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은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가시적인 연구개발 성과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원천 기술 자체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면서 기술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들 기업은 첨단 기술력이 뒷받침될 때 IT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신념 아래 R&D 부문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IBM은 지난 1961년부터 ‘IBM 왓슨연구소’를 중심으로 순수과학 및 응용과학 기술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해 과학기술 발전에 의미있는 기술을 개발해 왔다. IBM은 매년 50억달러 이상의 연구개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이에 걸맞은 세계 최고의 연구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3천여 명의 과학자 및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도 했다.
IBM은 지난 12년 연속 미국 내 가장 많은 특허를 등록한 회사로 IBM이 획득한 특허 수는 IT 분야 모든 경쟁기업의 특허를 합한 숫자보다도 많을 정도다. IBM의 연구센터에서는 현재 서비스지향아키텍처, 고성능 컴퓨팅을 비롯해 생명과학과 바이오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유닉스 서버 대명사인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즈도 R&D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기업이다. 선은 매년 20억달러에 이르는 비용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선은 수익의 17%에 달하는 비용을 R&D에 투자했는데 이는 경쟁사 평균 6%와 비교했을 때 높은 수준이다. 기술을 중시하는 선의 R&D 욕심은 델 등 다른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너무 R&D에 치중한다”는 우려까지 받을 정도다.
보안분야 독보적 글로벌 기업인 시만텍도 혁신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시장을 선도, 고객에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며 성장하고 있다. 시만텍은 연간 총수익의 15%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전 세계의 시만텍 개발 연구소에서는 4천여 명 이상의 기술자들이 근무하며 고객(개인사용자와 기업)을 위해 정보보안·가용성·통합성 분야에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시만텍의 연구 기관인 ‘시만텍 리서치랩’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통한 혁신과 차세대 기술 개발으로 시만텍의 장기적인 리더십을 구현하고 있다. 이 연구소에서 상용화한 기술로는 최초의 안티스팸 기술을 비롯해 백업제품 성능 향상 기술, 주요 인프라스트럭처 보호 지원 기술 등이 있다. 리서치랩은 또 정부 기관 및 대학 등 외부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다양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스토리지 업체인 네트워크어플라이언스(넷앱)도 R&D 부문에서 앞서가는 글로벌 기업 중 하나다. 넷앱은 96년 윈도 및 유닉스 계열 서버와 완벽하게 호환되는 통합 파일러 최초 개발에 성공했고, 99년에는 자사가 개발한 넷캐시를 응용해 업계 최초로 캐싱 및 통합 필터링 솔루션을 출시한 바 있다. 2003년에도 역시 업계 최초로 iSCSI 네트워크 스토리지 솔루션 구축에 성공하는 등 지금까지 넷앱이 가진 최대 강점인 기술력을 무기로 스토리지 솔루션 시장에서 앞서나가는 제품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국내 R&D 투자 현황
다국적 기업들은 국내 R&D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 분야는 임베디드 등 소프트웨어에서부터 차세대 무선통신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한국IBM(대표 이휘성)은 재작년 정보통신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IBM 유비쿼터스 컴퓨팅연구소(IBM UCL)’를 국내에 설립했다. UCL은 향후 임베디드 소프트웨어·텔레매틱스 등의 분야에서 원천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을 통해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신성장동력 추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국내 관련 업계에 연구 성과들을 제공함으로써 국내기업과 산업, 한국IBM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할 방침이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대표 유원식)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는 국내 인터넷 및 모바일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썬은 지난해 4월 ‘한국자바리서치센터(Korea Java Research Center)’를 공식 설립하고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발표했다.
이 센터는 썬의 연구개발 능력을 기반으로 국내 모바일 관련 기술 개발 환경과 기술 인력을 활용해 국내 IT 및 이동통신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설립된 것으로 썬은 4년간 5천만달러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텔코리아(대표 이희성)는 가전 및 무선 분야에서 앞선 기술과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산업과의 협업과 함께 디지털홈 및 차세대 무선통신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연구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2004년 3월 ‘인텔 코리아 R&D센터’를 설립했다. 특히 무선 및 신규 플랫폼과 관련된 디지털 홈 부문의 획기적인 발견, 에너지 효율적인 하드웨어, 부품 및 기술, 업계 지원을 받는 규격 및 표준의 개발 등을 통해 한국의 반도체 및 통신 기술이 국제 표준에 기반하며 세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뷰-임병환 한국썬 자바리서치센터 소장
“디지털TV·셋톱박스에서부터 DMB·와이브로를 응용한 다양한 모바일 기기까지 연구 개발 분야를 확대해 임베디드 자바 기술의 산실로 자리매김하겠습니다.”
임병환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자바리서치센터 소장은 자바 기반의 모바일 관련 기술과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개발에 앞장서 국내 자바 시장을 선도하는 한편 우수한 개발자를 영입해 다양한 영역으로 연구분야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3년 노 대통령의 미국 방문 시 한국 정부의 R&D센터 설립 요청을 계기로 작년 4월 개관한 한국자바리서치센터는 JME(Java Micro Edition)기반의 JVM(Java Virtual Machine) 관련 자바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20명의 국내외 고급 연구 개발 인력이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국내 자바 수요 급증에 대응, 개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원천 기술뿐만 아니라 자바 관련 최신 모바일 기술을 실제 적용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임 센터장은 “자바리서치센터에서는 이미 20여 건의 국내외 자바 기술 관련 프로젝트를 완료했고 현재도 계속 과제를 진행 중”이라며 “썬의 새로운 JME 관련 기술을 새로운 휴대 단말기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프로젝트 등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썬 본사에서도 한국을 IT 개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는 임 센터장은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는 썬은 IT발전을 위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전략을 보고 다양한 방면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바리서치센터에만 4년간 550억원에 달하는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썬은 장기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국내 연구 지원에 나서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임 센터장은 “장기 IT인재 육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실업계 고교에 실습실을 구축하고 시스템을 기증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황지혜기자@전자신문, got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