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황창엽 모빌리언스 사장­(1)

[결단의 순간들]황창엽 모빌리언스 사장­(1)

(1)선택과 집중의 시간

 필자가 재직하는 모빌리언스는 국내 휴대폰결제 1위 기업으로 2000년 이후 새롭게 탄생한 e페이먼트(e-Payment) 분야 선두를 달리는 기업이다.

 올해 국내 휴대폰 결제 거래 금액은 1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새로운 성장기에 접어 들었다. 알다시피 휴대폰결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도입한 결제모델로서 해외진출 가능성이 높고 다양한 영역으로 응용, 확대할 기회도 많다.

 그러나 2000년만 해도 e페이먼트는 규모가 미미해 특정 산업군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없었다. 모빌리언스는 휴대폰결제 서비스를 위해 이동통신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했지만 수익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사업 초기 많은 어려움에 봉착했다.

 이 때문에 당연 휴대폰 결제 이외의 사업 진출에 대한 고민과 필요성을 주주 뿐 아니라 임직원들이 가질 수밖에 없었다. 당시 경쟁사들은 콘텐츠 비즈니스에 진출해 매출을 올리는 구조를 가져가고 있었기에 필자로서도 이러한 요구를 무시하기란 쉽지 않았다.

 사장에게 부여된 가장 중요한 미션 중 하나는 회사가 가진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는 역할이다. 당시 필자는 고민 끝에 주위 권유에도 불구하고 e페이먼트에 집중한다는 결단을 내렸다. 회사의 설립 목적이 e페이먼트라는 점에서 다른 분야에 자원을 투여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할 뿐 아니라 장기 비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e페이먼트에 집중한다는 결단을 주주와 임직원들에 알렸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적지 않은 자본금으로 출발한 회사였지만 초기 시스템 투자에 많은 자금을 투여했고 이후 매출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아 마음 졸이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특히 대기업 출신으로서 경험이 일천했던 필자로서는 당시 회사에 앉아 있는 시간 자체가 괴로움이었다.

 하지만 e페이먼트 산업의 성장에 대한 신념이 굳건했기에 그 시기를 넘길 수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사장을 신뢰해 주고 함께 고민하고 노력했던 임직원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성공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후 이러한 노력과 비전에 공감한 기관들의 투자를 받아 회사는 장기적인 운영이 가능해졌으며, 2002년부터 매출과 수익이 급성장하면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본업에만 전념하겠다는 결단이 결국 빛을 보게 됐고 휴대폰결제 시장 1위로 자리잡았다. 2002년 이후 매년 100%대 성장을 거듭했으며 2004년 12월에는 코스닥에도 상장했다.

 근래에도 필자에게 e페이먼트 이외 신규사업 진출에 대해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코스닥 등록으로 많은 자금을 확보했기 때문에 당연한 질문일 것이다. 하지만 대답은 5년 전과 같다. “우리는 e페이먼트 사업을 선택했고 스스로가 만족할 때까지 오히려 더욱 집중하고 확대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라고….

 누구나 쉽게 말하는 ‘선택과 집중’은 특히 인력과 자금이 모자란 벤처기업에는 쉽지 않은 결단이다. 당장 먹고 사는게 어려운 상황에서 비전 만을 믿고 특정 사업을 고집하는 것은 왠만한 용기 없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제한된 자원을 가지고 돈이 된다고 이것 저것 다한다는 것은 실패 가능성만 높이는게 아닐까?

 필자는 지금도 굳게 믿고 있다. 5년 전 절실한 경험을 통해 증명됐듯 주력사업에 집중한 선택이 5년 후에도 좋은 결실로 다가올 것임을.

 chantily@mobilian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