 AS나 교환이 불가능하다.
과거에도 이런 사례가 종종 있었지만 박스 패키지를 포함해 정품과 유사한 수준의 인쇄 품질을 보이는 복제품이 유통되기는 처음이다. 또 불법 위조 패키지가 일부 조립 PC업체에도 공급된 것으로 알려져 2차 피해도 예상된다. 조립PC는 소비자 요구에 따라 OS가 장착돼 판매되기 때문에 AS를 받기 전까진 정품 여부를 판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조립PC를 판매해 남는 마진이 1만원 이하여서 경영 상태가 안 좋은 업체는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몇몇 업체는 중간 딜러를 통해 대량 구매를 의뢰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립PC업체 한 관계자는 “며칠 전 판매업자가 불법 복제 패키지를 3만원에 사겠느냐는 제의를 했다”며 “하지만 정품이 아니고 인증 코드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아 거절했다”고 말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10여일 전 위조된 윈도XP 유통이 국내에서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며 “중국 등 동남아 등지에서 유통되던 위조 제품이 한국 시장에까지 파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인순·한정훈기자@전자신문, insoon·exis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