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발전과 혁신을 멈추면 기회를 노리고 있는 국가나 회사에 고객을 뺏길 수밖에 없다”
본지는 창간 24주년을 맞아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 부사장(Corporate Vice President)으로 승진, MS 내 한국계로서는 최고위직에 오른 셰인 김 부사장과 e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마흔세살의 나이에 세계적 IT기업의 부사장에 오른 그는 이전에 MS의 게임 소프트웨어(SW) 사업을 담당하는 MSG사업부 책임자로 활약했다.
김 부사장은 “MS도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성공해 왔다”며 한국도 같은 방법으로 ‘IT 턴어라운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김 부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승진한 지 한달여가 지났다. MS의 본사 부사장으로서 맡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
▲본사 부사장이 된 것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으며, MS와 같은 기업에서 임원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부사장 업무와 동시에 MS 게임 스튜디오도 계속 담당하게 된다.
-2004년 “한국 게임업체는 온라인게임 산업에 훌륭한 노하우를 축적했지만 세계로 진출하기 위해선 다양한 장르의 게임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의 게임과 IT 산업에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한국 게임업계에서 활동하는 사람과 업체를 매우 존경한다.
현재 한국 게임의 성공이 한국 게임업계의 탁월한 역량과 잠재력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전 세계 게임업계가 한국 게임업계에서 배울 점이 많다.
한국 게임업계는 세계 게임산업의 미래를 결정지을 영역을 개척하고 수많은 혁신을 이뤘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권과 서구로 진출할 수 있는 콘텐츠·서비스 개발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게임과 다른 SW 제품 등에서의 MS 미래 방향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일부 외신은 현재 MS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3 출시 지연 때문에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지만 2011년에는 소니가 다시 실지를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MS는 현재 패키지 소프트웨어(SW) 기업에서 벗어나 인터넷·온라인 등 다양한 분야에도 진출하고 있다.
▲MS의 변함없는 특징 중 하나는 항상 혁신에 투자하고 신기술 및 서비스 개발에 투자한다는 점이다. MS는 고객 등 세계 변화에 발맞춰 변했으며 그랬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MS가 윈도와 오피스로 확고한 토대를 구축한 것은 사실이지만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서버 개발, 인터넷과 온라인 서비스 등에 투자를 계속해 왔으며 현재 엔터테인먼트·개인 소비자 대상 사업에도 역점을 두고 투자하고 있다.
MS는 게임사업 부문에서도 X박스360과 X박스 라이브 전략을 확고하게 추진하고 있다. 올해 말쯤에도 소니는 PS3를 출시하기 위해 여전히 분투하고 있겠지만, MS는 그때 이미 X박스360을 1000만대 이상 판매했을 것이다.
MS는 세계 최고의 온라인 게임 서비스인 X박스 라이브를 통해 지속적으로 시장을 선도할 것이며 올해 말엔 160여 가지의 다양한 X박스360 타이틀도 제공할 것이다. 사용자에게 콘솔에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콘텐츠와 온라인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MS가 다양성과 개인의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소수집단에 속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인력 채용 등 MS의 기업 문화는 어떠한가.
▲MS는 진정한 능력주의 조직이며, 우리가 하는 일은 모두 사람을 중심에 두고 있다. MS의 성공은 전 세계에서 최고의 인재를 영입, 적절한 보상을 제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나도 MS에 근무하는 동안 여러차례 흥미롭고 도전적인 기회를 부여받았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로도 MS가 직원 다양성 증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MS의 가장 중요한 채용 원칙은 ‘최고의 인재를 뽑는다’는 것이다.
-빌 게이츠는 어떤 사람인가. 그가 어느 면에서 뛰어난지 예를 들어 설명해 달라.
▲빌 게이츠는 전 세계에 엄청나게 큰 긍정적 영향을 미친 사람으로 역사의 인정을 받을 것이라 확신한다.
지난 30년 동안 빌 게이츠와 MS가 한 일은 기업과 사람이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 개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빌 게이츠와 부인인 멜린다 게이츠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공익적 기부를 한 사람에 속하며, 이들의 후원은 전세계 구석구석에 미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이러한 공헌을 알게 되기를 바라며, 개인적으로 빌 게이츠와 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행운으로 생각한다.
-MS는 도시바와 협력해 애플의 아이팟과 아이튠스에 대항하는 준(Zune)을 통해 애플과 대결하게 됐다. 최근 유니버설그룹도 애플에 맞서기 위해 무료로 음악파일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발표했다. 온라인 콘텐츠 판매 시장이 어떻게 변할 것이라고 보나.
▲온라인 콘텐츠 판매는 미래이자 현재다. MS나 유니버설 외에도 증가하는 동영상·음악 콘텐츠에 대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수많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생겨날 것이다.
MS는 ‘X박스라이브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X박스 360 타이틀, X박스라이브 아케이드 타이틀, 뮤직비디오, 영화 예고편 등의 다운로드 서비스를 이미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온라인 콘텐츠 판매가 크게 활성화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MS는 X박스라이브 마켓플레이스에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추가할 것이며 준도 음악파일을 내려받아 친구와 공유하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기 위해 출시할 것이다.
-한국 IT 산업의 재구축을 위해 MS 임원으로서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MS 임원으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은 혁신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높은 지적 능력과 창의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에너지는 새로운 기술적 우위를 창출하는 데 지속적으로 투입되어야 한다. 발전과 혁신을 멈추면 기회를 노리고 있는 다른 국가나 회사에 고객을 빼앗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비교적 빠르게 세계적 기업 MS본사의 부사장으로 승진해 성공한 인물이 됐다. 스스로 ‘성공’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임원으로서 CEO가 반드시 갖춰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CEO는 아니지만 다행히 리더로서 상당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은 고객 만족도와 팀의 성공으로 궁극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회사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고객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개인적 성공과 인정은 의미가 없다.
그래서 리더십이 중요하다. 훌륭한 리더는 전략적으로 사고할 수 있어야 하고, 필요한 데이터가 있든 없든 어려운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직원을 최적의 위치에 배치할 줄 알아야 하며 직원의 성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하기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5월 서울디지털포럼 참석차 방한했을 때 “오늘의 나를 만들어 준 한국과 가족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인·가족의 가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한국에서 자란 것은 아니지만 부모님이 한국문화의 중요한 가치를 나와 누이에게 전해주셨다. 어른을 공경하고, 가족을 중시하고,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스스로 삶을 개척해 가라는 것이 부모님의 가르침이다.
현재의 내 모습과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부모님이 가족을 위해 희생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러한 가치는 모든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며 나 역시 이런 가치를 아이들에게 전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셰인 김은 누구인가
김 부사장은 1963년 미국 아이오와 에임스에서 한국 이민 2세로 출생,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제학과 국제관계학을 전공했으며 하버드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았다.
1989년 하버드대학 대학원 시절, MS의 워크그룹 애플리케이션 팀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것이 계기가 돼 1990년 정식으로 입사했다.
이후 소비자사업부에서 국제 마케팅 그룹을 총괄하다 1995년에 사업개발 담당 이사로 MS 게임스튜디오 부문(MSG)에 합류했다.
1999년에 스튜디오 매니저로 승진, MS의 인기 동물원 시뮬레이션 게임 ‘주 타이쿤’ 등의 개발작업을 지휘했으며 2004년에 MSG 대표가 됐다.
이후 ‘헤일로 2’ ‘페이블’ 등 대작게임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료, 2005년엔 경제잡지 포브스에 의해 ‘주목할 만한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달 MSG 책임자가 된지 2년 8개월 만에 게임 타이틀 라인업 구축 성과를 인정받아 본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MS는 김 부사장이 앞으로도 MGS를 이끌며 최고 품질의 게임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며 실제로 그는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사업 부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와 주목을 한몸에 모으고 있는 인물이다.
정리=최순욱기자@전자신문, choisw@